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방송일시 : 2013년 6월 17일 (월) ~ 6월 21일 (금)
기 획 : 김 민
촬 영 : 오 정 옥
구 성 : 이 남 경
연 출 : 김 종 관
(미디어 길)
구성진 남도의 가락처럼
굽이굽이 호남의 산야를 드나드는 영산강 350리.
그 물길 속에 삶의 희로애락이 스며있다.
전남 담양군 가마골 용소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나주, 무안, 영암 등을 거치며 몸집을 불린 후 바다로 흘러든다.
호남 사람들에게 영산강은
풍부한 산물을 내주는 생명의 강이자,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강이었다.
350리 영산강 물길 따라
강이 풀어내는 삶의 이야기를 만나러 간다.
1부. 어팔진미, 전설의 맛을 찾아서
강물이 기운차게 흐르던 시절,
영산강이 준 산물 가운데는 ‘어팔진미’ 라 불리는 것들이 있었다.
조금물 또랑참게, 몽탄강 숭어, 영산강 뱅어(빙어), 구진포 웅어,
황룡강 잉어와 자라, 수문리 장어, 복바위 복어가 그것,
나주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어팔진미’는
영산강 유역의 지방 수령과 방백들이 임금께
자신이 관장하는 지역의 특산물을 바친 데서 비롯됐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바닷고기와 민물고기가 두루 넘쳐났던 풍요로운 영산강,
40년 세월 영산강 어부로 살아온 이대형씨에게
강은 삶의 터전이자, 추억이다.
농경지가 많았던 무안의 옛 사람들은
강에서 낚은 숭어를 볏짚에 싸서 구워먹곤 했다.
그 풍습이 내려와 무안의 향토 음식으로 자리잡은 ‘짚불구이’ ,
숭어의 자리를 돼지고기가 대신했을 뿐이다.
영암에서는 영산강에서 잡은 숭어의 알을
임금님께 진상품으로 올리고는 했다.
간장에 담가 기름을 여러 날에 걸쳐 바르고,
양지와 음지에 번갈아 건조시켜야 하는 ‘어란’은
품 넓은 영산강과 장인의 정성이 만들어 낸 값진 음식이다.
풍요로웠던 영산강의 맛, ‘어팔진미’를 찾아간다.
2. 그곳에 대나무 향기가 흐르네, 담양
물이 많고 볕이 잘 든다 해서 붙여진 이름, 담양(潭陽).
맑은 대나무의 향기가 곳곳에 묻어나는 담양은
영산강의 시원인 가마골 용소가 자리하는 곳이다.
시원하게 뻗은 대나무들이 가득하고 청량한 바람이 불어서일까,
그 옛날 선비들은 담양 땅에 정자와 정원을 만들고,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대숲 속에서 풍류를 즐겼다.
대나무는 담양 사람들의 생활 곳곳에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3대째 대를 이어 대나무 부채를 만들어온 김대석 장인은
오늘도 담양 대나무에 종이를 얹어 바람을 일으킨다.
담양사람들은 제철을 맞은 죽순으로 각종 반찬을 만들고,
그 이파리로 만든 댓잎차 한잔으로 삶의 여유를 찾는다.
청량한 바람이 그리운 이 계절,
대숲의 바람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러 담양으로 향한다.
3. 풍요가 흐르는 물길, 나주
영산강이 드나드는 풍요로운 땅,
영산강은 나주평야를 비옥하게 하고, 물길을 내주며
나주를 호남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작은 한양”이라고 불리며 교류가 활발하던 시절,
나주는 말 그대로 영산강의 중심이었다.
지방을 관할하던 나주목의 목사가 거주하던 목사내아와 금성관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모내기가 한창인 요즘,
다시면에는 구성진 들노래가 들려온다.
들노래에는 농사일의 고단함을 노래로 풀어가던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흑산도에서 건너와 오랜 시간 영산포를 상징하는 맛으로 자리 잡은 것이
‘삭힌 홍어’ 다.
물 좋고 땅 좋은 곳에서 나온 쌀로 빚은 막걸리 한잔에
홍어삼합(홍어, 돼지고기, 묵은김치) 한 점,
그 맛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나주로 향한다.
풍요로운 영산강의 기억을 간직한 나주, 그 곳의 매력에 빠져보자.
4. 넉넉한 삶을 품다, 무안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흥겨운 각설이 타령이 울려 퍼지는 일로읍 장터는
400여 년이 넘는 역사와 뱃길 따라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품바의 탄생지 무안군 일로읍.
들이며 강이며 나는 것들이 많아
풍요로웠던 땅이었고 인심 또한 넉넉했다.
사람들을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사랑할 줄 알았던 천사촌 각설이들.
그들의 마음이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져
오늘날에도 아주머니들은 장터를 찾는 각설이들을
푸근한 인심으로 맞이한다.
한옥과 약초로 유명한 몽탄면의 약실마을은 이 맘 때만 되면 마을 아주머니들이
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마을 뒷산으로 나선다.
고사리 등 다양한 새순을 따서 마을 사람들과 다 같이 모여 식사하는
그들의 모습은 아낌없이 내어주던 영산강과 닮아있다.
무안군의 몽탄면은 예로부터 영산강을 통한 교류의 한 중심이었고
전달되던 물자 중 하나인 도자기로 유명하다.
무안분청을 4대째 이어오고 있는 김옥수 명장은
5대를 이을 아들과 함께 무안요에서 영산강이 선물한 비옥한 흙으로
도자기를 구워낸다.
영산강에게 받은 선물을 소중히 여겨 삶에 담고 지내는
그들의 모습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자.
5. 옛것을 지키는 사람들, 영암
시간이 흘러도 옛 것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현재의 모습들은 전통과 어우러져 더욱 빚이 난다.
영산강의 끝자락 영암에는 그렇게 예스러움을 간직한 사람들이 살고있다.
영험한 기운을 내뿜는다는 월출산 자락의 구림마을은
전통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호남 지방의 대표적인 전통 마을이다.
이 곳 출신의 최기욱 훈장님은 백제시대의 유명한 학자로 알려진
왕인박사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왕인학당에서 예절교육을 가르치신다.
도포를 입는 법부터 상대방에게 예를 갖추고
절을 하는 방법까지 꼼꼼히 가르치며
아이들을 바라보는 훈장님의 눈빛에는 옛 선조들의 모습이 서려있다.
영산강이 내려다 보이는 서호면 금강리에는
마을 공동으로 갯벌을 간척지로 만들어 많은 곡식을 수확하기 위해
둑을 쌓으면서 부르던 노래가 전해지고 그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서로 주고받으며 부르는 노래가락에는 그들이 살아온 삶의 애환이
담겨있다.
천염염색을 하는 이혜숙씨의 집 앞에는 붉게 푸르게 물든 천들이 바람에 펄럭인다.
바람과 어우러져 자연의 색깔을 마음껏 뽐내는 쪽빛의 천은
자연 그대를 담고있고, 옛 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영암 사람들을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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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3.06.2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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