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스포츠】

42년 만의 대반전 … 서울의 클리프 리처드 → 파리의 소녀시대

자운영 추억 2011. 6. 11. 22:29

 

이수만의 ‘엔터테인먼트 산업혁명’…노래·춤·외국어 무장한 K팝, 아시아 너머 미국·유럽으로

1969년 10월 유럽 팝가수 클리프 리처드의 내한 공연에 열광하는 한국 여성 팬들(왼쪽). 42년 세월이 흐른 2011년 5월 이번엔 역으로 프랑스 팬들이 파리 루브르박물관 앞에서 한국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노래 쏘리쏘리(Sorry Sorry)에 맞춰 춤추고 있다. [중앙포토], [www.flickr.com/photos/mamikolegend 화면 캡처]

프랑스 파리에 입성한 한국 아이돌 스타들의 첫 공연이 열린 10일(현지시간), 가장 큰 감회에 젖어든 이는 이수만(59)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었다.

팝의 본고장 유럽에 K팝(Korean-pop)이 울려퍼지는 광경 앞에서 그는 40 여 년 전 자신의 꿈을 돌아봤다. 1969년 10월 15일 영국 팝 가수 클리프 리처드가 서울에 왔을 때 김포공항은 환호하는 500여 명의 팬으로 들어찼다. 이 풍경은 17세 소년 이수만의 마음에 목표 하나를 새겨넣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돌아봤다.

 “클리프 리처드의 한국 공연에 당시 내 정서로는 이해가 안 갈 정도로 국내 여성 팬들이 열광했다. 우리도 외국에서 환호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오기가 그때 생겼다.”

이수만
 이수만 회장의 당찬 오기가 결실을 보고 있다. 보아·동방신기를 내세워 일본을 무너뜨렸고, 슈퍼주니어를 앞세워 동남아시아를 장악했다. 지난해엔 미국 LA에서 대형 콘서트를 열어 미국 시장의 문도 열었다. 그리고 유럽이다. 클리프 리처드의 대륙 유럽에서 K팝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M타운 콘서트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 다.

40년 전 클리프 리처드 를 보며 세계적인 가수를 꿈꿨던 이 회장은 지금 자신이 기획한 한국 가수들이 그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소녀시대·동방신기·샤이니·슈퍼주니어 등이 그 주역이다. 이수만 회장은 한국 음악산업계에 ‘기획 상품’이란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끌어온 제작자다. 꼼꼼한 기획을 통해 상품이 출시되는 제조업처럼 가수도 철저한 기획을 한다면 더 잘 팔리는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 회장이 맨 처음으로 기획한 상품은 ‘H.O.T’였다. 다섯 명의 끼 많은 소년을 선발해 2년이 넘도록 철저히 훈련시켰다. 그렇게 등장한 H.O.T는 단숨에 가요계를 장악했다. 그리고 중국·동남아시아 등으로 인기가 확산됐다. 아이돌 시대의 서막이었다. 그 다음은 일본이었다. 보아는 H.O.T보다도 더욱 산업적으로 매끄러운 방법으로 데뷔했다. 외국어 공부를 시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 배용준의 ‘겨울연가’ 이전에 보아가 있었다. 보아는 일본 한류 붐을 일으킨 첫 주자였다.

 이 즈음부터 이 회장의 성장 시스템은 틀을 잡기 시작했다. ‘기획(연습생)→제품 출시(데뷔)→홍보(방송 출연)→수출(해외 진출)’로 이어지는 기업형 시스템이다. 그가 만들어 놓은 이 시스템은 현재 대부분의 가요 기획사들이 그대로 적용시키고 있다. 이 회장은 가내수공업 수준에 머물던 음반 제조업을 대기업형으로 변화시켰다. 일종의 ‘산업혁명’을 이끈 셈이다.

 그런 이 회장이 가수를 양성할 때 주안점으로 두는 것은 무엇일까. 보아의 성공적인 일본 데뷔를 치른 뒤인 2005년 겨울,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가수를 길러낼 때) 세 가지를 본다. 첫째는 좋은 음악. 가수니까 당연하다. 둘째는 춤이다. 똑같은 무대가 주어질 경우 어떻게 해야 남보다 낫겠는가. 무대를 지배할 수 있는 춤이 필요하다. 셋째는 외국어다.”

 이 세 가지는 지금도 불변이다. SM 소속 가수들이 단 한 차례도 프로모션을 한 적이 없는 유럽 무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이 같은 세 요소를 철저히 지켰기 때문이다. SM에 들어온 가수들은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씩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노래·춤·외국어를 연마한다. 여기에다 유럽 작곡가들까지 폭넓게 활용하면서 SM의 음악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K팝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북미까지 장악하면서 글로벌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에 ‘이수만 리더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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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뒤흔든 K-POP 전사들, 그 현장을 가다

경향신문 | 2011.06.11 12:04 | 네티즌의견 보기  

"기차로 4시간30분 걸려 런던에 도착했고, 또다시 3시간여 기차를 타고 파리로 왔어요."(챠먼·22·스웨덴) "우리 나라에서도 한달 전 쯤 공연을 열어달라는 청원운동이 벌어졌답니다."(릴라·21·벨기에) "여기도 좀 찍어주세요. 우린 스위스에서 왔습니다. 이게 스위스 국기에요."(마티나·19)

비단 프랑스 파리만의 축제는 아니었다. 영국, 스페인, 스코틀랜드, 독일, 포르투갈, 네덜란드, 체코, 스웨덴, 스위스, 이탈리아, 폴란드, 오스트리아, 그리스 등 유럽 각 국의 국기가 공연장 안팎에서 휘날렸다. 곳곳에서 목격된 태극기엔 '고마워'란 문구가 담기기도 했다. "간절히 그리던 공연을 뒤늦게 나마 열어줘 그렇게 썼다"고 했다. 스페인에서 온 어느 소녀는 "내겐 꿈같은 순간"이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10일 오후 3시(이하 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북부에 위치한 '르 제니스 드 파리스'. 인기 케이팝 아이돌 가수의 공연을 앞둔 콘서트홀 입구엔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케이팝 팬들은 굵은 빗방울도 아랑곳 하지 않고 둥그렇게 자리를 잡은 채 각자가 익힌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한껏 뽐냈다.

그곳엔 국가, 언어, 인종의 구분 따윈 없었다. 어디선가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가 흘러나오자 다시 우르르 모여 노래를 함께 따라했다. 케이팝 춤이 좋아 자발적으로 조직했다는 '슈프림 크루' '카마 푸송' '아프리카지안 댄스 크루' 등 일군의 프랑스 아마추어 댄스팀도 있었다. 녹록지 않은 실력에 주위는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지르고, 또 크게 까르르 웃어댔다. 샤를 아티군(17·프랑스)은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을 보면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매일같이 연습했다"고 말했다.

공연에 임박해 200 남짓한 두툼한 줄이 형성됐다. 운집한 7000여명의 관객들 사이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넘실댔다. 필립씨(40·프랑스)는 "첫째 딸이 공연 1주일 전 다리가 부러져 이렇게 휠체어를 밀고 와야했다"면서 "나도 딸 때문에 케이팝을 좋아하게 된 사람인데 표를 구하기가 힘들어 두 딸만 들여보내고 나는 기다려야한다"고 말했다. 휠체어에 앉아 있던 딸 아나이스(16)는 "케이팝은 그 어느 나라 가수들과도 비교할 수가 없을 만큼 대단하다"며 "슈퍼주니어 멤버들의 습관도, 뭘 좋아하는 지도 나는 다 안다"고 웃었다.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6시간 동안 차릴 몰고온 4인의 프랑스 가족도 있었다. 가장인 디리에씨(45)는 "아내가 샤이니의 태민을 좋아하고 두 딸이 온통 케이팝에 빠져 지내서 공연장에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너무 좋아하는 가족때문에 티켓값이 전혀 아깝지가 않다"고 말했다. 마티나양(23·그리스)은 "난 다른 나라 노래는 아예 듣지도 않는다"며 "왜 이렇게 케이팝이 좋냐"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소녀시대의 무대 복장을 똑같이 흉내낸 의상을 제작해 입고 있었던 스위스 여성들, '우리는 대한민국이다'라고 쓰인 월드컵 응원복을 착용한 프랑스 소녀들….유럽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팬들도 목격됐다. 미국 여성 지니씨(23)는 '나는 자랑스런 미국의 엘프(슈퍼주니어 팬클럽)인입니다'는 큼지막한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한 페루 여성은 '페루로 와주세요'라고 쓰인 페루 국기를 흔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공연은 감동과 함성의 물결로 가득했다. 고대했던 공연이었던 만큼 관객들의 흥분과 몰입도는 그 어느 지역의 한류 공연을 앞서갔다. 공연 직전 객석에는 '파도 타기'가 몇 순배 돌았고, '짝짝짝 짝짝'이란 한국 특유의 손뼉 응원도 등장했다. '두두둥'하며 발을 굴리는 식으로 공연의 막이 어서 오르길 재촉했다.

첫 포문은 걸그룹 f(x)가 열었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환호성을 받으며 등장한 이들은 데뷔 히트곡 '라차타', '츄~' 등의 무대를 차례로 풀어냈다. 객석 대다수가 기립한 가운데 일부팬들은 f(x)의 춤을 그대로 따라했다. 이윽고 남성 아이돌 샤이니가 등장해 미디움템프곡 '스탠바이미'와 팝곡 '누난 너무 예뻐', '줄리엣' 등을 소개했다. 객석의 열기는 한층 커져만 갔다. 해를 거듭할 수록 강렬해지는 샤이니의 진면목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멤버 하나씩의 인삿말에 관객들은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바통은 소녀시대가 물려받았다. '런 데빌 런' '동화' '키싱 유'가 연달아 울려퍼지면서 객석은 다시 들썩였다. 유독 남성 팬들의 눈이 유독 번쩍이는 시간이었다. 태연은 "문화와 예술의 도시인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을 하게 돼 영광"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수영은 "파리에 오기를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모른다", 유리는 "분위기가 너무 놀랍고 대단하다"고 각각 말했다.

슈퍼주니어는 유럽 지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중이었다. 절정의 함성이 쏟아졌다. 갑작스런 소리에 놀란 나머지 귀를 막아보는 팬도 보였다. 팀은 '미라클' '댄싱 아웃' '돈돈' 등의 노래로 몸과 가슴을 흔들었다. "그리워 했던 만큼 우리도 보고 싶었다"고 분위기를 띄운 이특은 뒤이어 "파리에서 시위를 벌어진 걸 잘 알며 진심으로 만나서 행복하다"고 고마워했다.

막바지 무대는 동방신기가 책임졌다. 동방신기 히트곡인 '더 웨이 유 아'와 '주문'이 연달아 소개된 후 '맥시멈' '왜' 등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유노윤호의 인삿말은 의미심장했다. 그는 "케이팝 뿐 아니라 한국의 다양한 문화와 한국 자체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이후 팀이 수시로 섞여 나와 히트곡을 부르면서 공연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무대 중간 코믹한 이벤트도 마련됐다. 슈퍼주니어의 희철은 팝스타 레이디가가의 '포커 페이스', 이특과 신동, 은혁은 비욘세의 '싱글레이디'를 각각 여장한 채 소화해 웃음을 자아냈다. 남성 그룹 모두가 줄을 매단 채 공중으로 솟구치는 특수 효과를 활용,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아쉬운 대목도 있었다. 샤이니의 '링딩동' 무대에서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채 반주만 흘러나왔다.

무려 43개의 노래 코너가 소개된 공연은 모든 가수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이특은 마지막 무대에서 세계 각국의 언어로 "고맙다"고 말하며 무대를 정리했다.

공연장의 열기는 다양한 소동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내내 기립해 환호성을 지르느라 탈진한 관객들이 속출했다. 응급요원들은 급히 오가며 이들의 상태를 돌봤다. 총 37명의 관객이 탈진 상태로 인해 응급 조치를 받았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역시 투혼을 불사르느라 탈진 직전 상태까지 갔다.

3시간30분여에 이르는 공연이 끝났음에도, 관객들은 쉬이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울먹이는 팬들도 많았다. 눈물로 얼굴이 번벅이 된 마리아양(20·스페인)은 "그렇게도 기다렸는데 이제야 보게 되니 감격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공연 직후 가수들은 국내외 취재진과 간담회를 갖고 가슴 벅찬 소감을 피력했다. 이특은 "한국의 음악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전세계에서 통하고 있다는 사실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며 "반짝 한류로 그치지 않도록 더욱 멋진 노래를 부르겠다"고 말했다.

7000여명으로 가득찼던 공연장은 11일 오후에도 다시한번 감동의 무대가 차려진다.

< 파리(프랑스)/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