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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의수의 마흔 이후 남자의 생존법 (2013.12.26)

자운영 추억 2013. 12. 29. 15:38
 

 

게재 일자 : 2013년 12월 26일(木) 나이를 먹을수록 현재에 최선을

한국사회 만큼 나이를 따지는 사회도 없다. 기분이 안 좋고 마음이 상했는데 상대방이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다 싶으면 “너 몇 살이야?”라고 따지고 달려드는 사회가 한국사회다. 상대방에게 밀린다 싶을 때 자존심 상한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나이인 것이다.

그래서 어려서는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고, 빨리 나이가 들고 싶어졌다. 그런데 어느 날 뒤 돌아보니 후배들이 더 많은 모임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머리는 빠지고 흰머리는 늘고 나이는 점점 많아진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나이 많아 좋을 일은 경로우대밖에 없다. 나이가 많으면 안 끼워 주는 곳들이 더 많아지고 회사에서도 나이가 많아지면 빨리 그만두고 퇴직하기를 은근히 기대한다. 나이가 어려서는 나이가 많아지기를 기대했는데 나이 들고 보니 나이가 짐이고 부담이다. 그래서 오십이 넘고 나면 마흔 아홉이라는 나이만 계속 말하고 다니거나, 만으로 몇 살이라고 말하면서 두세 살 낮춰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우습기는 매한가지다.

인생 살면서 나이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인생을 살면서 “초, 분, 시간, 한나절, 하루, 한 달, 한 해”라는 시간의 구분들은 대나무 매듭과 같은 것일 것이다.

일 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매듭을 짓고 또다시 스스로 격려하고 다짐하며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는 인생의 작은 매듭 중 하나이다. 나이란 정말 중요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나이 오십이 넘어 나이 먹는 것을 좋아할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나이는 늘 후회를 담고 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이루지 못한 일들에 대한 영원한 아쉬움이 담겨 있고, 나이 한 살 더 먹게 생겼는데 올해 제대로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가 생각난다. 나이를 생각하며 나이에 매인 인생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이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할 일이 많거나 하는 일이 즐거운 사람은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 내가 미치도록 열심인 그 일에 나 자신을 쏟아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살펴볼 겨를 없이 사는 사람은 오늘 날짜도 중요하지 않다. 그냥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한 달이 가고 일 년이 간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얼마나 마무리했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나이가 들어야만 볼 수 있는 것이 인생의 의미다. 나이보다 더 신경 쓰고 살아야 할 중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내게는 “인생의 즐거움, 내가 꿈꾸는 일들,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들”이 나이보다 더 소중하다. 인생의 즐거움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Here and Now!”라는 말을 항상 생각하며 살아간다. 나 자신에게 “Here and Now!”라는 말은 ‘내가 지금 머물러 있는 이 순간, 이곳에서 이뤄지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로 사용된다. 왜냐하면 현재를 충실하게 즐겁게 보내는 것이 좋은 추억으로 가득 찬 과거를 만드는 일이고, 현재를 만드는 일이고 꿈꾸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사소한 즐거움들은 나의 매일을 즐거움으로 채워주는 소중한 사건들이다. 너무 많은 것을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는 현재 있는 그곳에서 그 시간이 즐겁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올해 마지막 날만을 바라보며 살아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게으른 인생을 살지 않은 것이다. 아쉬울 것 없이 살아온 한 해였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내자.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원하는 꿈에 더 가까워졌다고 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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