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건설 맞서 자연 지킴이로 나선 홍천 갈마곡리 이재순씨
하늘다람쥐, 까막딱따구리 사는 곳 후대에 남길 터
» 강원도 홍천군 갈마곡리의 자연을 골프장에 내줄 수 없다는 고향 지킴이 이재순씨가 해맑게 웃는다.
강원도에는 골프장이 많다. 2011년 기준으로 운영 중인 골프장이 41곳, 건설 중이거나 추진 중인 곳이 41 곳으로 여의도 면적의 18배나 된다. 경기도 다음으로 골프장이 많다. 특히 경춘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서울과 가까와진 홍천군에는 운영 중인 골프장 2곳, 공사 중인 골프장 4곳, 인허가 추진 중인 골프장 9곳 등 그야말로 골프장 군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 갈마곡리 계곡에 펼쳐진 농경지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환경성 검토와 산림 조사의 부실, 주민들의 수해 위험, 하천의 건천화. 친 환경 농업의 어려움, 마을 공동체의 파괴 등등….
이런 문제를 제기하며 골프장 반대운동을 펼쳐오고 있는 곳이 홍천군 갈마곡리이다. 지난 6월19일 이곳 지킴이 이재순씨의 요청으로 조류 조사차 들렀다.
» 갈마곡리의 까막딱따구리.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이다.
우선 이재순씨를 만나기 전에 까막딱다구리 둥지로 가 보았다. 지난해와 다름없이 2마리의 새끼를 기르고 있었다. 정상적인 번식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지만 앞으로 골프장이 추진되면 번식지가 온전할까 걱정이 된다.
» 야산과 논 습지는 다양한 생물들이 번성하는 터전이 된다.
홍천군청 정문에서 이재순씨를 만났다. 아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화장기 없이 검게 탄 얼굴에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3월에 하늘다람쥐 조사를 하고 1년만이다. 이재순씨는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사는 소박한 산골 여인이다.
» 갈마곡리의 하늘다람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이다.
무관심하게 지내던 어느 날 골프장 반대운동을 하는 노인분들을 목격하면서 자연경관 훼손에 대한 심각성을 깊게 느끼게 되어 여린 여인의 몸으로 갈마곡리 지킴이로 본격 나서게 되었다.
» 2011년 3월17일 삭발을 하고 시위에 나선 이재순씨와 주민들.
그는 후손한테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 최종 선택이라며 자연보전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2011년 3월17일 삭발과 단식 농성시위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집단폭행죄, 퇴거 불응죄로 홍천군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황이다.
» 갈마곡리 농경지에서 쉬고 있는 원앙.
» 골프장 건설을 막아내기 위해 상의 중인 주민들.
» 주민들은 인근 야샨의 새둥지들이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다며 사업자를 의심하고 있다.
이재순씨는 강원도청 앞에서 시위를 하며1~2시간을 자면서 고통을 견디었을 때와 80~90대의 노인분들을 고생시키면서 춘천경찰서에 끌려갔을 때가 힘들었노라고 말한다.
» 마을 개울의 다슬기
» 물달팽이
» 물두꺼비
» 물자라
또한 이 일을 하면서 공직자들이 주민 편이 아니라 골프장 사업자들의 입장에 서 있는 것 같아 가장 안타깝다고 말한다. 또 싸움 과정에서 가정을 돌보지 못한 일도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 대륙종개
» 버들치
» 산개구리
» 무당개구리
갈마곡리의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해 가족 모두 1년간 농사를 포기를 했다. 하지만 남편과 아들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다. 남편 이만석씨는 부인의 일에 무조건 협조적이다. 건강을 해칠까 우려하고 있을 뿐이다. 과로한 탓에 쓰러진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아들 둘은 어머니의 신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에게 소주 한잔으로 피로를 푼다.
» 장독대도 갈마곡리 계곡에서 자연의 일부로 다가온다.
» 무쇠솥 손잡이에 앉은 딱새 암컷.
» 이재순씨 집 신발장에 딱새가 둥지를 틀어 암수가 먹이를 나르고 있다.
» 딱새와 신발, 먹이를 먹이는 수컷
» 먹이를 보채는 딱새 새끼.
그는 다시 말한다. 자연을 지키고 싶은 마음과 후손들한테 좋은 자연을 물려주고 심은 마음 뿐이라고. 골프장사업은 개인 사업인데, 이 사업으로 후손들들을 망치게 할 수는 없다고.
» 갈마곡리의 물까치
» 곤줄박이
» 갈마곡리 계곡에 서 있는 가로등 틈새에 둥지를 만든 곤줄박이.
그는 골프장 인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하고 있는 중이다. 8월24일 재판이 열린다고 한다. 힘겹고 외로운 싸움이지만 고향을 지킬 수 있다는 강한 의지가 그에게 있었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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