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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냥 전통이 있다는 것이 부러워요! 하지만 현재의 매사냥 테크닉은 우리가 더 발달한 것 같아요.” 참매와 황조롱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던 미국 아칸소대학의 말라 스텔레는 관람 소감을 묻는 질문에 짤막하게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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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선망했던 맹금류는 한민족의 삶 속에서도 큰 획을 그었다. 매를 이용해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 매사냥(falconry)이 바로 그것이다. 매사냥은 매를 잡는 사냥이 아니다. 사냥술이 뛰어난 맹금류를 이용해 인간이 날짐승이나 들짐승을 잡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고차원적인, 사냥과 오락의 결합 문화다.
새를 좋아했던 우리 조상에게 매사냥은 삶의 일부였다. 중국 지안(集安)의 삼실총과 황해도 안악 1호분의 벽화에는 고구려 매사냥 그림이 남아 있다. 북방민족인 발해·거란·여진 역시 모두 해동청(海東靑)을 이용한 매사냥을 최고로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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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에도 매사냥 기록이 적잖다. 세종대왕은 역대 임금 중 재임기간에 매사냥을 가장 많이 나간 임금이다. 세종 8년, 명나라는 조선에 말 2만5000마리를 조공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영리한 세종은 명나라 선종제의 취미가 매사냥이라는 것을 알고는 매 3마리, 참매(黃鷹) 12마리를 보내 말과 대체시켰다.두 차례의 왜란과 호란을 거치며 조선 왕실의 매사냥은 쇠퇴했다. 반면에 일반 서민들도 매사냥을 시작했다. 서민들이 매사냥을 시작하면서 골속(매) 위주의 매사냥은 응속(참매) 중심으로 바뀌었다. 북쪽 지방의 매사냥이 생계 수단이었다면, 남쪽 지방의 매사냥은 한량들의 유희 대상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국토가 황폐해지고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이 땅에서 매사냥은 서서히 사라졌다. 매사냥을 즐길 삶의 여유가 사라진 탓도 있지만, 매와 참매가 환경피해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매와 참매는 모두 천연기념물과 법정보호동물로 지정돼 있다. 이들을 생포하거나 죽이면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7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현재 한국에는 2명의 매사냥 기능보유자와 몇몇 전수자가 있다. 대전의 박용순(대전무형문화재) 응사와 전북 진안의 박찬유(전북무형문화재) 응사, 경북 청도의 이기복 응사, 그리고 전통매사냥협회 주연상 회장, 황대인 총무 등이다. 또 외국에서 중학 시절부터 매사냥을 연구하고 체험한 국제매사냥협회(IAF) 한국대표인 박상현씨 역시 수준 높은 매사냥을 구현하고 있다.
한국의 매사냥 인구가 이웃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아주 적은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매사냥 문화 11개국(아시아에서는 한국과 몽골만 들어 있다)에 선정된 것은 행운이었다. 역설적으로 그 책임이 크다. 중국은 매사냥 자체를 불법으로 규제하나 음성적으로 널리 퍼져 있어 베이징 내 동호인만 1만 명이 넘는다. 일본은 야생매를 이용한 매사냥은 철저히 금지되고, 사육매만 허용하기 때문에 무차별한 외국 사육매의 수입으로 환경단체들과 끊임없는 마찰을 빚고 있다.
한국 매사냥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지 햇수로 2년이 넘었다. 유네스코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나라들의 매사냥 문화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관리와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차제에 외국의 매사냥에 대한 다양한 제도를 연구해 우리 실정에 맞는 법규를 갖추고 유네스코 등재국다운 면모를 갖춰야 한다.
아울러 환경보호와 생명윤리 문제에 어떻게 조화를 갖춰야 할 것인지, 매사냥 면허를 어떤 수준에서 허용하고 대상은 어디까지로 해야 할 것인지 명확하게 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전통 매사냥에서 쓰이는 매의 명칭
송골매: 생물학적 분류로 매과의 매(Peregrine Falcon).골속.
참매: 생물학적 분류로 수리과의 참매(Goshawk). 응속.
해동청: 함경도 동해안에 서식하는 송골매의 북방종을 뜻했으나 후에 한반도산 좋은 매를 통칭함.
보라매: 참매의 털갈이 전 어린 새. 이 역시 후에는 해동청과 더불어 매를 통칭하게 됨.
초진이: 1년생 매나 참매.
재진이: 2년생 매나 참매.
삼진이: 3년생 매나 참매.
산진이: 나이에 관계없이 산에서 잡힌 참매.
수진이: 사람 손에 길들여진 참매.
날진이: 산에서 잡아온 참매로 사람에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