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24
바다 소금입자 미치지 않는 페루 탐보파타, 민물 거북 눈물서 소금 섭취
마코앵무새 등 다른 동물은 흙먹기 등으로 염분 섭취…눈물 먹으려는 벌은 피해
» 노랑점강거북의 눈물을 핥고 있는 나비. 에쿠아도르 야수니국립공원에서 촬영한 것이다. 사진=지오프 갤리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아마존강 서부의 열대 우림에 사는 민물 거북은 체온을 높이거나 사냥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강가에서 해바라기를 한다. 거북한테서 흔히 보는 모습이다. 그러나 페루 탐보파타 지역에서 특이한 것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나비떼가 거북에게 몰려든다는 것이다.
나비는 노랑점강거북의 머리 주변에 몰려들어 눈물을 핥아먹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런 사실은 페루 탐보파타 지역의 생태관광 업체인 ‘레인포레스트 익스피디션스’의 현지 탐사에서 밝혀졌다.
» 거북이 휴식을 취하러 뭍에 오르자 덤벼드는 나비떼. 사진=제프 크레머, 레인포레스트 익스피디션스, www.perunature.com
이 회사의 누리집과 온라인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나비의 이런 행동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염분 등 미네랄을 섭취하기 위한 것으로 나비 이외의 다른 동물에서도 나타난다.
이 지역은 바람이 불어오는 대서양으로부터 1600㎞나 떨어져 있어 소금기가 매우 부족하다. 바닷물의 미세한 소금입자는 염분의 주요 공급처인데, 안데스 산맥에 막혀 이 지역에 도달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 사는 화려한 색깔의 마코앵무새들은 아침마다 무리지어 점토 절벽에 날아가 흙을 먹어 염분을 섭취한다. 흙 먹기 습성은 원숭이한테도 나타난다.
» 염분을 먹기 위해 점토 절벽에 몰려든 마코앵무새 무리. 사진=레인포레스트 익스피디션스, www.perunature.com
나비는 염분을 얻기 위해 동물의 오줌이나 강이나 웅덩이 주변의 진흙 등에 모이는데, 눈물을 통해 과잉 염분을 배출하는 거북은 맞춤한 소금 섭취원이 됐다. 거북은 육식을 하기 때문에 먹이 동물의 살을 통해 염분을 얻는다.
거북은 이런 나비의 행동에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나비의 눈물 핥기 행동을 연구해 온 필 토레스 페루 탐보파타 연구소 연구원은 “나비가 소금을 핥으러 몰려드는 것이 거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눈물을 핥는데 따른 직접 영향은 없고 단지 대형 포식자 같은 천적이 접근하는 것을 나비떼에 가려 미리 보지 못하는 불이익은 있어 보인다.”라고 <라이브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 소금기가 부족한 페루 탐보파타에서 민물거북은 나비의 주요 소금 섭취원이다. 사진=제프 크레머, 레인포레스트 익스피디션스, www.perunature.com
실제로 생태여행객들은 나비가 몰려있는 거북에 접근해 촬영하기가 그렇지 않은 거북보다 쉬웠다고 말한다. 나비가 핥아먹는 눈물의 양은 미미해 나비 때문에 특별히 많은 양의 눈물을 분비하는 것도 아니다.
토레스는 벌들도 이 민물 거북의 눈물을 섭취하기 위해 덤벼드는 모습을 보았는데, 나비와 달리 거북은 이를 성가시게 여겨 피하려 했다. 아마도 붕붕거리는 소리 때문일 것이라고 그는 추정했다.
조홍섭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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