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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 뺨치는 바람까마귀, 거짓 경고음 51가지 구사

자운영 추억 2014. 5. 2. 21:21

조홍섭 2014. 05.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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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종 경고음 흉내 내 달아나게 한 뒤 미어캣 등의 먹이 훔쳐

같은 거짓말 되풀이하지 않는 전략도…높은 지적 능력 반영

 

dr1.jpg » 능수능란한 거짓 경보음으로 먹이를 종종 확보하는 아프리카 바람까마귀. 사진=톰 플라워

 
동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허위 경보를 내는 일은 좀처럼 없다. 그래 봐야 득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거짓 경보를 발령해 이득을 보는 개체가 있다 하더라도 거짓이 반복되면 효과가 없어지기 마련이다. 이솝 우화 ‘양치기 소년’ 이야기가 말해 주는 교훈이다.
 

그런데 거짓말을 그때그때 달리하면 어떨까.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자들은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바람까마귀의 일종에게서 그런 자질을 발견했다.
 

dr2.jpg » '어디 만만하게 속여먹을 동물이 없나?' 아프리카 바람까마귀가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톰 플라워

 

톰 플라워 케이프타운대 진화생물학자 등 연구진은 2일치 과학저널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을 통해 이 바람까마귀가 새들 세계에서 ‘속임수의 달인’ 경지에 올랐음을 800시간 이상의 현장 관찰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고 반들반들한 깃털에 붉은 눈을 한 이 영리한 새는 사실, 보통 때는 미어캣이나 무리를 이루는 새인 파이드 배블러 같은 동물에게 매우 유용한 존재이다. 매 같은 포식자의 접근을 미리 알려주기 때문이다.
 

dr4.jpg » 칼라하리 사막에서 바람까마귀는 매의 공격을 미리 미어캣에게 알려주는 좋은 친구이다. 하지만 대가를 꼭 받아간다. 사진=톰 플라워

 

그런데 바람까마귀가 배가 고프거나 미어캣이 땅속에서 맛있어 보이는 애벌레나 도마뱀부치를 잡았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바람까마귀는 갑자기 미어캣의 경고음을 흉내내 질러대는 것이다. 놀란 동물이 먹이를 땅에 내버려 두고 구멍 속으로 달아난 뒤 거짓말쟁이 새는 맛난 요기를 한다. 평소 경계를 서주는 대가를 받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거짓말을 반복해도 먹힐까. 연구진이 파이드 배블러에게 바람까마귀의 경고음을 반복해서 틀어주는 실험을 해 보니, 같은 소리를 세 번 연속 들으면 배블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 번째 경고음을 다른 것으로 바꾸자 혼비백산 달아났다.
 

dr5.jpg » 바람까마귀의 속임수에 단골로 당하는 파이드 배블러. 사진=톰 플라워

 

연구진은 실제로 이 바람까마귀가 무려 51종의 경고음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음을 알아냈다. 이들은 먹이의 23%를 속임수를 써 얻어냈는데, 42마리의 바람까마귀가 151차례 먹이를 훔치는 모습을 지켜본 결과 75%에서 경계음 소리를 바꾸는 전략을 썼다.
 

특히 먼저 낸 경계음이 효과가 없으면 곧바로 다른 레퍼토리를 동원하는 능력을 보였다. 최고 32가지 경고음 레퍼토리를 구사하는 개체도 있었다. 이들은 분명히 ‘양치기 소년’보다 한 수 위인 셈이다.
 

dr3.jpg » '이번엔 어떤 동물의 경고음을 써먹을까?' 아프리카 바람까마귀는 최고 32가지 경고음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다. 사진=톰 플라워

 

플라워는 “이 바람까마귀는 전략적으로 경고음을 낸다. 목표물이 그 소리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보고 소리를 바꾼다. 그렇게 해서 종종 ‘양치기 소년’의 문제를 이겨 낸다”라고 이 잡지의 뉴스 사이트인 <사이언스 나우>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칼 버그 미국 텍사스대 브라운스빌 캠퍼스 조류학자는 “전략적인 속임수를 쓰는 것을 보면 이 새가 정교한 인식능력을 지녔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라고 같은 사이트 인터뷰에서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om P. Flower, Deception by Flexible Alarm Mimicry in an African Bird, Science Vol 344, 2 MAY 2014, Doi: 10.1126/science.124972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