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물·이슈 】

잠수, 잠수… 이 남자 머릿속은 온통 바닷속

자운영 추억 2013. 9. 25. 19:27

  • 부산=박주영 기자
  • 입력 : 2013.09.25 03:03 | 수정 : 2013.09.25 10:09

    [수중고고학 박사 1호 김도현씨, 부경대 강단에 서다]

    초등생때 '해저2만리' 보고 진로결정… 해양학 전공에 군대도 해군다녀와 잠수名匠되고 수중고고학 박사까지
    "잠수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바다가, 물고기가 나를 사로잡았죠"

    "수중고고학을 하려면 먼저 수중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23일 오전 11시 부산 남구 대연동 부경대 안 사회과학대 3층 멀티미디어 강의실. 국내 '수중고고학' 1호 박사인 김도현(61)씨가 '열강' 중이었다. 과목은 '한국 수중고고학'. 강의는 빔프로젝터로 잠수 장면, 해저 유물 발굴 현장, 지도 등을 보여 주면서 생생하게 진행됐다.

    '수중고고학'은 바다·강·호수 등 물 밑에 가라앉은 유적이나 유물을 조사·연구하는 학문. 충무공 이순신 해전 유물·신안 해저 유물, 중국 광둥성 앞바다 남해1호, 멕시코 세노테 등의 수중 유물 발굴이 유명하다. 수압이 높고 빛이 없는 물 밑의 유적·유물 발굴이라 지층탐사기·음향측심기·자력탐사시스템 등 첨단 장비를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공학·화학·물리학·인문학 등 다양한 학제의 융합이 필요한 분야다.

    김 대표는 1976년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한 뒤 줄곧 수중·잠수 등을 키워드로 삶을 살았다. 20~30대엔 해군·현대건설·현대중공업 등지에서 해난구조, 해양공사, 침몰·좌초선 인양, 구난함 건조 등 수중 작업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했다.

    23일 오전 부산 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멀티미디어강의실에서 김도현 한국해양기술 대표이사가 수중고고학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40대 초반인 1994년 한국해양기술을 창립해 독립했다. 이후 해저케이블 설치 등 국내 해양·수중 분야 엔지니어링과 수중공사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독일, 노르웨이, 캐나다, 스웨덴 등지에서 잠수·해저탐사장비·무인잠수정 조종사 등 현장 교육을 받은 데 이어 한국해양대와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박사과정(2006)에서 '이론적 내공'을 쌓은 자타 공인 수중 탐사 전문가. 2004년엔 정부가 인증하는 해양 분야 잠수 명장으로 선정됐다.

    지난달 부경대에서 '한국 수중고고학 연구'라는 논문으로 수중고고학 분야 국내 첫 박사 학위를 받은 뒤부터는 강단에 서고 있다. 부경대 측은 "1973년 충무공 해전 유물 탐사를 필두로 본격화된 국내 수중 고고학을 처음 학문적으로 체계화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영국·이탈리아·노르웨이 등 선진국이 시공한 제주~전남 해남 고압 송전선 해저케이블 설치 공사를 감리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후발국인 한국이 선진국들의 기술을 감리했다는 사실 자체가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잠수 인생'의 출발은 단순했다. 그는 "고향이 부산이기도 했지만, 초등학교 때 '해저 2만리'란 영화를 보고 나서 '저거다'란 느낌이 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들 의대 갈 때 '해양학과'를 갔다. 1학년 때부터 대한수중협회에 들어 잠수를 익혔다. 김 대표는 "바다로 들어간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이라면서 "대학 때 경남 거제의 홍도에서 스킨스쿠버를 했는데 맑은 물, 일렁이는 해초, 알록달록한 물고기 등이 내 영혼을 사로잡아 버렸다"고 했다.

    20대 이후 그의 인생은 '잠수'란 실에 꿰였다. 김 대표는 "이번 학기 강의를 통해 수중 탐사 조사 발굴 기법을 다양하게 소개하면서 수중고고학의 발전 방안도 모색해볼 생각"이라며 "그동안 쌓은 현장 경험으로 국내 수중고고학 발전에 작은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