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이었다. 마을 어른들을 따라 냇가로 고기잡이에 나섰다. 어른들은 Y자형 족대와 쇠갈퀴를 들고 나섰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아버지는 나에게 잡은 물고기를 담을 바구니를 어깨에 걸어 주셨다. 물고기를 담을 까만 바구니는 댕댕이덩굴로 만들 것이다.
우리 마을에는 두 개의 냇가가 있었다. 모래와 수량이 많은 냇가를 큰 내, 수량이 적고 자갈이 많은 냇가를 작은 내라고 불렀다. 유관순 열사의 고향 병천竝川의 형내, 아우내와 유사한 명칭이었다.
큰 내에는 모래무지가 많았다. 어른들은 모래톱을 쇠갈퀴로 긁어 모래무지를 잡았다. 더러는 뼘치의 모래무지가 쇠갈퀴에 걸려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튕겨져 달아나 다른 모래톱에 가서 숨었다. 어른들은 달아난 모래무지의 뒤를 쫓아 기어이 모래 벌에 숨은 모래무지를 잡아내었다.
큰 내에서 작은 내로 건너가서는 왕새우를 잡았다. 버드나무 밑에 족대를 대고 훑어 내면 징거미라는 새우가 잡혔다. 앞다리가 유난히 긴 징거미 새우는 맛이 좋아 초장을 찍어 날로 먹기도 하였다.
바구니에 갇힌 물고기와 징거미는 발버둥을 쳤다. 입을 뻐금거리며 죽지 않으려고 용을 썼다. 때때로 꼬리지느러미로 바구니를 치며 파닥거렸다. 그럴 때마다 잡은 고기를 관리하는 나는 바구니를 시냇물에 담갔다 꺼냈다. 바구니에 담긴 물고기와 새우에게 물을 주어 죽지 않게 하였다. 그럴 때면 꼭 한두 마리의 물고기나 징거미가 바구니를 뛰쳐나갔다.
물고기를 담는 그릇에 쓴 바구니는 댕댕이덩굴로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 산하에 흔하게 자라는 덩굴식물의 줄기로 엮은 것이다.
댕댕이덩굴 [Cocculus trilobus]은 방기과(防己科)에 속하는 낙엽 덩굴나무이다. 가는 덩굴의 길이는 3m 정도로 자란다. 심장형의 잎은 어긋나며 3~5개의 맥이 뚜렷하다.
꽃은 노란색을 띤 흰색이며 5~6월에 암꽃과 수꽃이 딴 그루에 달린다.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원추형의 꽃차례에 무리지어 핀다.
꽃잎과 꽃받침은 6장씩이며 수꽃은 6개의 수술로, 암꽃은 1개의 암술로 되어 있다.
열매는 핵과(核果)로 둥글며 10월에 검푸른 색깔로 익는다. 머루송이처럼 송글송글한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다. 맛은 없지만 그 빛깔과 모양은 아름답고 귀엽다. 열매가 달린 줄기를 꽃꽂이용으로 쓰면 좋다.
한방에서는 줄기와 뿌리를 잘라 햇볕에 말려 목방기(木防己)라는 이름의 약재로 쓴다. 댕댕이덩굴로 만든 한약재는 해열, 이뇨, 신경통에 쓴다.
댕댕이덩굴의 튼튼하고 가는 줄기로는 바구니나 소쿠리를 만든다. 옥수수나 감자 등을 담아두던 댕댕이덩굴 바구니는 아주 가볍고 정감이 있는 그릇이다.
속담에 ‘항우장사도 댕댕이덩굴에 걸려 넘어진다’는 옛말이 있다. 작고 보잘것없다고 해서 깔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리킨다. 실제로 강가나 숲길을 무심코 걷다 댕댕이덩굴에 걸리면 그대로 넘어지고 만다.
몇 해 전에 고향마을에 찾아가 고향 친구들과 고기잡이를 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제는 옛날의 자연스런 고향 풍경이 아니었다. 작은 내의 수량은 댐에 막혀 바짝 말라 버렸고 큰 내의 모습은 옛날 그대로이나 공장폐수 농약 등의 오염으로 물빛이 흐려져 있었다. 고향 사람들도 이제는 큰 내 작은 내에서 물고기를 잡아 천렵을 하지 않는다. 그 까닭을 물으니 한번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온몸에 붉은 반점이 돋는다고 하였다.
‘초복 날 작은 내 다리 밑으로 와라. 거기서 멍멍이 끓여 놓고 기다릴게’
큰 내와 작은 내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의 자동차 굉음이 귓가에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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