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신비·환경

신경 집중된 발바닥 … 건강 피서법 탁족

자운영 추억 2012. 7. 28. 17:42

[중앙일보] 입력 2012.07.28 02:23 / 수정 2012.07.28 02:26

요즘 날짜를 음력으로 계산하면 6월 초순에서 중순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해당된다. 음력 6월을 달리 부르는 말 중에 ‘홍염(烘炎)’이 있다. 화톳불이 이글거리는 듯한 불꽃더위를 가리키는 말로 최근 이어지는 폭염을 생각하면 꼭 들어맞는 별칭인 셈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선조들은 탁족(濯足)과 복달임으로 이겨냈다. 탁족은 산간 계곡의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쫓는 것으로 선비들이 즐기던 여름나기 법이기도 하다. 발은 온도에 민감한 부분이고 특히 발바닥엔 신경이 집중돼 있어 찬물에 발만 담가도 온몸이 시원해진다. 또 흐르는 물은 몸의 기(氣)가 흐르는 길을 자극해 주므로 건강에도 이롭다. 자연친화적이고 소박한 건강 피서법인 셈이다.

 서민들은 계곡에서 발을 담그거나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고 몸을 보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이를 복달임 또는 복놀이라 한다. 더위에 허해진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택한 음식은 개장국·삼계탕·팥죽·민어찜 등이다. 입으로 호호 불며 먹어야 하는 뜨거운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밖의 열기를 이겨내는 ‘이열치열(以熱治熱)’ 방식을 택한 것이다.

 다음 주에도 전국적으로 폭염이 예고돼 있다. 여름엔 땀도 흘리고 더위를 경험해야 가을에 기(氣)를 거둬들여 더 건강해진다는 한방 이론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