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서 벌레 사냥하는 식물 발견
브라질 열대 사바나 질경잇과 식물, 끈끈이 잎으로 땅속 선충 잡아먹어
영양분 부족한 척박한 땅에서 포식자로 진화
▲땅속 벌레잡이 식물의 잎에 들러붙은 길쭉한 소형 토양동물인 선충의 모습. 사진=PNAS.
브라질에서 아마존 열대우림에 이어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생태계는 ‘세라도’라 불리는 열대 사바나 지역이다.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이곳은 세계에서 생물다양성이 높은 34곳의 ‘핫 스폿’의 하나일 정도로 독특한 생물상을 보유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2000년 이곳에서 ‘필콕시아’라는 질경잇과의 새로운 식물 무리를 발견했다. 이 속의 식물은 해가 잘 드는 모래밭에서 자라는데, 잎 모양이나 잎 표면의 끈끈이가 벌레잡이식물과 비슷했지만 벌레를 잡아먹는 모습이나 그 잔해 등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2007년에는 미국과 브라질의 식물학자들이 이 식물의 잎에 선충이 들러붙은 모습을 발견했지만 벌레잡이식물인지 여부는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침내 이 특이한 식물이 식충식물이라는 증거가 나왔다. 이제까지 식충식물은 끈끈이, 물웅덩이 함정, 덫 등 다양한 방식으로 벌레를 잡았지만 이 식물은 땅속에서 벌레를 잡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땅속 벌레잡이 식물인 필콕시아 미넨시스의 지상 모습. 해가 잘 드는 모래땅에 자란다. 사진=PNAS.
라파엘 올리비에라 브라질 캄피나스 주립대학 상파울루 캠퍼스 생물학자 팀과 미국 연구자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땅속 벌레잡이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보고했다.
척박하고 바위투성이 환경에 사는 이 식물은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땅속에 많이 서식하는 작은 동물인 선충을 먹이로 삼는 쪽으로 진화했다. 이를 위해 광합성을 하는 소중한 기관인 잎을 땅속에 밀어넣어 선충을 잡는 덫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끈적끈적한 땅속 잎 표면에는 포스파타제라는 효소가 분비돼 옆을 지나가다 들러붙은 선충을 소화시킨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이 식물이 선충을 어떻게 유인하는지, 또 선충을 죽이는 것이 끈끈이인지 아니면 다른 독성물질인지는 밝히지 못했다.
▲필콕시아 미넨시스 지하 잎 표면에 돋아있는 효소 분비 샘의 전자현미경 모습.사진=PNAS.
연구진은 선충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주입해 이것이 얼마나 식물로 이동하는지를 측정했다. 그랬더니 하루 만에 방사성동위원소의 5%가, 이틀 동안에는 15%가 선충에서 식물로 옮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이번 연구는 영양분이 매우 결핍한 환경인 세라도와 같은 곳에서 식물이 진화시킨 다양한 영양 섭취 메커니즘에 관해 아직도 발견할 것이 많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브라질의 열대 사바나 세라도의 모습. 독특한 생물상이 펼쳐져 있다. 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식충식물은 질소, 인 등 식물생장에 필수적인 영양분이 토양에 부족할 때 곤충 등을 잡아먹는 방식으로 보충하며, 전체 식물의 0.2%만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까지 발견된 벌레잡이식물은 모두 땅위에서 포식 활동을 한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의 원문 정보
Caio G. Pereira, Daniela P. Almenara, Carlos E. Winter, Peter W. Fritsch, Hans Lambers, and Rafael S. Oliveira
Underground leaves of Philcoxia trap and digest nematodes
PNAS 2012 ; published ahead of print January 9, 2012, doi:10.1073/pnas.111419910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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