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신비·환경

칡소폭포 차오르는 산란기 열목어의 힘

자운영 추억 2016. 5. 24. 13:30

윤순영 2016. 0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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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도록 시린 찬물서만 번식하는 멸종위기 냉수어종, 산란기와 고수온기 맞아 상류로 도약

백두산 폭발로 분리된 '살아있는 화석', 세계 최남단 분포지…생태계 연구 필요 

 

크기변환_DSC_9072.jpg » 강원도 홍천군 명개리 칡소폭포에서 도약하는 열목어. 멸종위기야생생물2급 보호동물이다.

 

강원도 홍천은 우리나라 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면적이 넓은 곳이다. 동쪽과 서쪽 사이에 떨어진 거리만큼이나 다양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비켜선 곳들이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크기변환_DSC_6272.jpg » 해발 650m의 하뱃재를 지나면 상뱃재를 만나게 된다.

 

크기변환_DSC_6278.JPG » 홍천군 내면 면 소재지.

 

특히 홍천의 동쪽으로 난 길, 구룡령로(56번 국도)를 따라 하뱃재를 넘고 상뱃재를 넘으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청정함과 빼어난 풍광을 갖춘 내린천의 특징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물이 흐른다는 것이다. 내린천이란 이름은 홍천군 내면의 와 인제군 기린면의  을 딴 것이라고 한다.


크기변환_DSC_6508.jpg » 을수골의 내린천 발원지 상류 계곡.

 

크기변환_DSC_6480.jpg » 칡소폭포 바로 위 물웅덩이. 이곳에 고인물이 내려오는 물과 만나 칡소폭포를 향해 거센 물줄기를 힘차게 내려꽂는다.

 

크기변환_DSC_9435.jpg » 열목어가 다음 세대를 이어갈 산란을 하기 위해서는 이곳 칡소폭포를 넘어 상류로 가야 한다.

 

65에 달하는 내린천 중에서도 특급 청정지역은 바로 내린천 최상류 지역인 홍천군 내면의 명개리와 광원1리다. 내린천은 광원1리 발원지에서 출발해 칡소폭포 인근에서 계방천(명개리)과 만나 몸집을 키운다.

 

크기변환_DSC_6488.jpg » 산철쭉이 화산한 칡소폭포에 열목어가 뛰어오르고 있다. 햇볕이 잘 들지 않아 칙칙하게 보이지만 맑고 찬 물이어서 열목어가 많이 모이는 곳이다.

 

크기변환_DSC_6165.jpg » 칡소폭포 아래 모습.


미약골이 홍천강의 발원지라면 광원1리 을수골은 내린천의 발원지다. 을수골의 자랑은 칠소폭포다. 계곡수가 7개의 소를 만들며 흐른다 해서 이름 지어졌다. 공식 명칭은 칡소폭포다.

 

어쩌면 수심 깊은 폭포의 빛깔이 거무칙칙해서 칡소라는 이름이 붙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내린천의 최상류 칡소폭포엔 열목어가 산다.

 

크기변환_DSC_6520.jpg » 칡소폭포 풍경.

 

열목어는 사람이 발을 담그면 30초도 안돼 아플 정도로 찬 물에서만 산다. 눈에서 열이 나 찬물에 몸을 식히려 한다고 흔히 얘기한다. 그러나 애초 열목어는 냉수성 물고기로 진화했다. 열목어는 빙하기 때 종이 고정된 냉수성 어종으로 한여름에도 수온이 섭씨 20도 이하로 유지되는 산간계곡이라야 살 수 있다. 

 

맑고 차가운 물에서만 사는 녀석이다. 특히 명개리와 광원리에 걸친 열목어 서식지는 서식환경이 우수한 곳으로 꼽힌다.


크기변환_DSC_6567.jpg » 오전 11시30분이 되자 어김없이 뛰어 오르기 시작하는 열목어.

   

크기변환_DSC_6528.jpg » 소나무와 짙푸른 칡소의 물이 어우러진다.

 

칡소는 수온 11~14도에 암반과 크고 작은 돌, 모래 등을 고루 갖췄다. 주변엔 숲도 우거졌다. 산란기인 45월이 되면 열목어는 온몸이 짙은 홍색으로 물든다. 등지느러미와 가슴지느러미 부분은 회록색을 띤 무지개 모양의 광택을 내며, 아름다운 무지갯빛 지느러미로 변한다.

 

크기변환_포맷변환_DSC_1239.jpg » 칡소폭포를 잇달아 뛰어오르는 열목어들. 넘기 힘든 장애물이다.

 

크기변환_DSC_8030.jpg » 폭포를 두려워하지 않고 떼지어 물살 속으로 달려든다.

 

칡소폭포에 가면 열목어들이 폭포수를 거슬러 올라가는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높이가 2~3m나 되는 폭포를 향해 거침없이 뛰어 오르는 열목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흐린 날은 뛰어 오르는 열목어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맑은 날엔 수온이 오르는 오전 1130분께부터 해가 질 무렵까지 이런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주로 4~5월 산란기에 펼쳐지는 풍경이지만한여름에도 볼 수 있다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다열목어가 산란을 위해 목숨 걸고 뛰어오른 칡소폭포 위쪽이 을수골이다.


연속 사진으로 보는 열목어의 칡소폭포 뛰어넘기

 

크기변환_DSC_7982.jpg » ① 거센 물살 헤치고 열목어가 얼굴을 내밀었다.

 

크기변환_DSC_7978.jpg » ② 물살을 가르며 꼬리의 힘을 이용해 뛰어오르기 시작한다.

 

크기변환_DSC_8666.jpg » ③ 혼신의 힘을 다해 물살을 거슬러 치고 나간다.

 

크기변환_DSC_8297.jpg » ④ 순간적으로 꼬리를 좌우로 흔들어 그 반동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다.

 

크기변환_DSC_8008.jpg » ⑤ 몸을 일직선으로 만들어 위로 솟아오른다.

 

크기변환_DSC_8403.jpg » ⑥ 부서지는 물살을 헤치고 칡소폭포 정상을 향해 나아 간다.

 

크기변환_DSC_0236.jpg » ⑦ 열목어는 폭포정상에 이르렀다. 바로 이곳 바위 턱을 뛰어넘지 못해 많은 열목어들이 상류로 향하지 못하고 다시 도약을 시도해야 한다.

 

크기변환_DSC_9581.jpg » ⑧ 폭포 꼭대기에 닿는데 성공했다. 이제 열목어는 물살을 가르고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상류로 향해 나아간다.

 

크기변환_DSC_6931.jpg » ⑨ 혼신의 힘을 쏟아 칡소폭포를 넘어선 열목어가 가쁜 숨을 쉬며 바위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개울이 새 을’()자처럼 굽이돌며 흐른다는 곳. 내린천의 발원지를 품고 있는 이 계곡이 열목어의 산란장이다. 물이 흐르는 여울의 가장자리나 하상에 모래와 자갈바닥을 약 15㎝ 정도의 깊이로 바닥을 판 후 산란한다.

 

크기변환_DSC_6173.jpg » 유속이 느린 내린천 여울에서 열목어는 산란을 한다.

 

크기변환_DSC_6168.jpg » 수정처럼 맑은 물에서 열목어 새끼는 알에서 깨어나 자란다.

 

어린 새끼들은 유속이 완만한 곳의 가장자리에서 떼를 지어 유영한다. 열목어는 한여름엔 수온이 섭씨 20도 이하로 유지되는 산간계곡에서 지낸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지면 월동을 위해 하류의 큰 강으로 내려간다.

 

크기변환_DSC_1755.jpg » 폭포를 뛰어 오르는 열목어.

 

크기변환_DSC_2361.jpg » 아직 큰비가 오지 않아 수위가 낮기 때문에 열목어들이 칡소폭포를 넘는데 애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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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환경감시원들은 여름철 하천의 수온이 오르면 상류의 찬물을 찾아 열목어들이 폭포를 뛰어넘기 시작한다“8월까지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진다”라고 말한다.

 

특히 비가 많이 온 다음날이면 열목어가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장면과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빗물로 폭포 아래 수위가 높아지면 열목어가 폭포를 뛰어넘기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크기변환_DSC_6577.jpg » 힘차게 뛰어 올랐지만 바위 턱에 걸린 열목어.

 

크기변환_DSC_6730.jpg » 상류 도약에 실패하고 바위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열목어.

 

크기변환_DSC_9496.jpg » 열목어는 결국 바위 바닥으로 나둥그러졌다.

 

크기변환_DSC_6930.jpg » 폭포 아래로 추락하는 열목어.

 

강원도는 1994923일 내면 광원리와 명개리 일대 25(162)를 열목어 서식지 보호구역인 강원도 기념물 제67호로 지정했다. 현재 열목어는 '지역 절멸' 위기에 처한 곳이 많다열목어가 살 수 있는 청정한 계곡이 사라지고 있다. 자연 훼손의 결과다. 19961월에는 환경부가 열목어를 특정 보호 어종으로 지정함으로써 허가 없이 채취·포획·가공·유통할 수 없도록 하였다.

 

크기변환_DSC_0231.jpg » 열목어는 산란을 위해 목숨을 걸고 서식지인 칡소폭포를 넘어 내린천 을수골 상류로 올라가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수가 급격히 줄면서 환경부는 2012531일 열목어를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했다. 열목어는 수질과 수온 등 환경에 매우 민감한 어류인 만큼 서식지 보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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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곳 동네 분들은 열목어를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열목어가 꺽지 치어와 금강모치, 개구리 등 종을 가리지 않고 다 먹어치워 물고기는 물론 개구리도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불평한다.  이곳 생태계에서 열목어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그 영향이 어떤지를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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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단면만 바라보는 획일적인 방법은 종 보호 수단이 되겠지만 주변의 생물들의 처지를 생각해야 공생를 통해 모든 종에 절멸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크기변환_DSC_3756.jpg » 열목어의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노랑할미새.


한반도를 기준으로 보면 열목어는 서해안 수계, 정확하게는 '고황하 수계'에 사는 물고기다. 아무르강은 동해안으로 흘러드는 고아무르강 수계다. 동해안 수계에 사는 열목어가 어떻게 서해안 수계로 넘어왔을까? 열목어는 연어나 송어처럼 바다로 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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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약 400만 년 전 백두산이 솟아오르면서 압록강과 아무르강 상류의 지형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백두산 융기 이후 고아무르강에 연결돼 있었던 압록강의 흐름이 서쪽으로 바뀌었고 그 때 압록강 상류에 살던 '열목어' '우레기' '곤들메기' '자치' '아무르장어' 등 고아무르강 수계의 냉수성 어종들이 서해안 수계로 넘어오게 되었다. 아무르강은 열목어의 주서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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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목어나 곤들메기는 400만년 전 백두산 화산폭발로 서해안 수계로 넘어온 뒤 고립된 환경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인간이 지구에 출현한 것은 300만 년 전이니 이런 물고기들은 지질학적 연대를 뛰어넘는 '살아 있는 화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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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목어는 우리나라와 만주, 몽골, 러시아 연해주, 카자흐스탄 일대 하천에만 분포한다. 그러니 우리나라 최남단 서식지라면 곧 지구 최남단 서식지가 된다.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지구 최남단 열목어 서식지는 섬진강 발원지 계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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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길이 3070㎝이다. 몸은 길고 옆으로 납작하다. 입이 작고 날카로운 이가 12열로 배열되어 있고 연어과 물고기의 특징인 기름지느러미가 있다. 몸 빛깔은 은색 바탕에 눈 사이와 옆구리·등지느러미·가슴지느러미에 크고 작은 자홍색의 불규칙한 작은 반점들이 많이 흩어져 있다.

 

치어 때는 송어의 치어처럼 812개의 흑갈색 가로띠가 선명하게 나타나 있다. 기름지느러미는 짙은 빛깔이고 1쌍의 덧지느러미가 있다. 냉수성 어류로서 여름에는 물속 차갑고 깊은 곳에 살며 늦은 가을과 겨울에는 얼음 밑에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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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된 먹이는 곤충, 단각류, 작은 어류, 다른 물고기 알, 개구리 등이다. 시베리아·유럽·북아메리카의 깊은 산 냉수계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섬진강 상류)과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등지가 분포의 남한계이다.

 

서식지에 열목어가 희귀해짐에 따라,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정암사의 열목어 서식지를 천연기념물 제73(1962),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봉화 석포면의 열목어 서식지를 제74(1962)로 지정하여 보존에 힘쓰고 있다.

  

·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물바람숲>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