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 食 】

“잠시만요, 잘~ 익은 가을 좀 맛보고 가실게요”

자운영 추억 2013. 10. 12. 14:25

홍성·서천 | 글·사진 윤대헌 기자 caos999@kyunghyang.com

입력: 2013년 10월 09일 21:03:33

ㆍ‘대하의 고향’ 홍성 남당항
ㆍ‘전어의 천국’ 서천 홍원항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살갑게 파고든다. 무더위로 혹사당한 심신이 슬금슬금 기지개를 켠다. 잃었던 미각도 되살아난다. 이럴 땐 미식여행이 제격. 충남 홍성 남당항과 서천 홍원항에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가을 포구의 고즈넉한 풍광과 더불어 대하와 전어가 제철을 맞았기 때문이다. 솟구치는 식욕을 주체하기 힘든 이즈음, 그냥 지나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음식들이다. 낙조를 겸한 별미여행, 가을을 맞는 최고의 여행이다.

▲대하의 고향 홍성 남당항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 포구는 조선 영조 때 학자 남당 한원진의 고향이다. 그의 아호를 딴 포구는 소박하지만 알차다. 계절에 따라 쏟아지는 해산물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바람 끝이 상큼한 이즈음은 대하가 제철이다.

천수만을 끼고 있는 남당항은 호젓한 바다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사철 별미를 맛보려는 미식가들로 항상 북적댄다. 대하는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혹독한 무더위를 지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11월까지가 적기다.

이때 대하를 최고로 쳐주는 것은 필수아미노산 성분인 글리신 함유량이 최고조에 오르기 때문이다. 특유의 감칠맛도 절정에 달해 날로 먹거나 구워 먹어도 온전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대하는 고소한 맛은 물론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으로 가을철 스태미너 식품으로도 유명하다. <본초강목>에 대하는 ‘신장을 좋게 하고 혈액순환을 도와 기력을 충실하게 한다’고 적혀 있다. 키토산과 비타민 등 영양도 풍부해 미식가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포구로 들어서자 ‘파라솔’로 불리는 간이 포장집들이 해변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얼릉 오셔서 대하 한번 잡숴 봐유. 한번 먹으면 그 맛을 못잊어 또 찾아온다니까유”. 포장집에 들어서자 비닐 밖으로 바다풍경이 한눈에 잡힌다. 물 빠진 개펄은 드넓다. 바다 건너 죽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남당항에서 서쪽으로 3.7㎞ 떨어진 죽도는 섬 전체가 대나무로 우거진 군내 유일의 유인도다.

대하는 소금구이가 대세다. 소금불판 위에서 발갛게 익어가는 모습은 탐스럽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대하를 한 입 물자 바다를 먹는 느낌이다. 쫄깃하고 담백하고 달콤하다. 바닷물의 짭짤한 간이 배어 뒷맛도 향긋하다.

대하를 맛 본 후 드라이브는 필수다. 옆구리에 바다를 끼고 가는 임해관광도로를 타면 서해의 아름다운 낙조를 코앞에서 볼 수 있다. 남당에서 출발해 어사리, 상황리, 궁리를 거쳐 천수만 방조제까지 간다.

상황리 전망대와 궁리 포구가 포인트다. 시뻘겋게 닳아 오른 해는 바다에 길게 누운 안면도로 떨어진다. 가을이 깊어가는 풍광이다.

▲전어의 천국 서천 홍원항

바다로 둘러싸인 서면에는 서천의 이름난 바다휴양지가 모두 모여 있다. 그중 가을별미 전어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 홍원항이다. 미항 홍원항은 낭만이 넘치는 항구다. 포구에 늘어선 수십 척의 어선, 멀리 방파제 끝 등대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가 멋스럽다. 갓 잡아온 싱싱한 수산물이 사철 넘쳐나 충남의 대표적인 미식 여행지로 손꼽힌다.


마을 고샅길을 빠져나오자 코끝에 감도는 비릿한 바다내음이 반갑다. 순간 시야가 터지고 소박한 항구가 눈앞에 펼쳐진다. 새벽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고깃배들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려는 관광객들로 항구는 떠들썩하다. 이즈음 홍원항은 전어잡이로 계절의 풍성함을 만끽하고 있다.

전어는 수심 30m의 얕은 바다에서 산다. 서해에서 나는 전어는 개흙에 함유된 플랑크톤과 바다생물로 살을 찌우고 영양분을 축적한다. 전어가 맛이 오를 때는 10월. 겨울을 보내기 위해 몸에 기름기를 축적하는 때가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구워 먹고 회로 먹고 무쳐 먹는다. 그 맛은 ‘머리에 깨가 서 말이 들었다’고 할 만큼 고소하다. 그중 전어의 참맛은 소금구이다. 칼집을 낸 몸통에 굵은 소금을 뿌려 석쇠에 얹으면 기름이 뚝뚝 떨어져 ‘훈제 전어’를 맛볼 수 있다. ‘집 나간 며느리도 이 냄새에 돌아온다’는 맛과 향은 고소하고 담백하고 신선하기까지 하다.


최대 30㎝까지 자라는 전어는 15~20㎝ 정도가 가장 맛있다. 너무 크면 뼈가 억세고, 작으면 살집이 푸석푸석하다. 영양도 만점이다. 글루타민산과 핵산이 많아 두뇌 기능과 간기능 강화에 좋다. DHA, EPA 등 불포화지방산이 들어있어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홍원항의 전어는 인근 식당에서 손쉽게 맛볼 수 있다. 식당 수족관마다 은빛 물결이 넘실댄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게 없는 전어는 바닷사람이나 관광객 모두에게 소박한 호사를 선사해주는 가을 최고의 별미다. 모처럼 싱싱한 해산물을 맛봤다면 마량리에서 장항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며 서천의 갯벌을 누려보는 것도 좋다. 월하성, 선도리, 비인, 송석, 월포를 지나 장항까지 이어지는 이 길에 살아있는 갯벌이 가득하다. 마량에서 장항까지 이어지는 바닷가에 또 다른 명물은 솔숲이다. 그중 장항솔숲이 유명하다. 솔숲 산책로를 걸으며 바다를 바라보는 맛이 그만이다.

◆귀띔

수목원·홍성 5일장 등 볼만…13일까지 전어·꽃게 축제

■홍성

찾아가는 길: 서울→서해안고속도로→홍성 나들목→40번 국도→남당리·안면도 방향 좌회전→AB지구 방조제 넘기 전에 궁리·하리 쪽으로 좌회전→해안도로(임해관광도로)→해안전망대 속동마을→남당항

주변 볼거리: 광천읍에 자리한 ‘그림이 있는 정원’(041-641-1477)은 소나무를 중심으로 1000여 종의 초본류와 560여 종의 목본류가 식재된 수목원이다. 이곳은 특히 임진호 대표의 전통가구 공예품과 함께 미술관에서는 아들이 입으로 그린 구필화를 볼 수 있다. 이외에 용봉산, 만해 한용운 생가, 김좌진 장군 생가, 성삼문 유허지, 고암 이응로 화백 생가, 오서산, 광천 토굴 새우젓 특화단지(사진) 등이 있다. 홍성의 5일장도 볼거리다. 홍성장(1·6일, 041-631-4140), 광천장(4·9일, 041-630-9602), 갈산장(3·8일, 041-630-9610)이 열린다.

맛집: 구항한우(041-633-0243), 삼거리갈비(041-632-2681), 대동식당(041-632-0277), 석양횟집(041-634-9913) 등

숙박: 용봉산자연휴양림(041-630-1785), 전용석가옥(041-632-7077), 조응식가옥(041-642-6065), 예당큰집(041-642-3833) 등

문의: 홍성군청 문화관광과 (041)630-1224

■서천

찾아가는 길: 서울→서해안고속도로 서서울IC→춘장대IC 진출→비인방향 우회전→성내사거리, 춘장대 방향 우회전→홍원항 입구, 우회전→홍원항

주변 볼거리: 신성리 갈대밭, 문헌서원, 조류생태전시관, 비인오층석탑, 한산모시관, 서천 방조제 등

맛집: 서산회관(주꾸미볶음, 041-951-7677), 서천 서해안횟집(생선회, 041-952-3177), 장보고식당(생선회, 041-953-6588), 모시원(손두부, 041-951-0021), 할매온정집(아귀탕, 041-956-4860) 등

축제: ‘제13회 홍원항 자연산 전어·꽃게축제’가 13일까지 열린다. ‘맨손으로 전어잡기’ ‘고부 일심동체 퀴즈’ ‘추억의 놀이체험’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홍원항을 출발해 몽돌해변, 춘장대해수욕장 중앙광장을 지나 논두렁길, 공정벽화마을, 해송숲길을 걸쳐 홍원항으로 돌아오는 ‘생태탐방로 걷기대회’를 진행한다.

숙박: 해오름관광농원(041-952-1617), 산에바다에(041-951-0023), 산호텔(041-952-8012), 희리산자연휴양림(041-953-2230) 등

문의: 서천군청 문화관광과 (041)950-4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