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 食 】

비싸던 꽁치, 올해는 풍년… 과메기, 10년 만에 國産으로 돌아오다

자운영 추억 2013. 12. 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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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11.29 03:06 | 수정 : 2013.11.29 11:31

    [전국 물량 90% 이상 대는 포항 구룡포 과메기 덕장에 가보니… 450곳서 만들기 한창]

    원양산·대만산 꽁치와 출하 가격 비슷해지자 국산 꽁치로 대체 잇따라
    덜 비리게 먹는 입맛에 맞추려 기름기 적고 담백한 동해안産 선호도 한몫
    美·中·日 등 9개국에 수출도

    일본발(發) 방사능 공포로 안전하다고 판명난 동해안 수산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올해는 동해 수온 증가로 먹잇감인 플랑크톤 등이 증가하면서 꽁치, 대게, 도루묵 등이 풍년이지만 잘 팔리지 않는다. 포항시와 지역 수협이 수산물에 대한 지속적인 방사능 측정으로 안전성을 보장하고 있지만 한번 발길을 돌렸던 손님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업계에 희소식도 있다. 일부 어종의 어획량이 늘면서 새로운 인기 상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국산 꽁치로 만든 과메기

    28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구룡포에 있는 한 과메기 덕장. 머릿수건과 마스크를 한 직원 10여명이 꽁치를 말려 과메기로 만드는 작업을 하느라 분주했다. 직원들은 꽁치를 반으로 갈라 뼈와 내장을 발라낸 후 꼬리를 끈으로 묶어 나무 막대에 걸거나 철 그물망 위에 올렸다. 이렇게 이틀 반을 해풍(海風)에 말리면 과메기가 완성된다.

    하지만 이날 직원들이 손질하던 과메기용 꽁치는 평소 보던 것보다 5~7㎝가량이 작았다. 왜? 궁금했다. 10년 넘게 덕장을 운영해 온 진우용씨는 "그동안 과메기로 만들던 원양산·대만산 꽁치가 아니라 동해에서 잡은 꽁치"라며 "올해는 꽁치가 풍년이고 가격도 많이 내려 10년 만에 다시 국내산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지난 27일 경북 포항시 동해면의 과메기 덕장에서 국산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고 있는 모습. 지난 10년간 과메기는 대만산·원양산 꽁치를 포항에서 말린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국산 꽁치 가격이 내리면서 국산 꽁치로 만든 과메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경북 포항시 동해면의 과메기 덕장에서 국산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고 있는 모습. 지난 10년간 과메기는 대만산·원양산 꽁치를 포항에서 말린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국산 꽁치 가격이 내리면서 국산 꽁치로 만든 과메기가 나오고 있다. /주완중 기자
    전국 과메기 물량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포항에는 과메기 덕장이 450개가량 있다. 이 중 전국으로 과메기를 유통할 만한 규모를 갖춘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대형 덕장들이 올해 수입 꽁치 과메기 대신 국산 꽁치로 과메기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국산 과메기'라고 하면 대만산·원양산 냉동 꽁치를 사다가 작업해 포항에서 말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국내 꽁치는 어획량이 적고 가격이 비싸 서민 음식인 과메기로 만들 엄두를 못 냈다.

    "원래 꽁치는 6월이 제철인데, 꽁치는 잡는 족족 생물로 팔려 과메기 만들 분량이 남지도 않았어요. 한 박스(10㎏)에 7000원으로 저렴한 대만산·원양산 꽁치가 과메기용으로 사용됐죠." 진씨는 "시중 식당이나 마트에서 사 먹는 과메기는 대부분 대만산·원양산 꽁치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국산 꽁치와 수입 꽁치 가격이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국산 꽁치는 2~3년 전부터 우리나라 연·근해 수온이 오르면서 어획량이 예년보다 10% 이상 늘어나 가격이 내려갔다. 반면 원양산과 대만산은 중국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꽁치 제철인 6월을 기준으로 작년 국산 꽁치 가격은 1㎏에 2500원이었지만 올해는 2000원으로 20% 내렸다. 반면 수입 꽁치 가격은 2300원에서 2600원으로 16%나 가격이 뛰었다. 1㎏당 가격이 올해 역전된 것이다.

    소비자들 입맛 변화도 국내산 꽁치로 과메기를 다시 만들게 된 이유다. 과메기가 전국적으로 대중화되면서 소비자들이 비리지 않고 덜 느끼한 과메기를 찾게 된 것이다. 국산 꽁치로 과메기를 만든 것도 그 연장선이다. 국산 꽁치는 따뜻한 동해 연안에서 자라기 때문에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며 육질이 쫄깃하고 비린내가 덜하다. 반면 수입 꽁치는 추운 태평양 바다에서 자라 기름기가 많아 구수한 대신 비리고 육질이 차지다.

    대만산 꽁치에서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보고도 국산 꽁치로 만든 과메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구룡포과메기협동조합 김점돌 이사장은 "국산 꽁치는 방사능과 관계없는 연·근해와 러시아 해역산이라 안전하다"고 말했다.

    대중화된 과메기 해외 수출도

    포항 구룡포 과메기는 흑산도 홍어처럼 옛날부터 겨울철 단백질 보충을 위해 만들어 먹던 음식이다. 조선시대 기록에 따르면, 원래 과메기는 청어의 눈에 꼬챙이를 꿰 말려 먹었다. 과메기라는 이름도 관목(貫目)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동해에서 청어가 귀해지고 꽁치가 많이 잡히면서 '꽁치 과메기'가 더 널리 알려졌다.

    과메기는 2000년대 중반부터 대중화가 본격화됐다. 2004년 1925t이던 과메기 생산량은 올해는 6000t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과메기 매출도 2006년 400억원에서 최근에는 700억원대다.

    미국·캐나다·중국·일본·호주·필리핀 등 9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이렇게 꽁치는 과메기로라도 소비가 되지만 경북 동해안의 대표적 횟감인 물가자미·오징어 등의 소비는 아직 막막하다. 물가자미의 경우 전년 동기 1㎏당 2만원 선에 거래되던 것이 올해는 절반 수준인 1만원 선으로까지 내려왔다.
    과메기를 가장 맛있게 먹으려면 내장과 뼈, 껍질을 발라낸 과메기를 김, 쪽파, 마늘, 고추 등과 함께 생미역에 싸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마늘·고추의 매콤함과 미역의 미끈한 촉감이 잘 어울린다. 초고추장 대신 쌈장에 찍어 먹는 경우도 있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 때보다 고소한 맛이 더 강해진다.

    [과메기 맛있게 먹으려면]

    포항 사람처럼 먹으려면 과메기를 자르지 않고 김장 김치에 돌돌 말아 먹는다. 김치의 아삭하고 매콤한 맛과 쫄깃한 과메기가 잘 어울린다. 먹고 남아 말라버린 과메기는 고추장에 발라 구워 먹어도 맛있다.

    과메기의 옛날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통째로 말린 과메기만 찾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