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신비·환경

당신 눈앞의 새는 어린 공룡

자운영 추억 2012. 6. 2. 19:01

조홍섭 2012. 0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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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공룡 특징인 짧은 얼굴, 큰 눈과 뇌 성체 새가 간직

'새는 살아있는 공룡' 주장 뒷받침, <네이처>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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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초원에 서식하는 뱀잡이수리. 새는 살아있는 공룡이란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문이 나왔다. 사진=케빈 로, 위키미디어 코먼스.

 

2억년 가까이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이 6500만년 전 소행성 충돌과 함께 멸종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고생물학자들은 공룡의 지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새는 가장 성공한 척추동물로 꼽힌다. 개체수는 인간과 가축에 미치지 못하지만 종이 다양해 1만 종 이상이 지구 구석구석의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새는 티라노사우루스나 벨로시랍토르 같은 조각류 육식공룡의 직접 후손이기 때문에 공룡의 일종이라는 게 고생물학자들의 주장이다. 사실 새는 다른 척추동물과는 너무나 다른 특징을 지녀 이를 설명하려는 생물학자들의 애를 먹였다. 예컨대 깃털과 비행, 목과 가슴 사이의 브이 자 모양 위시본은 다른 척추동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수각류 공룡의 특징이란 사실은 이들의 골격, 알, 부드러운 조직의 화석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잘 밝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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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쥐라기 박물관에 전시된 벨로시랍토르 모형.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와 달리 깃털로 뒤덮인 모습이 이채롭다. 사진=노에미 가르시아,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렇다면 작고 가벼운 몸으로 깡총거리며 씨앗을 쪼는 참새와 버스 만한 몸집에 날카롭고 억센 송곳니를 지닌 티라노사우루스가 어떻게 친척이 될 수 있을까. 공룡은 주둥이가 튀어나와 있고 이가 나 있는 반면 새는 얼굴이 납작하고 부리가 있으며 눈과 뇌가 크다. 미국 하버드대 과학자들이 <네이처> 최근호에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이 대학 아르카트 아브자노프 생체 및 진화생물학 교수와 박사과정 학생인 바르트-안잔 불라르는 27일치 잡지에 실린 논문에서 새는 발달을 멈춘 어린 공룡이란 주장을 폈다.
 

연구진은 최초의 공룡부터 모든 시기의 공룡 성체와 어린 개체의 두개골을 시티로 조사해 수백만년 동안 두개골이 어떻게 변했는지 추적하는 한편 그 결과를 현생 조류와 악어 등과 비교했다. 그랬더니 어린 공룡은 현생 조류의 골격 특징인 짧은 얼굴과 큰 뇌와 눈 공간을 갖추고 있음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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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각류 공룡의 진화 계통도. 맨 위 악어로부터 갈라져 가장 아래 조류로 이어진다. 사진=바르트-안잔 불라르 등,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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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개체(왼쪽)와 성체의 두개골 형태 비교. b. 악어 c. 초기 공룡 코엘로피시스 d. 시조새. 시조새와 현생 조류에선 어린 개체와 성체 사이의 형태 차이가 거의 없다. 사진=바르트-안잔 불라르 등, <네이처>.

 

연구진은 논문에서 “새는 후손이 조상의 어린 시절을 닮는 진화를 통해 공룡으로부터 진화해 나왔다”고 밝혔다. 무언가의 이유로 발달 속도가 달라지면서 전혀 다른 성체가 진화했다는 것이다.
 

새는 이르면 12주면 어린 새끼가 번식에 나설 만큼 성적 성숙 속도가 빠르다. 연구진은 조류의 이런 빠른 발달이 성숙하는 데 몇 년씩 걸리는 공룡과 차별되는 점이라고 밝혔다. 새는 성적 성숙 기간을 앞당김으로써 어린 공룡의 특징을 성체 때까지 유지하는 진화를 이룩한 것이다. 뇌와 눈을 위한 공간이 큰 유아의 형태는 새들이 비행을 위한 뛰어난 시각과 이를 처리하기 위한 비대한 시각중추를 확보하기 위한 공간을 제공했다.
 

공동저자인 아브자노프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이제 우리는 새와 공룡의 관계를 훨씬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당신 눈앞에 새가 있다면 우리는 사실 어린 공룡을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후손이 조상의 어린 시절을 닮는 진화는 조류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니며 사람의 진화에도 중요한 구실을 했다. 성인의 두개골 모습은 어린 침팬지의 두개골과 흡사해, 얼굴이 납작하고 뇌 공간이 지나치게 크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irds have paedomorphic dinosaur skulls
Bhart-Anjan S. Bhullar, Jesus Marugan-Lobon, Fernando Racimo, Gabe S. Bever, Timothy B. Rowe, Mark A. Norell, Arhat Abzhanov
Nature (2012) doi:10.1038/nature1114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