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풀이 본디 무당이 성주받이를 할 때에 복을 빌려고 부르는 노래였다.
우리 민속에서, 집 터를 맡은 신령인 성조왕신과 그의 아내인 성조 부인은 집을 짓는 일로부터 일문 일족의 번영에 이르기까지 그 집의 길한 일이나 흉한 일을 도맡아 직접으로 다스린다고 믿어 왔다.
〈성주 본풀이〉라고 하는 서사적인 긴 노래가 있는데,
〈성주풀이〉(1)는 단순한 노래조로 된 것이다.
'경상도 노래'다운 꿋꿋한 멋과 시원스런 느낌을 준다.
굿거리 장단에 맞춰 부르는데, 춤을 곁들이기도 한다. 5음 음계로 되어 있으며 장절 형식이다.
사설은 다음과 같다.
에라 만수/에라 대신이여/놀고 놀고 놀아 봅시다/아니 노지는 못허리라
낙양성(5) 십리허(6)에 높고 낮은 저 무덤에/영웅 호걸이 몇몇이며 절대 가인이 그 뉘기며/운하춘풍은 미백년(7) 소년 행락이 편시춘(8)/
아니 놀고 무엇하리/한송정 솔을 베어 조그맣게 배를 무어(9) 만만고 띄워 놓고/술이며 안주 많이 실어 술렁술 배 띄어라 강릉 경포대로 가자/
에라 만수 에라 대신/대활령으로 설설이 내리소서
에라 만수야/에라 대신이로구나/이 댁 성주는 와가(10) 성주, 저 댁 성주는 초가 성주/한테 간에(11) 공댁 성주, 초년 성주, 이년 성주/스물일곱에 삼년 성주, 서른일곱 사년 성주/마지막 성주는 쉬흔일곱이로다/
대활령으로 설설이 내리소서
에라 만수/에라 대신이로구나/성주야 성주로다 성주 근본이 어디메뇨/경상도 안동땅의 제비원(12)이 본이 되야/제비원에다 솔씨 받어 동문 산에다 던졌더니/그 솔이 점점 자라나서/밤이며는 이슬 맞고 낮이며는 변(13)에 쐬어/청장목 황장목(14)도리(15)지둥이 다 되었구나/
에라 만수 에라 대신/대활령으로 설설이 내리소서
세월이 여류허여 돌가나 봄 다시 와/천정세월인정수(16)요 춘만건곤북만가(17)/어이타 세속 인심 나날이 달라 변천이로다/
에라 만수 에라 대신/대활령으로 설설이 내리소서
(1) 성주풀이 : 경기도 지방의 무속에서는 '황제풀이'라고도 한다. 황제는 중국의 고대 임금인 요순씨를 뜻하는데, 요순씨는 나무를 써서 배, 활, 집 따위를 만들어 사람의 삶에 보탬이 되게 한 전설의 임금이다.
(12) 만수(萬壽) : 오래오래 삶. 여기서는 만수의 신을 뜻하는 듯하다.
(3) 대신(大神) : 인간의 길-흉-화-복을 맡은 큰 신.
(4) 대활령(大活令) : 크게 사람을 살릴 영. '대한량(大閑良)'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5) 낙양성 : 중국의 하남성 북쪽에 있는 옛도읍지. 여기서는 '서울'의 뜻으로 쓰였다.
(6) 허(許) : 그쯤 되는 곳.
(7) 운하춘풍미백년(雲霞春風未百年) : 봄에 이는 구름과 노을과 봄바람은 백년이 못 된다. 곧, 좋은 인생은 잠깐이다.
(8) 소년행락편시춘(少年行樂片時春) : 젊어 즐겁게 노닐 시간은 짧은 봄철과도 같으니.
(9) 무어 : '묶어'의 방언.
(10) 와가(瓦家) : 기와집.
(11) 한테 간에 : 알 수 없다.
(12) 제비원 : 안동시에서 서북쪽으로 6킬로미터쯤 떨어진 이천동에 '연미사'라는 절이 있는데, 그 옆에 큰 미륵이 있는 일대를 가리킨다. 미륵의 오른쪽 어깨 너머로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이 솔에서 솔씨가 온 나라에 퍼져 성주가 되었다는 전설 때문에 이곳이 성주신의 본향이라고 전해진다.
(13) 변 : 볕.
(14) 청장목, 황장목 : '장목(長木)'은 건축재로 쓰이는 굵고 긴 나무를 통틀어 일컫는 말인데, 푸른 장목은 말리기 전의 것이고, 누른 장목은 말린 뒤의 것이다.
(15) 도리 : 서까래를 걸려고 기둥과 기둥 위에 돌려얹는 나무.
(16) 천정세월인정수 : 하늘은 세월을 늘이고, 사람은 나이를 늘인다.
(17) 춘만건곤북만가 : 봄은 온 천지에 가득하고 복은 집에 가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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