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선영상미디어 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입력시간 : 2008.12.1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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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는 조금물 또랑참게·몽탄강 숭어 등 강에서 나는 '어팔진미(魚八珍味)'와 동문안 미나리·보광골 열무 등 땅에서 나는 '소팔진미(蔬八珍味)'가 있었다. 이젠 맛보기 어려워진 별미들이다. 하지만 아직도 나주는 짧은 여행이 부족할 만큼 다양한 맛을 품고 있다.
● 영산포 홍어
홍어의 고향은 흑산도지만 '삭힌 홍어'를 낳은 건 영산강이다.
홍어의 본산 흑산도에서는 본래 홍어를 삭히지 않았다. 갓 잡은 홍어를 회로 먹었다.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자산어보(玆山魚譜·'현산어보'라고 읽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음)'를 쓴 정약전은 "나주 가까운 고을에 사는 사람들은 홍어를 썩혀서 먹는 것을 좋아하니 지방에 따라 음식을 먹는 기호가 다름을 알 수 있다"고 적었다.
- ▲ 영산포 '홍어1번지' 홍어삼합.
삭힌 홍어가 나오게 된 건 왜구 때문이다. 고려 말 흑산도 일대 섬들은 왜구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정부는 '공도(空島)'정책을 실시한다. 섬 주민들을 뭍으로 이주시키고 섬을 텅 비우는 정책이었다. 흑산도 사람들은 배를 타고 목포를 거쳐 영산강을 거슬러 나주에 많이 정착해 살다가 왜구가 잠잠해지면 다시 흑산도로 돌아가곤 했다. 영산강(榮山江)이라는 이름도 흑산도에 있던 영산현(永山縣)에서 왔다고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전한다. '영산(永山)'이 '영산(榮山)'으로 잘못 기록되면서 굳어졌다는 것이다.
흑산도에서 영산강을 거슬러 나주 영산포에 닿으려면 열흘에서 보름이 걸렸다. 냉동기술이 없던 시절 다른 고기는 썩었지만 홍어는 썩지 않고 발효가 됐다. 이렇게 삭힌 홍어가 나오게 됐고, 나주와 인근 지역에서 별미로 즐기게 됐다.
홍어를 좋아하는 건 같지만 지역에 따라서 먹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영산포 '홍어1번지' 주인 안국현(52)씨는 "나주에서는 초장에 먹지만 함평과 영암에서는 소금을 찍어 먹는다"고 했다. 나주 초장은 초고추장이 아니라 된장에 고춧가루와 식초를 섞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흑산도에서는 막걸리식초에 소금과 참기름, 쪽파나 풋마늘 따위를 더한 '초된장'에 먹기도 한다.
방조제가 강물을 막으면서 영산포의 영화는 과거가 됐다. 하지만 수백 년 동안 체득한 홍어 숙성 노하우는 사라지지 않았다.
안국현씨는 "전국에 유통되는 홍어의 70%는 나주 것"이라고 했다."원래 겨울에는 15~20일 발효시키고, 여름에는 사흘에서 일주일 숙성시켜요."
흔히들 수입 홍어는 대부분 칠레산으로 알지만 요즘은 수입선이 다양하다.
"요즘은 포클랜드,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도 홍어가 와요. 칠레산은 15~16%밖에 안 돼요. 칠레산이 수입산 중에서는 나은 편이고요."
나주에서는 대개 섭씨 6도에서 홍어를 숙성시킨다. 목포 등 다른 지역에서는 2도가 일반적이다. 빨리 발효되면 물이 덜 빠져 물렁물렁한 '물홍어'가 된다. 온도 변화가 가능한 한 없는 곳에서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밀폐시켜 발효해야 제대로 숙성된다고 한다.
"신선하고 크기가 적당해야 해요. 큰 건 12㎏까지 하는데, 크기만 하지 질겨요. 5㎏에서 10㎏ 사이가 횟감으로 제일 맛있고, 그 밑으론 부드러워서 무쳐 먹어야 맛있죠."
영산포 '홍어의 거리'에는 홍어전문점 10여 곳이 옛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홍어1번지에서는 홍어찜·삼합·회는 칠레산 2만·3만원, 흑산도산 4만·6만원. 홍어전과 홍어튀김은 1만원인데, 이 식당에서 개발했다는 홍어튀김이 독특하다. 얇은 튀김옷을 깨물면 뜨거운 김과 함께 홍어 냄새가 입 속에서 터지면서 코까지 뻥 뚫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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