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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의 찌릿한 비밀, 정전기로 곤충 당긴다

자운영 추억 2013. 7. 13. 08:47

 

조홍섭 2013. 07. 08
조회수 5751추천수 0

양전기 띤 곤충 다가서면 거미줄 변형돼 곤충에 들러붙어

미국 과학자 실험실서 확인, 꽃가루와 먼지 등도 붙어 매일 다시 쳐야

cross-spider-orb-web.jpg » 왕거미의 거미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정전기도 먹이를 잡는데 활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오르테가 지메네스

고무풍선을 옷에 비비면 정전기가 생겨 종이조각을 끌어당기거나 벽에 들러붙는다. 한 과학자가 딸과 정전기를 일으키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거미줄에 양전기를 띤 장난감을 댔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거미줄이 끌려왔다. 만일 곤충이 양전기를 띤다면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그의 짐작은 옳았다.
 

빅터 마뉴엘 오르테가-지메네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 박사는 <네이처>가 발행하는 온라인 공개 학술지 <사이언티픽 레포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거미줄이 전기를 띤 곤충을 더 효과적으로 포획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보였다.

web.jpg » 거미줄이 다가오는 곤충이나 물방울을 향해 변형되는 모습이 버클리대 연구진의 실험에서 드러났다. 사진=오르테가-지메네스

 

공기 속에는 양전하를 띤 입자가 많은데, 곤충이 날아다니면서 이들과 충돌하면 수백 볼트의 전기를 쉽사리 축적할 수 있다. 또 전기를 띤 물체 표면을 곤충이 걸어다니면서도 쉽게 전기를 획득한다.
 

물론 이때 발생하는 정전기는 사람이 양탄자를 걸어다닌 뒤 금속 문고리를 쥘 때 생기는 수천 볼트의 정전기보다는 훨씬 작다. 그러나 거미줄에 접근하는 양전하를 띤 곤충에게 음전하를 띤 거미줄이 철썩 들러붙어 포획 성공률을 높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공기는 양전기를 띤 이온으로 가득 차 있으며, 지상의 식물은 음전기를 띤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왕거미가 친 거미줄에다 정전기를 띠게 한 꿀벌, 초파리, 진딧물 등 여러 가지 곤충을 떨어뜨리고 거미줄이 어떤 변형을 일으키는지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랬더니 양전기를 띤 곤충은 음전기를 띤 거미줄에 즉각적이고 현저한 변형을 일으키는 것이 확인됐다. 전하를 띠지 않은 거미줄에서는 아무런 변형도 나타나지 않았다.
 

pic-1.jpg » 정전기를 띤 곤충과 물방울에 의한 거미줄의 변형 거리. 곤충과 물방울의 길이를 기준으로 조정할 값이다. 검은 점이 평균값이다. 그림=오르테가-지메네스

그물과의 거리가 1~2㎜일 때 변형의 크기가 가장 컸다. 곤충이 미처 거미줄에 닿기도 전에 거미줄이 끌려나가 곤충에 들러붙는 것이다. 거미줄의 뻣뻣한 방사상 거미줄보다는 이를 원형으로 잇는 부드러운 거미줄에서 정전기로 인한 변형이 두드러졌다.
 

이런 현상은 습도가 낮아 정전기가 커질 때 더 현저했는데, 곤충뿐 아니라 물방울이 떨어질 때도 나타났다. 따라서 거미줄의 정전기로 거미는 먹이를 더 쉽게 잡는 효과를 거두지만 동시에 지나가는 빗방울에 거미줄이 변형돼 파손되는 손해도 본다.

또 꽃가루나 균류의 포자 등도 정전기에 이끌려 거미줄에 걸리기 때문에 거미줄이 쉽사리 오염되기도 한다. 연구진은 왕거미가 매일 거미줄을 새로 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오르테가-지메네스는 “정전기는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진화 과정에서 이런 전문화한 거미줄이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과제는 야생에서도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piderweb deformation induced by electrostatically charged insects
Victor Manuel Ortega-Jimenez & Robert Dudley
SCIENTIFIC REPORTS | 3 : 2108 | DOI: 10.1038/srep0210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