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따분을 극복하는 길
마음은 본래 생각을 위한 양식이나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필요로 한다. 어딘가에 몰두하지 않으면 마음은 변덕을 부리고 배회하기 시작한다. 더 많이 배회할수록 더 많이 혼란스러워진다. 어떤 마음은 수천 년 전의 과거를 배회하고 어떤 마음은 수백 년 앞의 미래를 배회한다.
어떤 마음은 너무 풀어져 오래 전에 잊어야 했고 극복되었어야 할 오랜 고통을 끄집어내어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그리고 과거의 고통을 다시 느끼며 현재를 수없이 해체한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이 질병은 `고통의 재생'이라 불린다.
과거로 마음이 향하면 향할수록 현재는 점점 더 즐겁지 않다. 인간에게는 언제나 고통과 절망감이 찾아오지만 대부분 곧 사라진다. 그러나 생각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마음이 방황하도록 놔두고 예전의 아픔을 거듭 꺼내본다. 이것은 본인이 만들어낸 불필요한 고통이다. 쓸데 없는 고통이다. 깊은 상심에 빠져 자신을 그 안에서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계속 상처받으며 스스로에게 거듭 벌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자아존중감이 낮고 열등감에 싸여 있다. 예전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을 모르면 외로워지고 우울해지며, 낙심하게 되고 활기를 잃으며, 공허한 기분을 갖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유형의 사람에게 전혀 끌리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에게서도 점점 멀어지며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처럼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보지 못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쉬우면서도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하나 있다. 마음이 배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항상 이런 저런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바쁜 마음은 배회하지 않고 변덕을 부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혼란을 느끼지도 않고 과거로 돌아가지도 않으며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는다. 적극적인 마음은 바로 이곳, 지금 여기에 머물러 행복하고 힘이 넘치게 해준다. 권태감, 외로움, 우울, 혼란이 끼어들 새가 없다.
적극적인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보라. 반짝반짝 빛나며 힘과 활기가 넘쳐 보이지 않는가? 바쁠수록 이들은 더 뛰어난 결과물을 내놓는다. 마치 바쁨 속에서 마음이 훈련되는 것과 같다. 칼은 연마할수록 날카로워지는 반면, 사용하지 않을수록 더 녹이 슬고 더 위험해지다가 결국에는 쓸모없어지는 법이다.
나는 은퇴한 이후에도 좋아하는 일을 찾아 행복하게 사는 퇴직자들을 많이 보았다. 반면 어떤 퇴직자는 일에서 은퇴함과 동시에 위축되고 외로워하며 우울해한다. 이들은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집에만 머무르며 마치 죽은 나무처럼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마음이 지나치게 해이해져 권태감을 느낀다고 말이다. 권태감은 우울함과 따분함을 초래한다. 지루함은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탈출구를 모르면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갓 은퇴했지만 위축되어 70대처럼 보이는 60대가 많다. 이유는 그들의 권태감 때문이다. 권태감 속에 사는 사람에게 외로움은 병이 된느 것이다.
당신이 외로움에 고통받고 있다면, 나는 외로움을 극복하는 근본적인 방법 하나를 권하고 싶다. 바로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마음 상태를 살펴보라. 마음을 너무 오래 풀어놓으면 외로움이 찾아온다.
무언가에 몰두하며 마음을 훈련시켜라.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강하게 먹는다면 아무 고통 없이 외로움에서 치유될 수 있다.
<아프지않은 마음이 어디있으랴>(바지라메디 지음, 잉묵 감수, 프런티어 펴냄)에서
바지라메디=태국의 달라이라마로 알려진 인물. 평소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며 삶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정신적 멘토이다. 어린 나이에 불교에 귀의해 43만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둔 유명인이다. 지금까지 <지혜의 말씀>, <분노 다스리기>, <성공 레시피>, <감동> 등 베스트셀러들이 있다. 최근 그는 비무타얄라야협회를 설립해 불교 연구와 명상, 불교와 철학을 통해 세계 평화를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
일묵 스님=서울대 수학과 박사과정 중 해인사 백련암으로 출가했다. 범어사 강원을 졸업하고 봉암사 등 선방에서 수행정진하다가 이후 미얀마의 파욱 국제명상센터와 프랑스의 플럼빌리지, 영국의 아마라와띠 등 유럽과 미국에 있는 세계 불교단체에서 수행했다. 현재 제따와나 선원 선원장으로 있으면서 초기 불교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행 및 교육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저서로 <윤회와 행복한 죽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