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물·이슈 】

[스크랩] 가도 가도 황토길 전라도 길...소록도의 슈바이쳐들

자운영 추억 2013. 12. 29. 14:19

가도 가도 붉은 길 전라도 길...소록도의 슈바이쳐들

 

지금도 바둑을 두다가 한참 접전 중에 잘 풀리지 않을 때면 혼자서 기지개 펴면서 가끔하는 넉두리가

"가도 가도 붉은 황토 길 전라도 길"이라는 한하운시인의 시구가 입에서 흘러 나온다.

 

한참 감상적이었든 高 1때

별로 읽을만한 시집이 없을 때지만 빠이론의 시 한 권을 다 외우고 제법 시를 아는 양 거들먹거리다

"야 임마! 까불지말고 이거나 읽어봐!"

 

선배 형이 던저 주는 시집 한권을 받아 들었다. //

문둥이 한하운시인의 시집"韓何雲 詩抄"이었다.

 

표지마져 떨어저 꾀죄죄하게 헐어빠진 그 시집이 문둥이가 읽다 준 책같아서 영 기분이 내키지

않지만 나를 아껴주는 대학다니는 선배가 주는 책이라 손에 집어 들었다.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낯선친구 만나면 우리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같은 저녁해는 남는데

가도가도 붉은 황톳길

 

첫구절이 "가도 가도 황톳길 전라도 길"이라는 구절이 내 마음을 끌었다. 

(내가 외운 것과 달리 지금은 "가도가도 붉은 황토 길"로 되어 있는 사유를 모르겠다)

밤새워 다 읽었다.

 

이 시집을 읽으며 얼마나 흐느꼈는지 모른다.

시집 갈 날을 받은 처녀가 다림질 할 옷고름을 허벅지에 올려 놓고 인두질하다가 허벅지가 가려워

지더니 그것이 헐고 헐어 죽어서도 못나을 천형의 문둥병인 걸 알았다.

동네에서 쫓겨나고 부모형제에게 버림 받으며 울며 울며 걸어 간 붉은 황톳 길 전라도 길을 걸어야 했다.

 

숨막히는 더위속으로 쩔름 거리며 가는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가다미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한개가 없다.

 

앞으로 남은 두개의 발가락이 잘릴때까지.

가도가도 천리 먼 전라도길.

소록도 가는 길 머나먼 인생길.

 

다 외웠다고 거들먹거린 빠이론의 시는 한구절도 기억나지 않지만 이 "소록도로 가는 길"은 영화

"벤허"를 볼 때나 "빠삐온"을 볼 때마다 입안에서 맴돌면서 내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요즘 아프리카의 남수단이 내전에 휘말렸다

수단의 남부지역인 가장 가난한 지역이지만 한국의 이태석 신부가 사제로써 그리고 의사로써 이곳에서

선교와 교육 복지를 위하여 슈바이처에 못지 않는 자선 봉사 선교활동을 하다가 3년 전에 이승을 떠난

톰즈의 사랑을 베푼 지역이었다.

 

고 이태석 신부의 족적이 아쉬운 이때 소록도 병원의 오동찬 부장이 TV에 출연했다.

소록도 보건소에 의무 복무를 마치고 한센병전문 병원인 국립소록도병원에 주저 앉아 금년까지

19년을 근무하고 있는 칫과 의사이면서 한센환자들을 위한 모든것을 바치고 있는 인간 봉사인의

이야기가 소개 되었다.

 

누구나 싫어하는 천형(天刑)인 문둥병을 치료하고 환자들의 고충을 상담하는 일을 내일모래면

20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의무복무가 끝나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개업하면 어느 의사보다 수입좋고 안전한 길을 마다하고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천형의 유배지같은 소록도나환자 섬에서 기거하고 있다. 이제는 태반이 평균

연령이 70이라는 나이든 나환자의 의사이기 전에 친구요 연로한 할머니들의 오빠로써 아내와

함께 봉사하고 있다.

 

한때 6만명의 나환자가 줄어서 지금은 100여명만 남았다고 한다. 국림 소록도병원의 꾸준한 노력이

천형의 나환자를 치료하고 또 신규 환자의 발생을 저지하는 노력의 결과는 말할 것 없지고 과거에도

여러번 동남아에 출장 진료도 해 왔지만 앞으로는 필립핀등 동남아나 아프리카 같은 열악한 지역의

한생병 환자들을 돌보겠다고 하는 우리들 범인들이 상상하지 못할 계획을 담담히 얘기 한다.

 

6년 전에도 오스트리아 수녀 두 사람이 20세에 소록도 한생병원에서 50년간 봉사하다가 정년이되어

처을 올 때의 트렁크하나만 댕그런히 들고 소록도 주민들 몰래 조국으로 떠나간 벽안의 70대 수녀가

오스리아 수녀원의 3평짜리 방에서 만년을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마리안 수녀님(77세)과 마가렛트 수녀님(76세)~

 

2011년 독립과 동시에 여야 지도자가 정부군과 반란군으로 나뉘어 권력투쟁을 하는 남수단을 위하여

일생을 바친 이태석 신부의 족적이 너무 아쉬운 지금~

 

소록도 오동찬 부장의 천진하게 웃으며 말하는 인품에서 슈바이쳐를 넘는 위대함에 잠시 이를

경건한 마음으로 적어 본다.

 

남수단의 고 이태석신부님 명복을 빌며

소록도 병원의 오동찬부장님 그리고

오스트리아 수녀원에 칩거하신 두 수녀님의 건강을 빌면서~

 


    Mozart Bassoon Concerto...Andante ma adagio (05:57)

 

 

- 글 / 써니* -

출처 : 아트힐
글쓴이 : 써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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