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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세상, 강원도 철원 양지마을 탐조기---FROM 한겨레

자운영 추억 2011. 11. 19. 11:13

 

윤순영 2011.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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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대의 두루미 월동지, 소리와 몸짓의 향연 펼쳐져

'철새 보는 집' 주인 반갑게 맞는 14년째 '출석 체크'

 

두루미란 새는?

있어도 없는 듯 흔적 새, 서로를 지켜주는 사랑 새, 욕심 버린  나눔 새, 서두름 없는 군자 새, 엄동설한 지켜내는 의지 새, 아침 해 품고 저녁 해 등지는 태양 새, 강과 산 노니는 조화 새, 계절 넘나드는 순리 새, 고향과 타향 지키는 지조 새, 바람결 벗삼아 날개짓 하는 바람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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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왼쪽)와 재두루미

 

지난 10월26일 이른 아침 두루미가 겨울을 나는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로 향했다. 한강 하구 자유로를 달리며 차창 밖을 보니 수많은 철새들의 무리가 떠오르는 붉은 해와 어우러져 아름답다.

 

단풍이 곱게 물든 산야와 두루미를 만나러 가는 길이 오늘따라 새롭게 맘이 더 설렌다. 어쩌면 나도 혹시 전생에 철새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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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하는 재두루미 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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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 무리에 검은목두루미가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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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지에 내려 앉는 재두루미.

10월 20일과 30일을 전후해서 가장 많은 재두루미의 이동을 볼 수 있다. 벌써 14년째 두루미가 올 때마다 나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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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터를 찾아 날아드는 재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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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노동당사

양지리에 가려면 악명을 떨쳤던 관전리 노동당사를 지나게 된다. 이 건물은 1948년 해방 이후 북한 공산당 정권이 독재권력 강화를 위해 주민을 통제하고 한국전쟁 전까지 사용하며 많은 양민을 학살했던 곳이다. 맑은 가을 날씨이지만  회색 빛 노동당사 건물은 웬지 을씨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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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리와 합류하는 재두루미의 한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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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물든 단풍을 울타리 삼아 날아가는 재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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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리 마을 전경.


급한 마음이었는지 어느새 양지리 민간인통제소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꼭 신분확인을 해야 한다. 비무장지대 바깥 남방한계선을 경계로 남쪽 5~20㎞에 있는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어있다.

 

이곳을 민간인출입통제선이라고 부른다. 민통선 안에 85여 가구 200여 주민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작은 마을 양지리가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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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보는 집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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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보는 집' 주인 백종한 씨 

 

두루미 관찰을 위해 민박을 하는 민통선 안의 유일한 ‘철새 보는 집’ 백종한씨가 변함없이 반가운 미소로 반긴다. 이젠  친숙한 사이가 되어 편안하다. 꾸벅 인사를 하고 ‘두루미 많이 왔어요?’ 하고 묻는다. 두루미 보호를 위해 무던히 노력하시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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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보는 집에서 김장용 배추를 절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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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인 토교 저수지에서 먹이터로 나가는 쇠기러기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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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토교 저수지로 돌아와 휴식을 하는 쇠기러기.

 

토교저수지 옆에 위치한 '철새 보는 집'에서는 쇠기러기가 아침저녁으로 휴식과 잠자리로 이용하며 날아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6만~7만 마리에 육박하는 쇠기러기는 토교저수지 하늘을 가득 메우는 장관을 매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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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단장하는 재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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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로 이동하는 재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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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없이 먹이를 먹는 재두루미 무리.

재두루미는 번식지 러시아를 떠나 2000㎞의 기나긴 여정에 나선다. 양지리는 그 중간 기착지이다. 여기서 일본 가고시마 이즈미로 월동을 하러 떠날 재두루미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무리를 바꾸어 드나든다. 열흘 정도에 걸쳐 900여 마리의 무리가 양지리 평야 하늘을 이리 저리 날아다닌다. 이들이 시끌벅적 마음껏 떠드는 소리와 날개를 흔들며 자리 다툼을 하는 춤사위의 향연이 한바탕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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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을 지키며 힘을 과시하는 재두루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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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  월동을 떠나기 위해 상승기류를 타고 선회를 시작한 재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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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회를 하며 하늘 높이 올라가는 재두루미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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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툼

 

갈 길이 먼 성급한 재두루미들은 여행길을 다시 재촉해 하늘 높이 선회를 시작해 까마득히 올라 한 점이 되어 바람에 몸을 실고 목적지로 향한다.

 

그  이후 일본 월동 무리와 양지리 월동 무리가 나뉘어져 1300여 마리가 이곳에서 월동을 시작하고 11월15일 경이면 두루미 800여 마리가 도착하면서 본격적인 두루미들의 겨울나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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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는 알를 두 개만 낳는다. 재두루미 한 쌍이 성공적으로 길러낸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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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와 고라니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두루미 무리들은 자신들이 항상 찾아오던 곳을 변함없이 날아와 여정을 푼다. 두루미들은 특이하게도 가족마다 미리 정해놓은 자리가 있어 다른 무리에게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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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여울의 두루미 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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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갈 저수지의 두루미 잠자리. 얼음 위에서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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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지에서 먹이를 먹은 뒤 한탄강에 와 물을 먹으며 휴식을 하는 재두루미 무리.

 

두루미는 물에 발을 담그고 외다리로 잠을 자며 겨울이면 얼음 위에서 잠을 청한다. 양지리 앞 한탄강을 비롯해 하갈저수지, 토교저수지, 산명호는 이들에게 천혜의 잠자리이다.

 

재두루미는 지구상에 3200~4000여 마리가 생존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그 절반 정도가 우리나라 철원, 김포, 파주, 연천, 한강하구 등지에서 겨울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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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는 두루미의 이동을 방해하고 때로 치명적인 사고의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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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 무리 속에 쇠기러기 한 마리가 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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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장소로 이동을 하려는 재두루미

 

두루미는 전 세계에 2100~2300 마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텃새가 된 훗가이도 두루미가 1000여 개체를 빼면 월동을 위해 이동을 하는 개체는 중국에 300여 마리가 있고 나머지 1000여 마리는 우리나라 철원, 연천 ,강화, 김포에서 월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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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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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먹이터인 삽슬봉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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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철원에는 한국전쟁 당시 매설 된 지뢰가 많다. 

 

두루미들은 철원평야 삽슬 봉을 중심으로 3㎞ 이내에서 먹이 활동을 한다. 아직도 한국전쟁 때 매설된 지뢰지역이 많다.

 

월정 역은 서울에서 북한 원산 사이를 달리던 경원선 기차가 잠시 쉬어 가던 곳으로 현재 비무장지대 남방계선 철책에 근접한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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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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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군 폭격기에 의해 파괴된 인민군 화물열차의 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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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관통한 모습이 선명하다.

 

월정 역엔 한국전쟁 당시 마지막 기적을 울렸던 객차와 유엔군의 폭격을 당해 부서진 인민군 화물열차가 앙상한 골격을 드려낸 채 누워 있다.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 달리고 싶다!’의 현장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마음 속 몸부림일 뿐 60여 년간 그 자리에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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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에게 민간인 통제구역은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남북을 넘나드는 평화로 땅이지만 우리에겐 아직도 분단의 아픔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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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들은 두루미가 깨달음을 얻으면 청학이 된다고 하였다. 신선이 타고 노니는 새로 천상의 새로 불리며, 수명이 길다 하여 천년 두루미(학)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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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지를 위해 내려오는 재두루미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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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서 바라본 재두루미의 비행 모습.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