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신비·환경

흔히 먹는 채소들, 이 꽃을 아시나요

자운영 추억 2013. 12. 28. 13:18

윤순영 2013. 12. 26

조회수 2819 추천수 0

채소는 열매나 잎에만 관심, 하지만 채소도 꽃을 피운다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르는 소박한 아름다움 

 

감자 오이 같은 채소도 꽃을 피운다. 우리 곁에서 늘 볼 수있는 꽃이지만 채소이기 때문에 꽃으로 여기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채소의 꽃도 유명세를 타는 야생화에 뒤지지 않는다. 아주 소박한 아름다움이 그곳에 있다.

 

3846.jpg » 감자꽃 

 

초여름 어머니가 삶아준 감자를 소금이나 설탕에 찍어 먹던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른다. 감자는 지금도 주식 또는 간식으로 먹으며, 굽거나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한다. 

3676.jpg » 오이꽃

 

오이 향은 늘 신선한 느낌을 준다. 여름철 오이지는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반찬이다. 어린 시절 길 가다 텃밭에서 슬쩍 딴 오이를 옷에 쓱 문질어 가시를 제거한 뒤 먹던 생각이 난다. 특히 목마를 때 갈증을 풀어주는 채소다.

 

3691.jpg » 고추꽃 

 

지금도 시골에서는 장을 담근 뒤 독 속에 붉은 고추를 집어넣거나 아들을 낳으면 왼새끼 줄에 붉은 고추와 숯을 걸어 악귀를 쫓는다. 한국인 밥상에 붉은 색을 주는 채소이다.

 

3758.jpg » 무꽃 

 

배추와 함께 주된 김장 재료로 친숙한 채소다. 뿌리는 김장용으로 사용하고 위에 붙은 줄기는 시래기로 쓴다. 김장용으로 쓰고 남는 무는 물이 고이지 않는 장소를 골라 묻어두면 이듬해 3월까지 조금씩 캐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든지 구입 할 수 있으니 그러는 사람은 드물다.

 

356.jpg » 배추꽃 

 

배추만큼 친숙한 채소도 없다. 어느 동네를 가도 재배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채소가 됐다. 발효 식품으로 소금에 절인 채소에 젓갈과 양념을 혼합하여 저온에 발효시켜 만든 김치는 한국인 밥상의 대표적인 반찬이다.

 

4999.jpg » 미나리꽃

 

미나리는 우리나라의 자생식물로 주로 봄·가을에 습지나 물가 근처 개울에 흔히 자라는 것을 채취해 이용하던 잎줄기 채소다. 미나리를 물이 있는 곳에 무더기로 심어 놓고 미나리 꽝이라고 불렀다.

 

봄철에 만들어 여름에 파장을 한다. 벌레가 싫어하는 향이 나고 음식을 만들 때 잡냄새를 잡아주고 간에 좋은 줄기 채소다. 처음 나오는 미나리는 보드라워 주로 쌈을 싸먹고 여름이 다가오면서 점점 억세지면 베어다 데쳐서 나물로 먹었다.

 

_4096.jpg » 호박꽃

 

호박꽃도 꽃이다. 아름다움이 덜해 이렇게 붙였는지는 몰라도 모든 꽃은 예쁘다. 호박은 버릴 것이 없는 좋은 열매 채소이면서 잎 채소이기도 하다. 어린 열매는 애호박, 가을이 되면 늙은 호박이라 부른다.

 

애호박을 쪄 양념간장에 찍어 먹으면 그만이다. 호박잎은 찌거나 적당히 삶아서 쌈으로 이용하는 것이 제맛이다. 예전에는 밥물이 잦아들 무렵 사발에 된장을 풀고 멸치 몇 마리 넣어 어머니가 밥솥에 끓여낸 된장에 호박잎을 쌈으로 먹었다. 밥물이 들어가 맛있게 끓여진 된장만 먹어도 좋은데 호박잎이 있으면 최고의 밥상이였다.

 

3663.jpg » 쑥갓꽃 

 

쑥갓은 각종 음식에 향기를 더하는 채소이자 상추와 함께 먹는 봄 채소다 .

 

3679.jpg » 강낭콩 

 

맛보다는 얼룩무늬가 탐스러운 콩이다. 흰쌀에 한줌 넣어 밥을 하면 그 맛은 팥과 같이 부서지는 느낌이 있다.

 

4413.jpg » 참깨꽃

 

참깨의 고소한 냄새는 누구나 싫어하지 않는 향을 가지고 있어 신혼 초 부부에게서 참깨 짜는 냄새가 난다는 말을 한다. 참깨는 인류가 기름을 이용한 작물로는 재배 역사가 가장 길다고 한다. 기름 말고는 깨를 볶아서 양념으로 먹는 깨소금이 제일 많이 쓰이고 다양한 떡 종류에 고명과 고물로도 쓰인다. 냄새가 고소해 아끼던 참기름을 어머니 몰래 밥에 부어 비벼 먹기도 했다. 어머니는 항상 눈치를 챘지만.

3638.jpg » 가지꽃 

 

예전에는 밥을 하면서 밥물이 잦아들 때쯤 가지를 넣고 쪘다.그걸 꺼내어 손으로 죽죽 찢어 밥알이 묻은 상태로 간장양념을 해서 반찬으로 먹었다.

어릴 적 날 가지를 먹고 입안과 목이 아려 혼난 생각이 난다. 그래서 날 가지를 먹을 때는 아주 어린 열매를 먹어야 한다는 것을 터득했다.

 

_6970.jpg » 상추꽃 

 

이른 봄에 심어서 초여름까지 먹는 것이 제일 맛있고 가을에 심으면 초겨울까지 싱싱한 먹거리가 된다. 손바닥에 상추를 가득 깔고 밥 한 숟갈 얹어 고추장이나 된장 조금 찍어 한입 가득 입안에 넣으면 씹을 것도 없이 녹아내리면서 밥도둑이 따로 없다.

 

4537.jpg » 도라지꽃 

 

도라지를 쪼개어 쇠고기와 번갈아 꼬치에 꿰어 도라지 산적을 만들기도 하며, 고기나 다시마와 함께 졸여서 설탕과 마늘을 섞어 간장에 담근 도라지장아찌를 만들기도 한다. 고추장을 묻혀서 구워먹는 것도 별미이다.

 

7011.jpg » 들깨꽃 

 

들깨는 뭐니뭐니 해도 그 독특한 향이 그만이다. 김치 찌개나 밥을 지을 때 들기름을 넣은 그릇에 김치를 담아 가마솥에 쪄 먹으면 맛이 최고다. 특히 깻잎은 삼겹살 같은 돼지고기를 싸먹을 때 좋다.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그 자리에서 매운탕을 끓일 때 깻잎을 넣으면 비린내가 없어진다.

  

4411.jpg » 참외꽃 

참외 하면 어릴 적 밭 주인의 눈을 피해 서리하던 생각이 떠오른다. 원두막 역시 빠져서는 안 될 참외밭의 정겨운 풍경이다. 잘 익은 참외는 달콤한 향기가 난다.

 

4084.jpg » 파꽃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예전에 결혼식 주례사에서 많이 듣던 말이다. 파는 무병장수의 상징이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처럼 흰머리가 되도록 오랫동안 화목하게 살라고 하는 뜻도 있지만, 파의 강한 생명력처럼 건강하게 장수하라는 뜻도 있었을 것이다.
 

_3632.jpg » 토마토꽃 

 

토마토의 열매는 겉과 속이 똑같다. 겉과 속이 같은 열매는 그리 흔하지 않다. 어린 시절  앞마당에서 탐스럽게 익어가는 토마토를 보면서 하나 둘씩 따먹던 생각이 난다.

 

6492.jpg » 부추꽃 

 

부추는 봄을 대표하는 채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 봄 일찍 싹을 틔우고 다른 채소가 자라지 않을 때 부지런히 성장을 한다. 한여름이 되면 꽃대를 세워 흰색의 어여쁜 꽃을 보여주고 씨앗을 남긴다. 부추 몇 포기 또는 몇 줄을 먹지 말고 계속 기르면 하얗고 조금은 수줍은 부추 꽃을 구경할 수 있다.

 

부추는 뭐니뭐니 해도, 잘게 썬 부추를 양념과 함께 버무려 네 군데로 가른 오이 틈에다 넣어 담근 오이소박이가 최고다. 한여름엔 보리밥을 된장으로 비벼 오이소박이만을 놓고 먹어도 아주 별미다. 한여름 비오는 날 부추로 전을 만들어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그처럼 훌륭한 새참도 없다.

 

3767.jpg » 갓꽃

갓은 김장김치의 속 재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갓김치는 김치라기보다는 마치 파 같은 양념 채소로 담근 것처럼 톡 쏘는 맛이 특이해 따듯한 흰쌀밥에 얹어 먹으면 제격이다. 갓김치는 보통 김치와 달리 금방 시어지지도 않고 잘 익어야 제 맛이 난다. 텃밭이나 집주변에 씨를 뿌리면 김장철 재료로 쓰일 만큼 병해충도 없이 스스로 알아서 잘 자란다.

4466.jpg » 옥수수 암꽃 

 

옥수수 대는 밭을 지켜주는 울타리 노릇을 하고 경계를 나누고 밭이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어릴 적 옥수수 대를 잘라 씹으면 제법 단맛이 났던 기억이 있다. 찐 옥수수를 먹을 때 하모니카를 부는 연상도 하곤 했다. 

 

4465.jpg » 옥수수 숫꽃 

 

6968.jpg » 팥꽃 

 

팥으로는 보통 팥밥을 지어 먹고 팥고물로 많이 쓴다. 시루떡, 찐빵, 단팥빵, 팥빙수 등 다양한 음식 재료로 쓰이고 있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시절 음식으로 먹었으며 문짝에 뿌려서 액운을 막기도 하였다. 팥은 나뿐 액운을 쫓아내는 상징적인 곡물이어서 민속신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추수가 끝나면 집집마다 1년 농사의 감사와 새해 가정의 평안을 위해 고사를 지내고 고사떡을 이웃에게 배달하던 생각이 난다. 지금도 개업식에 고사를 지내고 나면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풍습이 남아 있어 다행스럽다.

 

7310.jpg » 더덕꽃

 

더덕은 어린 잎을 삶아 나물로 만들어 먹거나 쌈으로 먹기도 하며, 뿌리는 고추장 장아찌, 생채, 자반, 구이, 누름적, 정과, 술 등을 만든다. 특히 햇 더덕을 얇게 저며 칼등으로 자근자근 두드려 찬물에 담가 우려낸 다음, 꼭 짜서 참기름으로 무치고 양념장을 골고루 발라가면서 석쇠에 구워낸 더덕구이는 일미이다.

 

425.jpg » 콩꽃 

 

콩은 수많은 종류가 있어 그 이름조차 나열하기 힘들다. 대개 쓰임새에 따라 메주 콩, 밥밑콩, 나물 콩, 약 콩, 고물 콩 등으로 부르거나,  모양에 따라 흰콩, 검정콩, 속 푸른 콩, 청 태, 쥐 눈이 콩, 수박 태 등으로, 또 익는 시기에 따라 서리 태, 올 태, 유월 콩 등으로 부르는 등 실로 그 이름이 다양하다. 특히 된장과 두부, 콩나물은 우리 식생활과 항상 함께 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