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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광 우도'? 글잣수로 가리는 광어 감별법 종결자

자운영 추억 2012. 6. 7. 22:02

황선도 2012. 06.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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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도 박사의 물고기 이야기 ⑥ 조피볼락과 넙치

눈 위치가 '오른쪽' 3글자면 가자미, '왼쪽' 2글자면 광어

국민 횟감 우럭은 암초 매복 터줏대감…광어 배 검은 반점은 양식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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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옆에서 먹이를 노리는 조피볼락(우럭). 사진=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김대권 제주지사장.

 

왕눈이 주걱턱에 우직하게 생긴 암초 터줏대감


우리가 즐겨먹는 ‘우럭’의 표준말이 ‘조피볼락’인 것은 ‘광어’를 ‘넙치’라고 불러야 하는 것처럼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표준말과 더불어 언어의 사회성 측면에서 보면 많이 알려진 이름도 통용어로 사용되길 개인적으로는 희망한다. 물고기 한 종에 다른 두 이름의 유래를 살펴보면 더욱 그러하다.

 

우럭은 서유구의 전어지에서 ‘울억어(鬱抑魚)’라 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데, 한자의 뜻으로부터 ‘억눌려 꽉 막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속담 중에 '고집쟁이 우럭 입 다물듯….'이란 표현은 입을 꾹 다물고 말도 않고 눈만 껌벅이는 답답한 상황을 묘사할 때 쓰는 말인데, 활동성이 적고 예민한 우럭이 잘 낚이다가 조류나 주변 여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답답할 정도로 입질을 하지 않는 데서 생긴 듯하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조피볼락을 ‘검어’, ‘검처귀’로 소개하면서 '언제나 돌 틈에 서식하면서 멀리 헤엄쳐 나가지 않는다'고 생김새와 습성을 잘 묘사하고 있다. 실제로 조피볼락은 어두운 곳을 좋아해 바위 밑이나 돌 주위에 주로 서식하며 몸 색깔은 대체로 회갈색이 많으나 서식환경에 따라 색깔이 다양하다.

 

조피볼락의 '조피(粗皮)'라는 말은 환경에 따라 변하는 조악(粗惡)한 피부(皮膚)에서 나온 말로 보인다. 어쨌튼 그 옛날 선인들은 어떤 사물에 이름을 붙일 때 이름만 들어도 그것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게 그들의 생김새와 습성을 묘사했음은 참으로 근거주의에 입각한 과학적 방식이었으니 감탄스럽다.

 
조피볼락을 포함한 볼락류는 분류학상 양볼락과에 속하며, 우리나라에 43종, 세계적으로는 400종이 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볼락’은 물고기 한 종의 이름(고유명사)으로 이를 대명사로 쓸 수는 없다. 그래서 유사한 종류들을 함께 지칭할 때는 끝에 ‘~류’를 붙인다. 이런 이유로 ‘볼락류’라 하면 ○○감펭, ○○볼락, ○○쏨뱅이, 쑤기미 등을 다 포함한다.

 

우리가 볼락류와 비슷한 종류로 알고 있는 노래미류는 쥐노래미과에 속하고, 삼세기는 삼세기과에 속하여 분류학상으로 양볼락과 볼락류와는 구분되지만, 더 넓은 범위에서 보면 이들 모두는 성대류, 양태류, 횟대류, 꺽정이류, 꼼치류와 같이 억센 가시를 가지거나 ‘어글리’하게 생긴 놈들이 모두 쏨뱅이목으로 분류되어 비슷하게 보인다.

 

그런데, 어민들이 ‘범치’라 부르며 “가시에 한번 쏘이면 애미, 애비도 못 알아본다”고 하는 쑤기미와 이름이 와전되어 ‘삼식이’라고 우스꽝스럽게 불리고 또는 몸에 얼룩무늬를 보고 연상된 ‘예비군’이라고 부르는 삼세기는 그 생김새가 형제와 같이 비슷한데, 실제는 양볼락과와 삼세기과로 분류계통상 결코 가깝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못 생겨도 맛은 좋다는 속설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필자는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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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고기의 대표 선수인 양볼락과의 쑤기미(위)와 삼세기과의 삼세기. 사진=김병직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조피볼락은 우리나라 전 연안 수심이 얕은 암초 사이에 주로 살아 암초지대 터줏대감으로 불리며 대중적인 낚시 대상종이다. 대부분의 볼락류가 다 그렇지만, 조피볼락은 몸에 비해 머리가 크고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며 아래턱이 위턱보다 상당히 튀어나온 주걱턱 모양을 하고 있다. 등지느러미에는 강한 가시가 뻗쳐있어 기운차 보인다.


우럭이 서해 대표 양식어종이 된 까닭
  

조피볼락은 1980년대에 이미 일본에서 양식어종으로 개발되었는데, 겨울철 수온이 낮은 우리나라 서해에서도 월동이 가능하다하여 1980년대 후반에 종묘생산에 성공한 뒤로 대표적인 서해안 양식 어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양식이 본격화되었음에도 조피볼락의 생태에 대한 연구가 없던 터에 필자는 1995년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에서 조피볼락의 성장에 관한 조사를 하였다. 조피볼락은 대부분의 온대성 어류와 달리 수온이 낮은 겨우내 성장이 빠르다가 6~7월 수온이 높아지면서 여름에는 먹이를 잘 먹지 않고 성장이 느려진다는 사실을 밝혀 조피볼락이 추운 겨울철 월동기에도 성장한다는 것을 뒷받침하게 되었다.

 

5월이면 새끼 산출도 끝나고, 여름이 되면서 성장도 느려지는 것을 봐서는 수온이 조피볼락의 생리리듬을 좌우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석에는 나이테가 잘 구별되어 1년에 17㎝ 정도 커 초기성장이 매우 빠르며, 수명은 6년 이상으로 최대 45㎝ 이상까지 자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반면에 서해보다 겨울 수온이 더 높은 남해에서는 조피볼락의 성장이 서해보다 느려 조피볼락이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냉수성 어종임을 입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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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대물’ 우럭. 김원봉(서울 마포구 공덕동)씨가 2009 서해 태안 앞바다에서 낚았다. 20살 이상된 성체로 이런 대물은 극히 드물다. 국내 최고 기록은 70㎝이다.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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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피볼락의 머리에 들어있는 이석. 해마다 하나씩 늘어나는 나이테로 이 물고기는 6살임을 알 수 있다. 사진=황선도.


■ '열길 물속'을 어떻게 아나
  

바닷가 현지에서 또는 빌딩 숲 도심의 횟집에서 돈만 주면 생선회를 먹을 수 있지만 사실 그곳까지 생선회가 오기까지 보이지 않는 많은 노력이 숨어 있다. 가까이는 횟집 주방장의 칼 잡은 손이 그 첫째일 것이고, 격랑의 바다에서 고기를 잡거나 양식장에서 노심초사하며 생물을 키우는 어업인들이 그 둘째요, 그 수산자원을 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조사하고 연구하는 연구자와 수산행정가들의 숨은 노력이 그 바탕을 이룬다.

 

필자는 수산자원 전문가로서 태안 시범 바다목장 해역에서 조피볼락과 쥐노래미의 자원평가를 위한 조사를 하다 생긴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수산자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어디에 어떤 물고기가 얼마나 있느냐를 아는 것이 근간이다.

 

옛말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고 하였다. 그러나 물속 사정을 아는 것도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바닷속에 있는 물고기 자원량을 추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그리고 복잡한 방법들이 동원된다. 그중에 하나인 ‘표지 및 재포조사(capture & recapture method)’에 관한 이야기다.

 

아마 중·고등학교 다닐 때 수학책 끝 부분에 나오는 통계를 공부한 적이 있을 것이다. 흰 구슬과 검은 구슬이 들어있는 보이지 않는 주머니에서 구슬을 반복해서 꺼내 보면서 주머니 속 구슬의 개수를 알아 맞히는 문제가 있었다. 이와 같은 통계학적 원리를 이용해서 바닷속 물고기를 잡아 표지를 붙인 다음 다시 놓아주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채집을 하여 표지가 붙은 물고기가 얼마나 잡히나 세어 바닷속에 그 물고기의 전체 개체수를 어림하는 방법이다.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학이라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기에 더는 복잡한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 다만 실험중에 신기한 것을 보았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표식을 달기 위해 통발이라는 어구를 이용해 조피볼락을 살아있는 채로 잡아 올려 뱃전의 물통에 넣었더니 복어처럼 배가 부풀면서 배가 하늘로 뒤집혀 있는 게 아닌가. 저층에 사는 조피볼락이 표층으로 끄집어져 올라오면서 수압의 차이로 뱃속으로 공기가 들어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표지를 붙여 놓아주어 봤자 물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갈매기 밥이 될 것이 뻔한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이때 우리 일을 도와주던 갈매기호 선장님이 주사바늘 하나를 꺼내 가지고 오더니 조피볼락 가슴지느러미를 젖히고 침 한방을 놓았더니만 축구공에서 바람 빠지듯 피시식. 침을 맞은 조피볼락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생하게 헤엄치며 돌아다녔다. 소설 동의보감에 나오는 유의태의 ‘구침지회(九針之會)’를 보는 듯하였다.

 

단단한 땅에 익숙한 인간이 흔들리는 뱃전에서 일하는 것은 결코 익숙한 유희는 아니다. 그런 중에도 연구자들은 남들이 경험할 수 없는 이런 모습을 한번 볼 때면 현장에서 힘들었던 기억을 저 멀리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 연구자들은 또 바다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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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을 이용해 부풀어오른 배의 바람을 빼는 모습. 사진=황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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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량을 평가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통발을 이용해 조피볼락을 어획하는 모습. 사진=황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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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붙인 조피볼락. 사진=황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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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부착한 쥐노래미. 바다로 방류한 뒤 다시 포획되는 비율로 전체 개체수를 추정한다. 사진=황선도.
      
우럭 자연산은 회갈색, 양식은 흑갈색
  

조피볼락은 국내 가두리 양식어류 중 가장 생산량이 많아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주의할 점은 양식산을 자연산으로 속아 비싸게 살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조금만 신경쓰면 구별할 수 있는데, 자연산은 회갈색을 띠는 반면 양식산은 짙은 흑갈색을 띠고 있어 구분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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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 속의 양식산 우럭. 검은 빛깔이다. 사진=황선도.

 

회로서 조피볼락은 식감이 좋다. 생태학적인 뒷받침을 하자면, 냉수성인 조피볼락이 찬물에서 살아 육질이 단단해지고 쫄깃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최고의 식감을 느끼고 싶다면 아가미 뚜껑에 붙어 있는 볼살을 맛보시라. 운동량이 많은 부위 아닌가. 뿐만 아니라 회를 치고 남은 뼈를 넣어 만든 매운탕은 오히려 메인 요리가 될 수도 있다.

 

조피볼락의 사촌들, 황해볼락과 불볼락


조피볼락과 함께 서해에서 주로 사는 ‘황해볼락’이 있다. 서해에서 그물을 가지고 자원조사를 해보면 볼락류 중 조피볼락을 제외하고는 황해볼락이 그 다음을 차지하였다. 일반인들은 이놈을 보통 볼락이라고 부르는데, 볼락과는 다른 종이다. 황해볼락이 상대적으로 작아 조피볼락 새끼로 오인할 수도 있으나 색깔이 아주 달라 조금만 신경쓰면 구별하기 어렵지 않다. 조피볼락의 몸은 회갈색 바탕에 검은 점이 흩어져 있으나, 황해볼락은 연한 갈색 바탕에 등쪽에 어두운 반점이 있다.

 

황해볼락은 연안의 암초 지대에 조피볼락과 함께 살지만 먹이를 달리해서 거미불가사리나 따개비류를 주로 먹고 산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남해 연안에 주로 사는 볼락류가 있으니 그 이름은 ‘불볼락’이다. 몸은 담황색 바탕에 5개의 불규칙한 암갈색의 가로무늬가 있으며, 가슴지느러미가 붉은 것이 특징이다. 황해볼락과 구별하는데 걱정할 것이 없다. 두 종이 사는 곳이 달라 함께 잡힐 일이 없을 테니까.


낚시꾼들에 사랑받는 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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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물 위를 경계하는 겁 많은 물고기 볼락. 사진=최종인 J마린 대표.

 

남해에서는 불볼락과 함께 바다낚시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볼락은 수심 20~30m 연안쪽 암초에 10~20마리씩 무리를 지어 찰싹 달라붙어서 언제나 머리를 위로 하여 쳐다보고 있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 볼락은 한번 정한 서식처는 좀처럼 변동하지 않기 때문에 해마다 그곳을 찾아 낚시를 드리우게 되면 재미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낚시하는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이들 중 한 마리는 망을 보고 있다가 먹이가 있거나 적이 나타나면 즉시 동료들에게 알려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마리를 낚으면 같은 장소에서 계속해서 수십 마리를 낚을 수 있는데, 눈이 크면 겁이 많다고 하는 것이 바로 볼락을 두고 하는 말일 정도로 소심하여 이상한 소리나 진동과 같은 위험한 징후가 있으면 일제히 암초 사이로 도망쳐 숨어 버리는 습성이 있어 더 이상 낚을 수 없단다.

 

색깔은 낚는 장소에 따라 달라 태공들 사이에서는 흑볼락, 적볼락, 금볼락 등으로 구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어느 것이나 같은 볼락 한 종이다. 색깔이 다른 것은 서식장소에 따른 보호색으로 그 환경에 맞게 몸 색깔이 변하기 때문이며 보통은 회갈색이다. 육질은 백색으로 회, 매운탕, 구이 등으로 많이 먹고 있으며 특히 볼락 소금구이는 별미로 알 만한 사람들은 즐겨 먹는다. 
 

볼락은 알을 낳는 다른 대부분의 물고기와는 달리 11월~12월에 체내 수정하여 1~2월에 4~5㎜ 크기의 새끼를 물속에 낳는다. 그렇다고 포유류처럼 새끼를 낳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단단한 뼈를 가진 경골어류는 암수가 몸 밖으로 알과 정자를 내놓고 물속에서 수정을 하며 알에서 새끼로 깨어나는 부화 기간 동안 알속의 난황에서 영양을 공급받는 난생이다. 그러나 볼락류는 체내수정으로 수정난을 만들어 역시 체내에서 난황으로 부터 영양을 공급받아 키워져 어린 새끼로 산출하게 된다. 이를 난태생이라고 한다. 상어나 가오리 등의 연골어류가 역시 난태생에 속한다.


‘게르치’라 불리는 조피볼락의 경쟁자

 

‘쥐노래미’를 부산을 비롯한 경남지방의 횟집에서는 흔히 ‘게르치’로, 인천을 비롯한 경기, 충청 지방의 횟집에서는 흔히 ‘놀래미’라고 부른다. 외부형태는 ‘노래미’와 매우 닮았지만 몸의 옆구리에 있는 감각기관인 측선(옆줄)수가 노래미는 1개인데 비해 쥐노래미는 5개인 점이 다르다.

 

포항과 부산을 비롯한 남동해에서는 쥐노래미와 아주 비슷한 놈으로 ‘줄노래미’가 하나 더 있다. 둘다 옆줄이 5개라 이것으로도 구분할 수가 없다. 사는 주변 환경에 따라 체색이 다양하기에 색깔로도 구별하기 어렵다. 다만 형태적 차이가 하나 있어 쥐노래미는 꼬리지느러미가 직선으로 끊겨있거나 안쪽으로 약간 패여 있는데 비해, 줄노래미 꼬리지느러미가 둥글게 나와 있다. 이 정도면 친구들과 횟집에 앉아 게르치 한 접시 올려놓고 좀 잘난 척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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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노래미, 흔히 게르치나 놀래미라고 불린다. 사진=김병직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노래미류는 우리나라 전 연안의 바위와 해조류가 많은 연안에 세력권을 형성하고 서식하며, 행동은 활발하지 않고 배 부분을 바위나 돌에 접촉하여 생활하는 연안 정착성 어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필자가 바다목장 사업의 일환으로 쥐노래미 재포조사를 하였을 때, 조피볼락은 표지를 붙여 놓아준 곳에서 다시 잡혔지만 쥐노래미는 방류해준 곳이 아닌 곳에서 잡혀 계절이나 산란 등의 생활사에 따라 일정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산란기인 11~12월이 되면 수컷의 몸 빛깔은 짙은 노란색의 혼인색을 띠면서 암컷을 유혹하여 한 쌍의 부부가 된다. 산란장은 수심 20~30m 되는 해류 소통과 투명도가 좋은 암초 또는 자갈 지대의 해조류 줄기에 알을 덩어리로 붙여 놓는다. 최소 성숙나이(무리 중 절반이 처음 산란을 할 수 있는 나이)는 수컷은 1년, 암컷은 2년생으로 수컷이 1년 빠르며, 최소 성숙체장은 20㎝ 정도라고 한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 크기보다 작은 놈은 바다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자원보호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최상의 매너일 것이다. 많은 다른 어류는 산란 후 알을 보호하지 않으나, 쥐노래미는 부성애가 무척 강해 수컷이 새끼가 부화할 때까지 주위를 맴돌면서 지킨다. 그러나 자기 알에는 애정을 쏟으며 보호하지만 다른 쥐노래미가 낳은 알 덩어리는 습격해 먹어 치우는 습성이 있어 좀 이기적인 면이 있다.


쥐노래미의 날고기 색은 명태, 넙치 등과 같이 백색이지만, 다른 백색육 어류보다 지방이 많아 신선도가 좋은 활어를 회로 먹으면 담백한 맛과 함께 감칠맛이 나며 특히 여름에 맛이 좋다. 이외에 미역과 함께 국을 끓여 먹거나 소금을 쳐서 구워 먹어도 맛이 좋다. 양식을 하지 않고 있는 노래미류는 모두 자연산으로 인식되어 그런지 현지에서도 양식산이 많은 조피볼락에 비해 쥐노래미는 소위 ‘싯가’로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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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노래미. 사진=김대권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제주지사장.

 

뒷면에 검은 반점 있는 넙치는 양식산


넙치는 ‘넓다’라는 단어와 물고기를 뜻하는 ‘치’라는 단어가 합쳐 ‘몸이 넓은 물고기’라는 뜻이나, 일반인은 넙치보다는 한자말인 광어(廣魚)를 흔히 쓴다. 몸 빛깔은 눈이 있는 쪽은 암갈색 바탕에 유백색의 둥근 반점이 흩어져 있으며, 눈이 없는 쪽은 백색이다. 그런데 요즘 바닷가에서 낚시를 해보면 눈 없는 쪽에 흑색 반점이 있는 넙치를 간혹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인공종묘가 방류되어 자란 것으로 보면 된다.

 

이 흑색반점이 생기는 이유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는데, 성장을 빠르게 만들기 위해 수온을 조절하거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좁은 양식 수조에 많은 물고기를 넣어 기르는 밀식 때문이 아닌가 하는 설이 있다. 바다에서 잡힌 흑반 있는 넙치는 종묘 시기에 방류하여 바다에서 성장한 것으로 자연산과 다름없는데, 일반인들은 양식산으로 오해하여 선호하지 않는 바람에 가격이 낮은 이유가 된다.

 

그런가 하면 이러한 흑반은 종묘 방류한 넙치가 시간이 지난 후 자연상태에서 태어난 넙치와 어떤 비율로 있는가를 알아보는 종묘 방류 효과 조사를 할 때 자연표지로 이용되기도 한다. 서해수산연구소의 강덕영 박사는 인공종묘에서도 이 흑색 반점이 생기지 않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제는 어업인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기술보급 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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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강도다리(위)와 검은 반점이 있는 강도다리. 사진=강덕영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박사.

 

넙치는 가자미와 함께 눈이 한쪽으로 쏠려 있어 비슷하나 구별하기 헷갈려서 이들의 구별법이 회먹는 사람들의 얘깃거리에 꼭 등장한다. 넙치와 가자미를 구별하는 방법으로 눈의 위치를 기준으로 삼아 ‘우 가자미, 좌 넙치’(또는 좌광 우도)라 하여 구별하지만, 헷갈리기 쉽다.

 

여기서 필자만의 구별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물고기에 올라탔다고 상상하고, 오른쪽에 눈이 위치하면 글자수 3자(오·른·쪽)인 ‘가자미’이고, 왼쪽에 있으면 2자의 글자수(왼·쪽)인 ‘넙치’라 생각하면 쉽다.

 

넙치나 가자미 모두 갓 부화한 새끼의 모습은 보통 물고기와 같이 눈이 양쪽에 하나씩 붙어 있으나, 몸 길이 10㎜ 정도로 성장하게 되면 눈이 이동하는 변태를 하게 된다. 이때 넙치 종류들은 오른쪽에 있는 눈이 왼쪽 눈 옆으로 이동하며 저서생활로 들어간다.

 

가자미 종류들은 반대로 왼쪽 눈이 오른쪽 눈 옆으로 이동하게 된다. 헤겔이 말한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는 명제를 따라, 생물 개체의 발달 과정에서 양쪽에 있던 눈이 한쪽 방향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진화 과정에서도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어 왔다. 그런데 얼마전 세계적인 과학잡지인 <네이처>에 눈이 몸의 좌우측 중간에 위치한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논문이 실려 이 추측이 사실로 입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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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 물고기를 올라탄 위치에서 눈이 왼쪽에 위치해 있다. 사진=김병직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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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치 가자미. 사진=김병직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 광어회 최고 부위는 배받이살
  

넙치는 식감이 좋고 맛이 담백하여 최상의 횟감으로 치는 고급 어종이어서 값이 만만치 않아 한때 서민들이 회를 먹을 수 없을 만큼 귀하신 몸이었다. 그러나 돈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해내는 우리의 수산양식 기술자들이 인공종묘를 개발해 내고 대량양식에 성공함으로써 우럭과 함께 이제는 누구나 손쉽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국민 횟감이 되었다.

 

그렇다고 회 맛까지 싸구려가 되었다고 하면 넙치가 몹시 자존심 상해할 것이다. 특히 미식가들은 넙치의 담기골살(일본말로는 엔삐라 또는 엔가와라 부름)을 진미로 친다. 담기골살이라 함은 등지러미와 배지느러미를 받치고 있는 담기골에 붙은 살을 말하는데, ‘날갯살’ 또는 ‘배받이살’이라고도 부른다. 

 

담기골살 속에는 다른 부위보다 콘드로이틴과 고도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맛이 고소하고, 또한 이 부위는 지느러미 움직임이 많아 살이 탱탱하여 쫄깃함이 훨씬 좋아 씹히는 식감을 즐기는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만 하다.

 

넙치는 횟감으로 너무 큰 것보다 2~3㎏ 정도의 것이 적당하며, 표면이 매끄럽고 살이 투명하며 흰색이면 신선한 것이다. 측편형인 넙치는 보기와는 달리 물고기 총 무게에 비해 포로 떠지는 살이 방추형인 우럭보다 더 많아 경제적이다. 회를 치고 남은 뼈는 매운탕보다는 싱건탕으로 먹는 것을 권한다. 거기에 미역을 넣어서 말이다. 예로부터 임산부의 산후 조절에는 미역국에 넙치를 넣어 끓여 먹는 것을 제일로 여겼다고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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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산 넙치. 넓적한 몸이지만 방추형 우럭보다 살이 더 많다. 사진=황선도.
 
도다리 눈은 오른쪽, 강도다리는 왼쪽

 

가자미목 어류는 분류체계가 복잡해서 동정하기 참 까다롭다. 왼쪽에 눈이 있는 넙치류에 풀넙치과, 둥글넙치과, 넙치과가 있고, 오른쪽에 눈이 있는 가자미류에는 가자미과 하나로 분류된다. 그런데 여기서 둥글넙치과에 속하는 어류 중에는 눈은 왼쪽에 있는데 이름에는 ○○가자미라고 붙어 있어 헷갈린다.

 

더욱이 우리에게 ‘봄 도다리’로 잘 알려진 그 ‘도다리’는 가자미과에 속해 오른쪽에 눈이 있는데, 같은 가자미과에 속하지만 유일하게 눈이 왼쪽에 있는 가자미류로 ‘강도다리’란 놈이 있으니 형태만 가지고 구별을 할 수 밖에 없는 일반인이 분류체계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가 않을 듯싶다.
  

또한, 우리가 박대나 서대라고 부르는 놈들은 가자미목에는 속하는 어류지만 넙치류나 가자미류와 달리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꼬리지느러미와 합쳐져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눈이 오른쪽에 있는 서대류는 납서대과로, 그리고 눈이 왼쪽에 있는 서대류는 참서대과로 분류되어진다. 여수에서 먹는 서대회는 주로 개서대고, 군산에서 박대라고 부르는 말린 건어물은 참서대로 서대류 역시 구분하기가 어렵다. 같은 크기에서 참서대 옆줄에 있는 비늘의 수가 박대보다 적어 상대적으로 참서대가 박대보다 비늘이 큰 것으로 간단히 구별하기도 한다.

 

황선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