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 食 】

[문화]힐링푸드 속 꽉 찬 ‘아연 장군’ 생굴… 빠지는 머리칼 꽉 붙잡아요 !

자운영 추억 2013. 10. 12. 14:28
게재 일자 : 2013년 10월 08일(火)
아연, 탈모유발 男호르몬 억제 미투데이공감페이스북트위터구글

▲ 굴이 제철을 맞았다. 이맘때 최고의 보양식 중 하나로 꼽히는 굴은 기온이 내려갈수록 속이 알차고 맛도 풍부해진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서양속담에 ‘굴을 먹으면 사랑이 길어진다(Eat oyster, love longer)’라는 말이 있다. 중세 유럽에서는 굴이 마약, 심지어 최음제로도 애용됐다고 한다. 굴과 카사노바에 대해 전해 내려오는 얘길 들어보면 그럴 법도 하다. 화려한 여성 편력에 의해 희대의 바람둥이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카사노바는 매일 아침 50개씩의 생굴을 먹었다고 한다.

유럽에서 굴의 명성이 얼마나 드높았는지는 날로 먹는 유일한 해산물이 굴이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인들도 당시에 몰랐던 굴에 관한 진실이 한 가지 있다. 굴이 ‘대머리 예방’에도 한몫한다는 사실이다.

굴의 주요 성분을 꼼꼼히 따져보면 곧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정력이 세다는 것은 사실 ‘정자가 왕성히 만들어진다’는 말과도 통한다. 그런데 정자가 만들어지기 위해 필요한 성분이 무엇인가. 바로 굴에 풍부한 아연이다. 아연은 정자의 숫자와 활동성을 향상시키고 성 능력을 배가한다.

그러면 아연이 결핍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대표적인 증상들이 전립선 비대증과 탈모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전립선에서 5알파 환원효소(5alpha reductase)라는 효소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전환되고, 이는 전립선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해 전립선을 커지게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의 훼방꾼이 바로 아연이다. 아연은 전립선에서 5알파 환원효소 작용을 억제해 DHT 생성을 줄인다.

DHT는 탈모와도 관계가 있다. DHT는 모낭의 정상적인 모발 생성을 저하시킨다. 이 같은 현상은 DHT에 유전적으로 민감한 사람에게 자주 나타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발이 가늘어지고 탈락 현상이 심해진다. 이는 DHT가 모낭을 작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대머리’ 남성이 정력이 세다는 말도 남성호르몬 때문에 나온 얘기다. 남성호르몬이 넘치니 정력도 세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속설이다. 호르몬 과다는 직접적으로 정력과 관련이 없다.

여성 탈모도 DHT와 관계가 있다. 여성의 몸에도 나이가 들면서 남성호르몬이 점차 늘기 시작한다. 여성의 몸에서 넘쳐나는 DHT 역시 남성에게 그렇듯 탈모를 유발한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들의 탈모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주적으로 꼽는다.

여성들의 경우 정수리에서는 머리카락이 빠지는데 거꾸로 거뭇거뭇 코밑에 수염이 날 때가 있다. 그러나 하등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단지 DHT의 수용체가 정수리와 이마, 턱, 코밑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볼 때 결론은 탈모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가 5알파 환원효소의 작용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성분이 굴에 풍부한 아연이다. 굴에는 100g당 50㎎에서 90㎎의 아연이 들어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녀의 아연 평균 필요량은 각각 8.1㎎/일, 7.0㎎/일이며, 권장섭취량은 10㎎/일, 8㎎/일이다. 따라서 굴 한 접시면 하루 필요량을 충분히 섭취하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외국의 한 분석기관은 인간이 섭취하는 식품 가운데 아연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이 굴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사실 굴이 좋은 식품이라는 것은 ‘바다의 우유’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다. 굴은 우유 못지않게 많은 단백질 함량과 더불어 글리코겐과 칼슘, 타우린, 비타민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철분도 풍부해 빈혈 예방에도 좋고, 소화도 잘된다. 그래서 환자식으로도 적극 추천되고 있다.

하지만 굴이 최근 수난을 겪고 있다. 일본 방사능 여파 때문이다. 굴값은 폭락하고, 어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초특가할인 세일행사도 하고 있다. 과연 굴은 지금 위험한 식품일까.

이와 관련 해양수산부 등 정부 주무부처 당국자들은 “굴을 먹어도 괜찮은지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라고 입을 모았다. 해수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방사능 계측기 등을 통해 측정한 결과, 시판 중인 굴은 먹어도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