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나무·야생화

[스크랩] 노박덩굴

자운영 추억 2013. 2. 19. 15:23

   힘들었던 시절은 잊어 버리렴

  맑은 가을 하늘에 날개를 펴렴

  콩알 같은 벌레야 무당벌레야

  사랑스런 벌레야 무당벌레야

 

  무당벌레가 하늘을 나는 모습은 참 재미있다. 나뭇가지를 기어 올라 제일 높은 가지 끝에 선다. 거기에서 두 짝의 동그란 날개를 펴고 부~웅 하늘을 난다. 무당벌레의 행동은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높은 산봉우리에 오르는 것과 똑같다. 자칫 낮은 곳에서 날다 추락하는 것을 염려한 때문이다.

  가을 숲에 가면 가끔 무당벌레를 닮은 열매를 만난다. 어떤 때는 수백 마리의 무당벌레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바로 노박덩굴의 노란 열매이다.

 

 

 

 

  노박덩굴은 꽃집에서도 인기를 끄는 나무이다. 꽃보다는 노란 껍질을 깨고 터져 나오는 붉은 씨앗들이 아름다운 나무이다. 그런 까닭으로 노박덩굴이 열매를 맺는 가을에는 꽃꽂이 재료로 인기를 끄는 품목이다.

  노박덩굴은 저 홀로 덤불을 이뤄 숲속에 자란다. 어떤 때에는 다른 나무에 기대어 덩굴을 만들기도 한다. 때때로 무성한 노박덩굴 그늘에 숨어있던 가을빛의 까투리가 푸드득 날아간다.

  노박덩굴은 화살나무과의 나무이다. 남사등, 노랑패너울, 노방덩굴, 합환화라는 별명을 가진다. 노박덩굴의 학명은 Celastrus orbiculatus.이다. 꽃은 5~6월에 작은 별모양의 황록색으로 핀다. 우리나라 전국 각지의 숲 가장자리 언덕의 낮은 지대에 핀다. 덩굴줄기는 10~12m 정도로 길게 자란다.

  열매는 삭과(capsule)로 가을에 익는다. 열매가 익으면 노란 껍질이 벌어지며 붉은 열매가 드러난다. 열매가 달린 줄기를 꽃꽂이용으로 쓴다. 줄기껍질과 열매는 기름을 짜거나 약재로 쓴다.

  한방에서는 노박덩굴 열매를 통증 치료에 쓴다. 잘 익은 노박덩굴 열매를 가루 내어 먹으면 여성들의 생리통에 특히 좋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허리통증과 요통, 류머티즘에도 폭넓게 사용하는 약초다. 혈액 순환제로도 사용하기도 한다.

  식물이 열매를 맺는 것은 씨앗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다. 식물이 열매를 만들어 종족을 번식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열매 맛이 좋은 것, 크기가 특별하게 큰 것, 아름다운 빛깔을 가진 것, 냄새가 나는 것, 다른 물체에 달라붙는 것, 바람에 나는 우산털이 달린 것 등이 그것이다.

  열매나 씨앗이 보여주는 이 특별한 성질들은 모두 모체로부터 멀리 떠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열매나 씨앗들은 다른 동물에게 먹혀서, 동물의 털에 붙어서, 바람에 날려서 멀리멀리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동물도 마찬가지이지만 식물들도 어미 근처에서 잘 자라지 못한다. 이미 튼튼한 줄기와 뿌리를 뻗은 어미 나무에 치여 잘 자라지 못한다. 양분을 흡수하기도 어렵고 햇볕도 충분히 받지 못한다. 그런 까닭으로 식물들은 여러 방법으로 씨앗을 멀리 퍼뜨린다.

  꽃과 열매의 모습은 서로 다른 게 보통이다. 그러나 그 달라지는 정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식물이 있다. 까치밥나무, 노박덩굴, 산앵도, 작살나무, 참빗살나무, 호랑가시나무 등이 이런 그들이다.

 

 

 

  이들은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는 식물들이다. 색깔이 눈에 띄지 않는 녹색이거나 흰빛이 도는 꽃을 피울 뿐이다. 전혀 화려하지 않고 모양도 볼품없던 꽃이다, 이런 꽃에서 그토록 화려하고 예쁜 열매가 달릴 수 있는지 얼른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식물들은 가을 숲에 오래 남는다. 낙엽진 허전한 숲에 영롱한 빛깔로 남아 늦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때로는 한겨울의 눈 속에서 더욱 빛난다  

  노박덩굴처럼 화려한 열매들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글귀가 있다. 욥기 87절이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창대하리라'

  사람들의 인생 역정에서도 흔히 이런 일이 일어난다. 시작보다 결과가 더 커다란 것, 우리네 인생뿐만 아니라 생태계 속에서도 그런 결실이 더욱 아름답고 위대해 보인다.

  내년에는 노박덩굴의 그 미미한 꽃을 찾아보아야겠다화려한 결과만 보고 부러워하는 태도를 반성해야겠다.

출처 : 마파람의 꽃 이야기
글쓴이 : 고인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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