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신비·환경

하루 두 번은 기본, 딱따구리의 짝짓기

자운영 추억 2011. 12. 4. 19:11

김성호 교수의 발로 쓴 조류 도감 ④ 딱따구리의 짝짓기

 

번식 위한 행위이지만 신뢰와 유대감 구축도 목적

암컷이 주도, 까막딱따구리 한 달에 88회까지

 

딱따구리 암수의 인연은 번식 일정이 끝날 때까지입니다. 딱따구리 한 쌍은 인연을 맺고 번식을 마치면 일단 헤어집니다. 그러다 해가 바뀌어 번식의 계절이 돌아오면 새롭게 짝을 만납니다.

 

물론 지난해의 짝을 또 만날 수도 있습니다. 까막딱따구리처럼 개체수가 적은 종은 예전의 짝을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체로 딱따구리는 3월 말에서 4월 초에 걸쳐 제 짝을 맺습니다. 짝을 맺으면 두 가지의 일을 함께 합니다. 하나는 둥지를 짓거나 보수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짝짓기입니다.

  

큰오색딱따구리의 짝짓기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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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이 자리를 정해 앉으면 수컷이 접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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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이 암컷의 등 위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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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은 꼬리깃을 옆으로 비켜줘 총배설강이 잘 맞닿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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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이 위치를 바꿔 암컷의 배 밑으로 파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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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의 몸이 열 십 자로 교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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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도 위에서 누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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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합체가 됩니다.

 

조류는 배설기와 생식기가 따로 있지 않습니다. 배설과 생식의 기능을 담당하는 구조로서 총배설강(cloaca)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짝짓기는 암수의 총배설강이 서로 접촉하는 과정입니다.

 

암컷은 꼬리의 방향을 살짝 바꿔 등 위에 있는 수컷에게 총배설강이 노출되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며, 지금처럼 서로의 몸을 완전히 교차하기도 합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총배설강이 맞닿은 순간 수컷이 정액을 뿜어내는데, 이처럼 조류의 짝짓기는 외부 생식기 사이의 완전한 결합을 통해 정액이 방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만큼 수정 확률이 낮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짝짓기 때 방사되는 조류 정자의 수는 포유류보다 훨씬 많습니다.

 

짝짓기는 번식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짝짓기는 물론 수정을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짝짓기 과정을 가만히 살펴보면 수정의 목적 말고도 다른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유대감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끼를 키워내는 과정은 어느 한 쪽의 힘만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신뢰에 기초한 애정과 단단한 협력을 요구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자연 상태의 새들이 어느 정도나 짝짓기를 하는지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내내 지켜보는 것이 쉽지 않고, 눈에 보이는 곳에서만 짝짓기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딱따구리의 번식 일정을 모두 챙겨본 필자로서도 짝짓기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3년에 걸쳐 까막딱따구리의 번식 일정을 기록하기 위해 머물던 한 숲에서는 짝짓기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에 두 번은 기본이었습니다. 기본으로 지키는 두 번의 짝짓기는 이른 새벽과 저녁 무렵에 이루어졌습니다. 딱따구리 종류는 암수의 잠자리 둥지가 따로 있습니다. 각 방을 쓴 친구들이 아직 어두움이 다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이면 둥지를 나서 짝짓기로 아침 인사를 했고, 다시 어두움이 내릴 무렵이면 각자의 잠자리 둥지로 들어가기 직전 반드시 짝짓기를 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짝짓기는 대체로 암컷이 주도합니다. 암컷이 먼저 수컷의 둥지로 다가가 불러내거나, 둥지를 나서 밖에 있을 때에도 암컷이 수컷에 접근해서 요구하는 식입니다. 짝짓기의 기본 목적은 수정일 터이니 암컷이 제 몸의 변화를 읽고 수정의 시기를 조절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싶습니다.

 

기본으로 이루어지는 것 말고도 한 번 내지 두 번 더 짝짓기가 이루어지는 날도 있습니다. 이 때 역시 암컷이 먼저 요구합니다. 짝짓기는 산란에 임박하면 더 잦아지다 산란이 다 이루어지면 멈춥니다. 한 쌍이 번식지를 결정하고 산란이 다 이루어지기까지 한 달이 걸린다면, 한 달 내내 이런 모습이 이어집니다. 한 달 동안 필자가 목격한 짝짓기 횟수는 모두 88회였습니다.

 

까막딱따구리의 짝짓기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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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