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돌이의 미래, 터키 큰돌고래 톰과 미샤 지난 9일 야생 방사
6년만의 자유 만끽, 숭어 사냥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터키 히사뢰뉘 앞바다의 가두리에서 야생 적응 중인 톰과 미샤. 사진=제프 포스터.
터키의 큰돌고래 톰과 미샤와 마침내 바다로 돌아갔다. 야생 적응 훈련 끝에 야생 방사된 것이다. 두 돌고래는 이틀 동안 고향 바다로 140㎞ 이상 헤엄쳐 나아갔다.
지난 12일 톰과 미샤의 야생 방사를 주도한 영국의 동물보호단체 '본프리'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톰과 미샤가 48시간 동안 고향 바다 쪽으로 100마일 이상을 헤엄쳐 갔습니다. 너무 빨리 헤엄쳐서 이들을 추적하는 배가 따라잡지 못할 정도입니다."
본프리는 톰과 미샤의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본프리는 야생방사 전에 두 돌고래의 등지느러미에 위치 추적기를 달았다. 휴대전화 크기의 이 장치는 위성과 VHF 방식으로 두 돌고래가 있는 위치 정보를 보내 오고 있다.
■ 톰과 미샤가 바다로 나아가는 장면(동영상=유튜브, 본프리)
현재까지 두 돌고래는 순조롭게 바다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생에서의 자립 능력, 즉, 산 생선을 잡아먹는 게 확인됐고, 다른 돌고래와 접촉하는 것도 목격됐다.
미국의 뉴스채널 <시엔엔>은 톰과 미샤의 야생방사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해양포유류 학자 제프 포스터의 말을 빌어, 두 돌고래는 포획되기 전 무리와 함께 살던 터키 이즈미르 앞바다로 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다만 기상 악화로 위치 확인 작업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생방사 직후 본프리 야생방사팀의 카메라에 잡힌 톰과 미샤. 등지느러미에 위치추적기가 달려 있다. 사진=본프리.
톰과 미샤는 지난 9일 터키 히사뢰튀 앞바다에서 역사적인 항해를 떠났다. 연구팀 잠수부들은 이날 두 돌고래가 적응훈련을 받은 가두리의 문을 열었다. 돌고래들은 곧바로 빠져나가지 않았다. 영화 <프리윌리>의 주인공 범고래 '케이코'의 야생방사 등에 관여한 세계적인 해양포유류학자인 제프 포스터가 말했다.
문을 열고도 15~20분 동안 톰과 미샤는 밖으로 나가길 주저했죠. 매우 조심스러운 녀석들이거든요"
하지만 이내 바다로 나간 돌고래들은 곧바로 숭어를 잡아먹는 게 목격됐다. 또한 두 돌고래 주변에서 등지느러미가 떠오르는 것도 관찰됐는데, 이 지느러미는 톰과 미샤가 아닌 다른 돌고래의 지느러미였다. 제프 포스터가 말을 이었다.
다른 돌고래와 어울리는 거였어요. 야생 방사 직후 4~5시간 동안 톰과 미샤는 산 생선을 쫓고 다른 돌고래들과 어울린 거죠. 기대했던 바 이상입니다"
▲야생방사 이후 톰과 미샤의 이동경로를 붉은 선으로 표시한 지도. 그림=본프리.
톰과 미샤는 여러모로 서울대공원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야생 방사 성공 여부를 가늠케 하는 사례다. 12살 안팎으로 추정되는 두 돌고래는 2006년께 터키 앞바다에서 잡혀 수족관에 전시되면서 '돌고래와 수영하기' 프로그램에 동원됐다.
2010년 9월 본프리가 야생 방사를 위해 건네받았을 때, 이들의 건강은 극도로 안 좋은 상태였다. 이후 본프리는 터키 히사뢰뉘 앞바다에 가두리를 설치하고 두 돌고래에게 인간 접촉을 차단하고 산 생선을 먹이는 야생적응 훈련을 시켰다.
지난 3월 본프리의 앨리슨 후드 캠페인국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곧 산 생선으로 먹이를 바꿔 줄 예정"이라며 "몸 조건이 만들어지는 대로 야생 방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돌고래 야생방사의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가 수족관 수용 기간이다. 일반적으로 수용 기간이 길수록 야생 습성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야생 방사가 어려워진다. 제돌이는 2009년 5월 제주 앞바다에서 잡혔고, 내년 여름께 야생 방사 적응 훈련을 거쳐 방사할 예정이다.
수족관 수용기간은 4년으로, 톰과 미샤의 6년보다 짧아, 더 좋은 조건에서 방사되는 셈이다. 하지만 수족관 수용 기간보다 해당 돌고래의 성격이 야생 방사 성공을 더 좌우한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돌고래일수록 야생에 더 빨리 적응한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아직 톰과 미샤의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본프리도 섣부른 예단을 경계하고 있다. 다만 이번 야생방사는 내년 방사 예정인 제돌이에게 좋은 학습 기회가 될 수 있다. 야생방사를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와 서울대공원이 톰과 미샤의 사례를 집중 연구해 제돌이 야생방사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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