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 食 】

임자도의 병어 (조선 6/17 조용헌 컬럼)

자운영 추억 2013. 7. 4. 20:59

임자도의 병어

 

입맛이 살아나야만 삶의 意慾도 생긴다. 筆者는 生鮮을 먹으면 입맛이 살아나는 體質이다.

生鮮에도 番號가 있다. 12월에는 濟州道 모슬포에 가서 눈발 날리는 바다를 보면서 묵은 김치에 魴魚를 싸서 먹어야 한다. 1월에는 추자도에서 잡히는 삼치회가 淡白하다. 삼치는 찌개로 먹는 것보다는 회로 먹었을 때 깊은 맛이 난다. 2월에는 통영에 가서 시원한 大口湯을 먹고, 3월에는 도다리 쑥국이 제격이다. 대구탕에는 무가 宮合이 맞고, 도다리에는 쑥이 맞는다. 4월에는 신안군의 도초도(都草島)에서 잡히는 간자미가 좋고, 5월에는 흑산도의 홍어이다. 6월 중순쯤 초여름 날씨가 되면 입맛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 시절에는 임자도에서 나오는 병어를 먹어야 한다.

병어는 납작하게 생겼는데 청색을 띤 은회색이다. 크기는 보통 20~30㎝가 많고, 큰 것은 50㎝도 넘는다. 병어는 淡白하면서도 비린내가 별로 나지 않는 생선이므로 깻잎에다 싸서 먹으면 어울린다. 깻잎에 병어 회 두세 점을 싼 다음에 된장을 버무리고, 여기에다 마늘 한 쪽을 넣고 입안에 털어 넣으면 '사는 게 이만하면 되었다' 하는 맛이 느껴진다. 병어 한 마리 가지고 시들어가던 日常의 意慾을 回復하면 이것 또한 남는 장사 아닌가!

 

병어는 수심 10~20m 지역에서 이맘때쯤 産卵을 한다. 임자도 근처는 바다 밑바닥에 모래가 많이 깔려 있을 뿐만 아니라 아기자기한 리아스식 해안 지형이므로 고기들의 産卵 適地이다. 신안군에는 '비금, 도초, 하의, 장산, 암태도'를 비롯하여 1004개의 섬이 있다. '천사의 군(郡)'이라고 불린다. 우리나라 전체에 대략 섬이 3000개 있는데, 이 가운데 전남 지역에 2000개 몰려 있고, 다시 신안군에만 1000여개 집중되어 있다. 오로지 섬으로만 이루어진 특이한 군(郡)이다.

'천사의 섬'이 布陣한 신안군은 生鮮의 天國이다. 6월이 가고 7월이 되면 希望이 사라져 버리는가? 아니다. 병어가 떠나면 민어가 오도록 되어 있다. 7~8월 두 달은 민어가 있으니 외롭지 않다. 9월이 되면 홍도의 불볼락이 또 기다리고 있다. 해외 奧地 旅行의 하이라이트는 砂漠이고, 國內 奧地 旅行의 귀결지(歸結地)는 물을 건너야 하는 섬이다. (조용헌 6/17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