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신비·환경

원앙 짝짓기 한창, 장릉의 농익은 봄

자운영 추억 2014. 5. 2. 21:26

윤순영 2014. 0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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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깃털 뽐내며 암컷에 곁눈질, 불안정한 물위에서 교묘한 짝짓기

예년보다 보름 이상 이른 봄, 먹이사슬로 얽힌 생태계 질서는 과연 무사할까

 

크기변환_dnsYSJ_3524.jpg » 애정을 표현하는 원앙 수컷(오른쪽). 암컷의 수줍은 표정이 사랑스럽다.

 

봄철 번식기를 맞은 새들의 지저귐이 요란해졌다. 암컷을 곁눈질하기 바쁜 수컷의 깃털은 한결 화려해졌다. 혼인색의 화려함에서 원앙을 따를 새는 별로 없다.

 
원앙은 우리나라의 텃새이기도 하지만 겨울에는 러시아에서 번식하고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월동 무리와 합류하여 기온이 높은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등지에서 겨울을 지내고 다시 번식지로 돌아온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등지에서 번식을 한다.

 

올해도 김포 장릉(북성산) 저수지에 얼음이 녹을 무렵인 지난 2월18일 40여 마리의 원앙이 월동을 마치고 돌아왔다. 장릉은 김포 시내보다 1~2도 기온이 낮다. 구릉지의 형태로 습지가 넓은 면적을 차지해 다양한 생물이 찾아오는 곳이다.

 

크기변환_dnsYSJ_0650.jpg » 2014년 3월 30일 오전 9시24분 촬영한 원앙 무리가 오리나무에 앉아 있다. 

 

이곳은 해마다 4월28일께 산벚나무 꽃이 만개하고, 그 시기에 원앙의 구애와 짝짓기의 향연이 펼쳐진다. 하지만 올해는 4월10일 일찍 산벚나무 꽃이 활짝 피었고, 다시 1주일 뒤인 14일에는 꽃잎이 서서히 떨어지는데도 원앙의 번식행동은 찾을 수 없고 저수지의 수면은 고요하기만 하다. 장릉엔 예년보다 18일 정도 일찍 산벚나무가 개화했다.

 

크기변환_dnsYSJ_3925.jpg » 2014년 4월 7일 오후 1시9분 촬영, 산벚나무 꽃이 피기 시작한다. 

 

크기변환_dns포맷변환_L8241705.jpg » 2010년 4월 26일 오후 6시 정각 촬영, 장릉 저수지의 산벚나무 꽃이 이틀 뒤에 만개하였다. 

 

크기변환_SY_0557.jpg » 2014년 4월 9일 오전 9시41분 촬영, 내일이면 산벚나무 꽃이 모두 필 것 같다. 벗나무 뒤로 원앙이 보인다.

 

식물은 일조량과 온도에 따라 꽃이 피고 지고 자라며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동물의 생체질서는 기후변화에 그만큼은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는 것 같다.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생체 리듬과 각인된 생체 시계에 맞춰 번식일정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그런 질서가 깨져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크기변환_dnsYSJ_4860.jpg » 2014년 4월14일 오전 9시37분 촬영, 벚나무 아래서 한가로이 짝을 기다리는 원앙 수컷. 물위로 벚꽃잎이 떨어진다.  

 

꽃이 일찍 피는 일, 몇 년간 월동 조류가 우리나라를 일찍 찾아오는 징후는 그런 생태계 변화의 전조가 아닐까? 사람보다 본능에 충실한 동·식물들은 자연에 완벽하게 순응하여 자연의 이상 현상을 감지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생태계의 구성원은 새싹과 이를 먹는 벌레, 또 그것에 맞춰 새끼를 낳는 박새의 연쇄처럼 서로 긴밀하게 맞물려 있는데, 기후변화가 이 질서를 파괴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크기변환_dnsYSJ_3605.jpg » 세 번째 날개깃을 한껏 치켜세워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 원앙들.

 

크기변환_dnsYSY_0308.jpg »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숲속을 돌아다니는 원앙 무리.

 

조선 왕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이 묻혀있는 장릉은 관람객이 괘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오전 11시가 돼야 관람객이 늘어나기 때문에 원앙은 아침 6시부터 일찌감치 일어나 편안히 저수지에서 먹이를 먹고 평화롭게 노닌다.

 

저수지 근처엔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킨 자작나뭇과의 오리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150여m 인근엔 연못이 자리하고 있어 아늑하고 운치가 있으며 습지의 가치도 충분히 지니고 있다.

 

크기변환_dnsYS3_0427.jpg » 장능 저수지 전경.

 

크기변환_dnsYS3_0616.jpg » 산벚나무 꽃이 흐드러진 장릉 연못.

 

저수지에는 작은 실개울이 하나 흘러든다. 개울은 갈대숲에 가려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 원앙은 물위에서 놀다 날지 않고도 은밀하게 움직여 이곳으로 피할 수 있다. 이 개울은 땅으로 올라서거나 다시 저수지로 나오는 길목이기도 하다.

 

크기변환_YSJ_6090.jpg » 개울에서 저수지로 넘나드는 길목에서 원앙이 쉬고 있다.

 

지류를 따라 가다 보면 사방 2m 정도의 작은 모래 둔덕과 물웅덩이, 버드나무 군락, 갈대숲이 어우러져 있어 원앙이 무리를 이뤄 조심스럽게 활동을 하거나 인적을 피해 놀기에 좋다.

 

원앙은 높이 1m 미만의 낮은 버드나무 가지에 앉아 여유 있게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그리곤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저수지로 조심스럽게 무리를 지어 나온다.

 

크기변환_dnsYSJ_2989.jpg » 저수지로 날아드는 원앙 무리.

 

크기변환_dnsYSJ_4346.jpg » 저수지 밖으로 나온 원앙 무리.

 

크기변환_dnsYSJ_5872.jpg » 발바닥에 물갈퀴가 있는 원앙은 발을 딛기 편하게 적당히 굵은 나뭇가지를 골라 앉는다.

 

갑자기 방해나 위협이 생기면 그것이 어디서 생겼는지에 따라 원앙이 나는 방향과 숨는 나무의 위치도 달라진다. 특히 위급한 상황에서는 무리가 매우 정확하고 신속하게 피신을 한다.

 

각자의 '지정석' 나뭇가지 횃대가 있고 서열대로 그곳에 앉는다. 원앙은 주로 오리나무와 산벚나무를 휴식과 피난처 나무로 이용한다. 이미 치밀하게 계획된 이동 길, 피난처, 쉼터 등 다양한 생활수단을 활용하여 원앙 무리는 움직인다.

 

크기변환_dnsYSJ_1648.jpg » 위협을 느끼고 재빠르게 피신하는 원앙. 

 

크기변환_dnsYSJ_0707.jpg » 나뭇가지에도 주인이 있다. 이미 정해놓은 나무 위치에 날아가 앉는 원앙.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여 원앙은 장릉에서 눈치밥을 먹고 살지만 그렇더라도 이곳이 좋아 나름 생활의 방편을 터득했다. 장릉의 관람 시간은 오후6시까지이다. 오후 5시30분께면 관람객에게 퇴장을 알리는 안내 방송을 한다.

 

이 소리가 들리면 저수지 근처 나무나 습지에 숨어 있던 원앙이 하나 둘씩 움직이기 시작하여 저수지나 저수지와 가까운 곳에 자리한 작은 연못으로 이동하고 관람객이 거닐던 길도 원앙의 산책길로 바뀌게 된다. 이제 이곳의 주인이 된 원앙은 자유를 마음껏 누린다. 장릉 전체가 원앙의 정원이 된다.

 

크기변환_dnsYSJ_5259.jpg » 관람객이 거닐던 산책길을 느긋하게 건너가는 원앙 행렬.

 

크기변환_dnsYSY_0357.jpg » 사람이 없는 아름다운 산책길도 원앙 차지다.

 

어렵게 원앙의 짝짓기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원앙은 하루에 15회 정도 짝짓기를 한다. 덩치는 작지만 정력이 대단한 새인 것 같다.

 

계속 관찰을 하다 보니 물위에서 짝짓기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게 되었다. 그나마 암컷 머리 뒤 아주 짧은 길이의 댕기 깃은 수컷이 짝짓기를 할 때 주둥이로 물고 균형을 잡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암컷은 정확한 교미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면 위에 낮게 업드려 자세를 다시 취한다. 짝짓기가 성공하더라도 산란 시기 전까지 사랑은 지속된다.

 

크기변환_dnsYSJ_3530.jpg » 원앙의 짝짓기 모습.              

 

짝짓기 후 암컷과 수컷은 물속으로 머리를 담겄다가 꺼내 물기를 털어내는 행위를 서너 번 반복하고 물위에서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짝짓기 순간 온힘을 다하여 긴장되고 경직되었던 몸을 풀기 위한 행위가 아닐까 싶다.

 

크기변환_dnsYSJ_3706.jpg » 원앙은 짝짓기 후 머리와 얼굴을 여러 번 물에 행군다.

 

크기변환_dnsYSJ_3809.jpg » 짝짓기를 마친 원앙 수컷이 서너 번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장릉엔 벚꽃이 필 무렵 유리딱새, 유리새, 흰눈썹황금새 등 여름 산새가 찾아오지만 올해는 보이지 않는다. 꽃만 일찍 피었을 뿐 시기가 맞지 않아서인지 관찰이 되지 않는다.

 

크기변환_dnsSY3_9208.jpg » 흰눈썹황금새.

 

텃새인 꿩, 직박구리, 오색딱따구리, 까치, 흰뺨검둥오리, 어치, 박새, 텃새가 된 해오라기, 중대백로, 왜가리가 가끔 나타난다. 왜가리는 이곳에 눌러앉은 지 여러 해 되었다.

 

흰뺨검둥오리도 장릉 저수지의 터줏대감이다. 집을 나와 들개가 돼 버린 개 무리가 흰뺨검둥오리를 노리고 들고양이도 새들을 위협한다.

 

크기변환_dnsYSJ_3937.jpg » 들개가 흰뺨검둥오리를 노리고 있다.

 

크기변환_dnsYSJ_5195.jpg » 고양이가 지나가자 원앙이 긴장한다.

 

4월14일 바람이 불 때마다  벚꽃잎이 날린다. 기후변화로 인해 정상적으로 피어난 꽃이 아니라 그런지 더 수명이 짧은 것 같다. 꽃이 지자  잎도 재빨리 돋아난다. 

 

크기변환_dnsYSJ_5765.jpg » 한 마리의 암컷 원앙 주변에 여러 마리의 수컷들이 몰려들어 구애한다.

 

지난 3월27일부터 4월18일까지 23일 동안 원앙을 관찰했다. 장릉 숲에는 벌써 5월의 신록이 찾아온 것 같았다. 그러나 원앙은 숲의 변화와 상관이 없어 보인다.

 

며칠 뒤 생체 시계가 이상이 없는 한 원앙의 짝짓기가 절정에 이를 것이다. 하지만 점점 가속화하는 기후변화가 원앙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모른다.

 

크기변환_YSJ_6025.jpg » 2014년 4월18일 오후 5시46분 촬영, 벚꽃잎이 물위를 덮고 있다.

 

크기변환_dnsYSJ_3677.jpg » 힘을 과시하려 몸을 치켜세우고 깃털을 부풀린 원앙 수컷.

 

원앙이란 어떤 새?

 

몸길이 43~51㎝, 몸무게 444~550g정도로 산림을 낀 전국 저수지, 연못, 냇가가 인접한 오래된 나무가 있는 숲속에 구멍이나 바위틈에서 번식하며 산간 고목이 우거진 늪지대나 계곡의 냇가에서 각종 식물의 열매나 작은 생물들을 먹는다.

 

우리나라의 텃새이기도 하지만  겨울에는 러시아에서 번식하고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월동 무리와 합류하여 많은 무리를 이룬다. 알 품기와 새끼 기르기는 암컷이 주로 한다.

 

번식기엔 암수 외에 무리를 형성하지 않지만, 짝짓기 전에는 무리를 형성한다. 겨울 깃털 또는 번식기의 암수의 깃털 색은 서로 다른데, 수컷의 머리는 평평하고 꼭대기는 짙은 녹색이며 뒷머리 부위에는 길게 늘어진 적갈색 깃털이 있고 목뒤에 녹색 깃털이 있다. 목은 적갈색이며, 눈 주위 배는 흰색, 어깨를 포함한 옆구리의 넓은 황색, 다리와 발가락은 옅은 주홍색이며, 물갈퀴는 밤색을 띤다. 

 

수컷의 깃털 가운데 위로 솟은 홍색의 은행잎처럼 생긴 세 번째 깃이 위로 솟아 있어 두드러진다. 암컷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회색 바탕에 눈 테두리를 따라 흰색 선이 선명하고 옆구리와 회색 배 부위에는 흰색의 얼룩점이 있다.

 

다리와 물갈퀴는 회색이다. 번식 후 깃털은 암수가 비슷해지지만 부리 색이 암컷은 검은색이고 수컷은 주홍색이어서 구분된다.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동북쪽, 대만 등에 분포하며, 1982년 11월 4일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지정되었다.

 

글·사진 윤순영/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