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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en are made to be loved,
not to be understood.
여자란 이해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받기 위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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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하여....이기철
너를 이 세상의 것이게 한 사람이 여자다 너의 손가락이 다섯 개임을 처음으로 가르친 사람 너에게 숟가락질과 신발 신는 법을 가르친 사람이 여자다 생애 동안 일만 번은 흰 종이 위에 써야 할 이 세상 오직 하나뿐인 네 이름을 모음으로 가르친 사람 태어나 최초의 언어로, 어머니라고 네 불렀던 사람이 여자다.
네 청년이 되어 처음으로 세상에 패배한 뒤 술 취해 쓰러지며 그의 이름을 부르거나 기차를 타고 밤 속을 달리며 전화를 걸 사람도 여자다 그를 만나 비로소 너의 육체가 완성에 도달할 사람 그래서 종교와 윤리가 열 번 가르치고 열 번 반성케 한 성욕과 쾌락을 선물로 준 사람도 여자다
그러나 어느 인생에도 황혼은 있어 네 걸어온 발자국 헤며 신발에 묻은 진흙을 털 때 이미 윤기 잃은 네 가슴에 더운 손 얹어 줄 사람도 여자다 깨끗한 베옷을 마련할 사람 그 겸허하고 숭고한 이름인 여자
치마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 사이 .....나명욱
남자에게는 여자가 보물이다 여자를 사랑하지 못하는 남자는 보지 않아도 그 인생이 뻔하다 여자를 아낄 줄 아는 남자 그 여인이 그의 엄마이든 누나이든 동생이든 이웃 친구이든 애인이든 아내이든 여자를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는 그 남자의 인생은 막막하다 여자의 안은 온갖 보석으로 가득하다 눈빛은 초롱초롱 반짝이는 지혜의 별빛 같고 그의 아담한 코는 적당하게 솟은 믿음의 산맥 같고 그 오동통한 입술은 생기의 생물 같으니 고운 향기의 여인의 검고 긴 머리카락은 만인을 감싸안은 인자함과 덕망의 불빛 같으니 그 가슴가슴 발끝까지 사랑하지 못할 것 하나 없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지 못함은 가장 큰 남자의 죄악이며 실수이고 비극이다 당신이 제 아무리 꿈으로 가득해도 여자 없이는 그 무엇도 이룰 수 없다는 것 저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들을 보라 당신이 아직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이쁜 여자가 스쳐 지나가면....정현종
이쁜 여자가 스쳐 지나가면 내 다리는 갑자기 감속되다가 급기야는 뒷걸음질을 치는 것이야! (이상할 게 없어요 뒷걸음질이 건강에 좋다는 설도 있으니)
서서 오줌 누고 싶다....이규리
여섯 살 때 남자 친구 소꿉놀이 하다가 쭈르르 달려가 함석판 위로 기세 좋게 갈기던 오줌발에서 예쁜 타악기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좋아, 그 소릴 내고 싶어 그 아이 것 빤히 들여다보며 흉내냈지만 어떤 방법, 어떤 자세로도 불가능했던 나의 서서 오줌 누기는 목내의를 다섯 번 적신 뒤, 축축하고 허망하게 끝났다
도구나 장애를 한 번 거쳐야 가능한 앉아서 오줌누기는 몸의 길이 서로 다른 때문이라 해도 젖은 사타구니만큼이나 차가운 열등이었다
그 아득한 날의 타악기 소리는 지금도 간혹 함석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로 듣지만 그 소리엔 젖어 축축한 그늘이 있다
서서 오줌 누고 싶다 마지막 한 방울의 우울까지 탈탈 털어내고 싶다
예쁘기를 포기하면....이규리
TV에서 본 여자 투포환 선수나 역도 선수는 예쁘지 않다 화장기 없는 그 얼굴들은 예쁜 것을 뭉쳐서 멀리 던져 기록으로 바꾸었다 미모의 탤런트가 예쁘기를 포기하니 단박 연기에 물이 오르고 예쁜데 신경 쓰지 않는 라면집 아줌마가 끓이는 라면은 환상적이다 그런데 왜 여자는 예쁘기를 포기하지 못할까 그건 누가 가르친 게 아니다 아버지 돌아 시고 상복 입은 상주가 되어서도 나는 여러 번 거울을 보았다 표시 날 듯 말 듯 입술도 그렸다 뒷태까지 살피다 문상객과 눈이 마주쳤을 때 그 부끄러움 아직 화끈거리지만, 모전자전, 여든 내 어머니도 아직 노인정 갈 때 입술을 몇 차례 그렸다 지웠다 한다 아무도 여자로 봐주지 않는데도 여자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놓으면 편한데 결코 놓지 못하는 그 힘도 말릴 수 없는 에너지라면 에너지다 세대를 건너오는 발그스럼한 불씨다
Vaginal Flower....진수미
여름학기 여성학 종강한 뒤,
화장실 바닥에 거울 놓고 양다리 활짝 열었다
선분홍 꽃잎 한 점 보았다
이럴 수가? 오, 모르게 꽃이었다니
아랫배 깊숙이 구근 한 덩이 이렇게 숨겨져 있었구나
하얀 크리넥스 잎잎으로 피어낸 꽃잎처럼
철따라 점점(點點)이 피꽃 게우며, 울컥불컥 목젖 헹구며
물오른 한 줄기 꽃대였다네
월경하는 여자....양선희
여자는 월경을 한다. 몸 안의 불경한 것들 경도를 타고 흘려보낸다. 밤낮 없는 나흘 내내 불경불경 변기통으로 빠지는 경(經). 월경하는 여자 몸은 신생(新生)이다.
갱년기....김규리
여자의 몸 속에서 물기가 빠져나간다 여자의 몸에서 빠져나간 물기가 발정난 암코양이 생식기에서 나비야 나비야 실 풀어내듯 격정의 소리 목젖까지 차오른다
유월, 검붉은 담쟁이덩굴 장미꽃 가시에 찔린 나비야 나비야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맞장 뜨는 오후....권애숙
뭐라카노. 니가 먼저 그카이 내가 그카지 뭐시라꼬? 이기 고마.....
앞집 여자와 옆집 여자 또 한판 붙는 모양이다 야간 근무를 하고 자던 건넛집 남자가 잠옷바람으로 내다본다 핥고 뒹굴던 똥개 두 마리도 꼬리 내리고 비칠비칠 옆걸음 친다
붙어라, 함 붙어봐라
속으로 은근히 부추기며 나는 블라인더를 올려 소란스런 현장 기웃거린다 쓰레기봉투 한 장을 위해 저렇게 목숨 걸고 한판 붙는 여자들 누가 저들에게 사소한 것으로 핏대를 올린다 할 것인가
지문마저 사라진 뭉툭한 삿대질 사이 오후의 햇살이 챙!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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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사테, 찌고이네르바이젠
Sergei Nakariakov, Trumpet
Pablo de Sarasate, 1844-1908
Zigeunerweisen, Op.20
사라사테, 찌고이네르바이젠
Sergei Nakariakov, Trumpet
1.SEPTEMBER.2013 by j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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