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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찔레꽃이 바꾼 인생 - 소리꾼 장사익

자운영 추억 2012. 5. 7. 23:09

 

 

 

나마음

 

 우리의 소리 

 

 

 

 찔레꽃이 바꾼 인생, 장사익  - 소리꾼 장사익



찔레꽃이 바꾼 인생, 장사익  - 소리꾼 장사익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5년 동안 갈아치운 직업만 열네 개.
그 어떤 분야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남자는 거세된 수컷과 같았다.
못견디게 외로울 땐 고향에서 장구를 치던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도 국악을 하고 싶었다.
사물놀이패를 따라다니며 태평소를 불었다.
모두가 미쳤다고 손가락질 했다.

햇살이 유난히 밝던 5월의 어느 날.
남자는 집 앞 화단에 흐드러진 장미를 바라보며 행복했다.
아름다운 외양에 은은한 향기라니.
그는 향기에 취하고 싶었다.

코를 가까이 댔지만 꽃에선 아무 냄새도 없었다.
향기는 장미 뒤에 숨은 찔레꽃에서 흘러나왔다.
남자는 생각했다.

“이게 내 모습이구나...
화려한 장미에 가려진 볼품없는 외양이라니….

”지난 세월을 생각하니 눈물이 절로 났다.
남자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집에 돌아와 시를 썼다.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시에 음을 붙이니 노래가 됐다.
감정을 실어 노래를 불렀다.
그가 부른 노래는 수많은 장년층의 사랑을 받았다.

무대마다 관객이 넘쳐났다.
그는 무심하게 말했다.

“못난 찔레꽃이 내 인생을 바꿨네요.”
동화 같은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은 소리꾼 장사익이다. 

전 공연 매진을 기록하는 이 남자는 스무 살의 빅뱅도,
서른 살의 이효리도 부럽지 않다.

 


 

◆장사익의 마지막 공연

 

 

그의 꿈을 물어볼 차례다.

그는 몇년 전에 보았던 노대가(老大家)의 마지막 공연을 떠올렸다.

죽음을 앞둔 어느 한국 무용가가 제자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공연에 나섰다. 막이 오르자 조명이 들어왔다. 무대 가운데

의자가 놓였다. 제자들이 무용가를 부축해 무대로 올려놓았다.

 

관객은 숨 쉬기 힘들었고 무용가는 서 있을 기력조차 없었다.

그는 결국 의자에 앉았다. 천천히 음악이 흘렀다.

대가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움직임도 못했다,

관객이 웅성거리고 음악이 절정으로 치달을 무렵.

노대가는 고개를 번쩍 하고 들었다..

 

그리곤 양 손을 날개처럼 쭉 하고 펴더니 아름다운 춤사위를 단 한번,

덩더쿵 하고 보여줬다. 보는 이들이 아! 하고 탄식을 내지르는데

무용가는 의자를 붙잡고 무대에 쓰러졌다. 그걸로 끝이었다.

장사익은 공연을 보고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했다.

 

“70살이 넘고 80살이 넘으면 꼬부랭이가 되고 힘도 없겠죠?

그래도 욕심은 90살까지 하는 거예요. 무대에서 비틀비틀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어떤 노래를 부를까 생각하면

너무나 신비롭고 기대됩니다.” 이게 바로 소리의 바다,

그 깊은 곳에 빠져 행복한 장사익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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