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책 조회수 927 추천수 0 2014.02.28 15:11:38
김민수 사진수필집 <들꽃, 나도 너처럼 피고싶다>
30가지 꽃마다 6장씩 요모조모…풀무학교 학생들 세밀화도 눈길
체험 바탕으로 설화, 그리스로마신화 등에서 이야기 빌어와 맛깔
» 제비꽃
들풀교회 김민수 목사가 새 책 <들꽃, 나도 너처럼 피고싶다>(너의 오월 출판)를 펴냈다. 저자는 한겨레 <사진마을>이 주최하는 한겨레포토워크숍을 통해 '가상현실'이라는 주제로 최우수상을 수상해 한겨레등용사진가로 뽑혔다. 또 <사진마을>에 오랫동안 사진을 올려온 사진가이며 그동안 6권의 책을 낸 저술가다. (김민수목사의 지난 번 책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
이번 책은 30가지 들꽃의 사진과 세밀화에 동화 같은 이야기를 곁들인 수필집이라 부를 수 있다. 나팔꽃, 제비꽃…. 귀에 익은 꽃도 있지만 사위질빵, 족두리풀처럼 생소한 이름도 있다. 꽃 하나당 6장 안팎의 사진이 들어있으니 들꽃사진집의 구실도 하는데 그에 못지않게 풍부하게 꽃이야기가 실려있다.
책을 쓰기 위한 준비가 알차고 진지하다. 제주도와 서울을 넘나드는 저자 본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전래동화, 설화, 전설, 그리스로마신화 등에서 이야기를 빌어온데다가 꽃 이름이 여러 가지로 다르게 불리는 경우엔 식물학 교과서에서 꼼꼼히 인용하기도 했기 때문에 학교 교사들이나 가정의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쉽게 풀어서 전해줄 수 있는 이야기꾸러미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들고 산과 들을 찾아서 직접 피운 꽃과 만나볼 때도 도움이 되는 길라잡이책의 역할도 거뜬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다른 들꽃책과 다른 이번 책의 차별성은 세밀화에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특별한 감사를 드리고 싶은 친구”라고 소개한 풀무학교 학생들 세 명이 그린 들꽃 세밀화가 이 책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그러므로 들꽃사진집이라고 불러도 좋을 책의 앞-뒤 표지를 모두 세밀화로 꾸몄다. 그뿐만 아니라 목차도 학생들의 그림이며 책의 끝은 세밀화로만 채워진 <들꽃도감>이 마무리하고 있다.
» 동백꽃(왼쪽), 등심붓꽃
» 물봉선(왼쪽), 복수초
» 미나리아재비
책에 나온 이야기와 꽃을 일부 소개한다.
할미꽃은 흰색 털로 덮인 열매의 모습이 할머니의 흰머리 같아서 할미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줄기도 구부정하게 구부러져 있어서 할머니의 굽은 등을 연상시킵니다. 옛날에는 할머니들이 일을 너무 많이 하는 데다가 적당하게 치료를 받지도 못해서 허리가 구부정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할미꽃은 ‘머리가 허옇게 센 노인’이라는 뜻이 있는 ‘백두옹’이라고 불립니다. 그러니까 백두옹은 할미꽃, 할미꽃은 백두옹인 것이지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꽃을 피웠을 때에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꽃이 지고 백두옹으로 불릴 즈음에는 줄기가 꼿꼿해집니다. 꼿꼿하고 깐깐한 노인들을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마음은 그렇게 꼿꼿하고 깐깐하지 않습니다. 씨앗을 조금이라도 먼 곳으로 보내기 위한 배려지요.
-52쪽 할미꽃
» 찔레꽃(왼쪽), 동강할미
고려 시대 때 국력이 약해서 몽골의 지배를 받았던 시기가 있었단다. 그래서 몽골족에게 일 년에 한 번씩 예쁜 처녀들을 바쳐야만 했지. 어느 시골 마을에 찔레라고 하는 예쁘고 마음씨 착한 처녀가 살고 있었는데 그녀도 다른 처녀들과 함께 몽골로 끌려가서....
이듬해 찔레가 가족을 찾아 헤매던 곳곳마다 꽃이 피어났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찔레꽃이라고 불렀어. 다시는 누가 자기를 꺾거나 캐가지 못하도록 줄기마다 가시를 성성하게 단 찔레, 그러나 향기만큼은 찔레꽃이 보이지 않아도 누구나 찔레꽃이 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진하고 그윽한 향기를 품었지. 찔레는 꽃이 되어서도 지금도 누군가를 붙잡고 “우리 엄마, 우리 동생들을 본 적이 있나요?”하고 물어보려는 듯 가시로 잡아당기곤 하지.
-139~141쪽 찔레꽃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 복수초(왼쪽), 큰개불알풀꽃
» 바람꽃(왼쪽), 패랭이
밝고, 맑고, 고요합니다.
저희는 풀무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우며, 자연과 사람을 그립니다. 미술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꿈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가 꿈을 향한 하나의 밑거름이 되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들꽃을 그리며 우리 땅에 자라는 들꽃들이 정말 많고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림 그린 친구들: 김지원, 이한신, 김하솔 jiweonkim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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