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딱따구리 둥지에 보금자리, 어미 임신 출산 육아 헌신
첫째부터 줄줄이 세상 밖 첫 나들이, 세수도 알아서 척척
숲에 깃든 동물에게 5월과 6월은 결실의 계절입니다.
동물들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낳아 키워내는 과정에 동행하다 보면 삶의 모습이 많이 바뀌게 됩니다. 적어도 세상을 적당히 살지는 못합니다. 저들이 새 생명을 완성하는 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간절함이기 때문입니다.
저들은 허투루 소비하는 시간이 하나도 없습니다. 순간 순간마다 최선을 다합니다. 포기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저들은 새로운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자신의 생명조차 아낌없이 던집니다. 그리고 그 순간조차 잠시의 주저함마저 없습니다.
3월 초순, 딱따구리가 사용하다 새 둥지로 옮기며 생긴 빈 둥지에 다람쥐 하나가 뽀송뽀송 마른 낙엽을 물어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새끼들을 낳아 키울 폭신한 바닥 재료로 삼을 요량이었을 것입니다.
가능하면 보금자리가 있는 나무 가까이 가지 않으려 했고, 꼭 지나야 한다면 가만가만 나름 조심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두 달하고도 보름이 지난 5월 중순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이제는 때가 찼는데 하며 며칠을 기다리니 드디어 어린 다람쥐 하나가 둥지 밖으로 고개를 빠끔히 내밉니다.
약 75일 정도의 시간에 어떻게 저런 온전한 생명이 완성될 수 있는 것인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에 있었을 어미 다람쥐의 간절함은 가물가물 헤아릴 수 있으며 고개도 저절로 숙여집니다.
둥지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세상과 첫 만남을 하였으니 이제는 둥지 밖으로의 첫 나들이가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첫째가 나들이에 나서면 둘째, 셋째, 넷째도 뒤를 따를 것이 틀림없습니다.
숲의 작은 새들도 그렇고 다람쥐와 하늘다람쥐 역시 첫째가 보금자리를 나서면 동생들은 모두 꼬리를 잇듯 뒤를 따릅니다. 새 생명들도 어미가 그랬던 것처럼 모두에게 때가 차기를 가만히 기다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첫째가 고개를 내밀고 세상과 마주합니다.
▲첫째는 둥지를 나섰고, 둘째가 고개를 내밉니다.
▲첫째와 둘째가 둥지를 나섰고, 셋째가 고개를 내밉니다.
▲첫째와 둘째는 벌써 둥지를 많이 벗어났고, 셋째부터 다섯째의 모습이 보이며 여섯째가 둥지 입구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둥지를 많이 벗어난 첫째는 스스로 먹이를 찾아 먹고 있습니다.
▲둘째 역시 둥지를 벗어나 신나게 세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 다람쥐는 모두 6남매입니다.
▲엄마 다람쥐는 훌쩍 커버린 어린 다람쥐들의 새 침구를 마련하느라 낙엽을 나르기에 분주합니다.
▲6남매를 키워내느라 수척해진 엄마 다람쥐의 모습입니다.
글·사진 김성호/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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