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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神曲의 지옥 풍경… 말이 안 나온다, 그저 감탄사만…

자운영 추억 2013. 12. 2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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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神曲의 지옥 풍경… 말이 안 나온다, 그저 감탄사만…

  • 네바다=글·사진 박종인 여행문화 전문기자
  • 입력 : 2013.12.05 04:00

    사계절 할 수 있는 일이 여행이지만, 미국 네바다에 있는 데스밸리는 반드시 겨울에 가도록 한다. 여름에는 말 그대로 지옥이다. 평균 기온 섭씨 50도다. 겨울에는 사람 살 만한 공간으로 변하는 아니 사람 눈 즐겁게 만드는 화려한 공간으로 변하는 데스밸리다. 우선 영상부터 본다.

    아름답지 아니한가. 사람 살 곳 못 되는 데스밸리와 꼭 가서 살고 싶은 버지니아시티까지 함께 떠나는 여행.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Death Valley)

    바다가 빠져나가고 계곡 바닥에는 소금만 남았다. 수만 년 전이다. 1849년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금광을 찾아 사람들이 이 황량한 계곡을 지나갔다. 계곡을 어렵게 탈출한 사람들이 뒤돌아보며 소리쳤다. “죽음의 계곡이여 안녕!” 그래서 지금도 계곡 이름은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Death Valley)다.

    데스밸리 도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더 많은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지긋지긋했다는 뜻이었지만, 그 뒤로 사람들은 여전히 죽음의 계곡이라 부른다. 탈출한 그들은 멀쩡하게 살아남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들을 ‘잃어버린 금광꾼(lost 49ers)’라고 부른다. 49ers(포티나이너스)란, 1849년에 금광을 찾아 떠난 사람들을 말한다. 지구상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기이한 풍경이 남북 200km, 동서 평균 15km 땅덩이에 펼쳐진다. 사람들은 라스베이거스에서 현실적인 자본주의를 즐기고 두 시간을 달려 초현실적인 공간, 데스 밸리로 숨어든다. 미국 내 겨울 여행지로 늘 1, 2위에 드는 곳이요, 그 넓은 미국 대륙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이다.

     

    태고의 신비… 초현실적인 비경(秘境)이 가득

    라스베이거스에서 시작한 여정대로 이런 이름들이 나온다. 단테스 뷰(Dante's View). 산정에서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되도록 석양 무렵에 가면 활활 불타오르는 석양과 황금빛으로 끓어오르는 마른 호수를 볼 수 있다.

    데스밸리(Death Valley) 초입에 있는 자브리스키 포인트(Zabriskie Point).
    아침 태양빛에 번쩍이는 이 풍광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사람들이 우글거린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더 많은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자브리스키 포인트(Zabriskie Point). 이곳 붕사 광산이 쇠락하자 관광업으로 업종을 바꾼 광산 사장 이름을 딴 곳이다. 화성에 해가 뜰 때 대개 이런 모습이겠다.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바닐라색 봉우리들이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지점이다. 맑은 새벽이면 일출을 찍으려는 사진가들이 우글거린다. 사람은 자연을 찍고, 그 자연을 찍는 사람을 또 사람들이 찍는 장면이 매일 새벽 연출된다.

    숙소들이 몰려 있는 퍼니스 크리크(Furnace Creek·용광로 개울)에서 좌회전하면 악마의 골프코스(Devil's Golf Course)가 나온다. 그 뒤로 아티스트 팰리트(Artist's Pallette), 배드 워터 분지(Badwater Basin)가 나온다.

     

    지표면에 말라붙은 소금이 육면체로 결정을 만들면서 땅바닥은 악마 이빨처럼 갈갈이 찢겼다. 밤이면 그 땅바닥이 갈라지며 나는 소리가 마치 악마가 골프를 치는 듯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 악마의 골프코스다.
    아티스트 팰릿. 색색 광물질이 드러나면서 빨주노초파남보 물감을 짜놓은 듯하다 해서 예술가의 팔레트다. 배드 워터? 호수처럼 보여서 달려갔더니 소금물이었다는, 그래서 ‘마시지도 못할 나쁜 물’이다. 단테스 뷰에서 보이는 풍경이 바로 이곳이다. 이름은 하나 같이 무시무시하지만, 실제로 대면하게 되면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는 그 아름다움에 그저 비명에 가까운 감탄사만 중얼거리게 된다.

    타이터스 밸리(Titus Valley)

    또 북상을 하면 타이터스 밸리(Titus Valley)가 나온다. 녹아버린 바위가 하나로 뭉쳐 만든 골짜기다. 잠깐 산책을 하고 나서 북상하면 죽어버린 화산, 우베헤헤 분화구(Ubehehe Crator)가 나온다. 기이하다. 먹구름까지 포함하면 천지가 온통 회색에 흑색이다. 정말 다른 행성에 착륙한 느낌이 들 정도다. 칼라로 찍어도 흑백사진이 되는 곳이다. 이곳 원주민들은 여기를 코요테의 바구니라고 부른다.

    지평선이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사람들에게 이 분화구 주변은 참으로 지구는 넓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우베헤헤 분화구(Ubehehe Crato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더 많은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서쪽으로 더 가면 지금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움직이는 돌들(Moving Rocks)’가 있는 벌판이 나오는데, 바닥 높은 사륜구동차가 아니라면 포기하는 게 낫다.

    운동장처럼 넓은 분지에 돌들이 흩어져 있는데, 그 뒤로 몇십미터, 몇백미터씩 움직인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러저러 말과 해석이 많지만 아직도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데스밸리 남중부 지역 이야기다. 새벽부터 심야까지 부산을 떨면 1박2일, 느긋하게 즐기면 2박3일은 더 걸리는 면적이다. 이제 이 태고의 시간대를 빠져나오기로 한다.

    네바다 북쪽 레이크 타호(Lake Tahoe) 위에 은하수가 솟았다.
    찬란한 천체의 운항이다. (셔터스피드 20초, 조리개 f2.8, 감도 ISO 1000).

    데스밸리에서 나와서 북상해 몇몇 도시를 지나면 레이크 타호(Lake Tahoe)가 나온다. 풍경은 낭만적인 레드우드숲으로 바뀐다. 엄청나게 큰 호수 주변은 온통 이 거대한 소나무숲이다. 겨울이면 대표적인 스키 타운으로 변하는 이 호숫가에서, 사람들은 은하수에 미쳐버린다. 주민들이야 그저 시큰둥하지만 관광객들은 열광한다. 그 많은 별들이 어디에 숨었나 했더니 바로 요기에 있었다네! 그 별을 보기 위해서 데스밸리에서 차를 몰고 떠난 거리가 여섯 시간이다. 여섯 시간 만에 사람들은 태고의 신비에서 낯익은 현대로 복귀했다.
    이게 다라고? 천만의 말씀.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100년 전 시대 속으로, 버지니아 시티

    버지니아 카우보이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시간만 더 북상한다. 목적지는 버지니아시티(Virginia City). 금광들이 모두 문을 닫고 광산촌은 유령마을이 됐지만, 이 도시는 아직도 사람이 산다. 880명이나! 그리고 사는 모습도 서부시대 그대로다. 주말이면 카우보이 옷에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외지인들을 맞는다. 유명한 창녀 줄리아 불렛이 만든 살롱, 매일 싸움판이 벌어졌던 살롱 버킷 오브 블러드(Bucket of Blood·매일 컨트리 음악 라이브가 열린다), 히피들이 음악회를 열었던 레드독(Red Dog Salon),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기자로 일했던 신문사, 유령이 출몰하는 모텔과 옛 병원 기타 등등. 그 모든 것들이 100년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서 있으니, 엊그제 현대로 복귀했던 시간대가 갑자기 100년 전으로 회귀하는 경험을 한다.

    금광시대에 버지니아시티는 네바다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이곳에서 나온 돈이 샌프란시스코를 먹여살렸다고 했다. 그래서 네바다 최초의 오페라하우스, 최초의 종합병원, 최초의 성당도 모두 버지니아시티에 있다. 그 역사 유적들을 ‘에 클램푸스 바이터스(E Clampus Vitus)’라는 남자들만의 클럽이 일일이 조사하며 발굴해냈다고 했다. 빨간 조끼를 입고 밤마다 회합하며 열심히 토론을 통해 버지니아시티의 역사를 정립했다고 했다. “좋은 일을 한 건 맞는데, 결국에는 맨날 술 처먹을 핑계를 만든 것”이라고 여기 관광안내소 여자가 분석한다. 지금도 에 클램푸스 바이터스 클럽은 오로지 남자들만 가입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비슷한 부류에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있었다. 트웨인은 젊은 시절 금광을 찾아 이곳에 왔다가 실패하고 신문기자로 취직했다. 작은 도시다 보니 기사꺼리가 떨어지면 엉터리 가짜 기사를 남발하며 먹고 살다가 아예 소설가로 전업했다. 그가 일하던 신문사도 에 클램푸스 바이터스 빨간 조끼 무리들이 역사 유적으로 지정했고, 그가 일하던 책상도 그 안에 남아 있다.

    주말이면 버지니아시티 사람들은 카우보이 옷에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외지인들을 맞는다.

    버지니아시티가 폐광촌 신세를 벗어난 사연도 희한하다. 조락한 1950년대, ‘보난자’라는 서부극 시리즈가 TV에서 시작했다. 그때 이 드라마를 촬영한 장소가 바로 여기 버지니아시티다. 주민들은 이때를 ‘제2금광시대’라고 부른다. ‘나 좀 내비둬’하고 은둔하려 하는 사람들이 이 작은 도시로 몰려들었다.

    돈에 여자에 각종 범죄가 판을 친 작은 도시니 유령 이야기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런데 1970년대 한 TV프로그램 제작진이 이곳을 찾아와 각종 첨단 측정기계로 유령이 있음을 밝혀냈으니 그 충격도 대단했으렷다. 하여 유령을 체험하겠다는 관광객들이 몰려들었고, 버지니아시티는 미국 3대 유령도시에 등극했다. 1970년대 미국에 불어닥친 이 심령술 바람이 제3의 금광시대를 열었고, 지금 880명 사는 버지니아시티는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관광객으로 바글거리는 흥겨운 마을로 살아남았다. 주민들은 물론 찾아오는 미국인들은 모조리 서부시대 복장을 하고서 거리를 어슬렁대니 우리 같은 외국 관광객에게는 참으로 진귀한 풍경이다.

    그런데 줄리아 불렛이라는 여자에게는 재미난 사연이 얽혀 있으니, 여기를 클릭하시면 되겠다.

    전력질주하면 10분도 걸리지 않는 작은 마을이지만, 그 하나하나에 얽힌 스토리를 함께 구경하려면 온종일도 모자란다. 눈 즐겁고, 귀 즐겁고, 어느 틈에 비어가는 지갑에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는 도시다.

    여행은 여기까지다.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죽음의 계곡으로, 뭇 별들을 직면하는 레이크 타호에서 100년 전 서부도시 버지니아시티로 쏘다닌 광활한 네바다 자동차 여행이었다. 영어가 조금이라도 가능하다면 누구에게든 강력 추천할 수 있는 여정이었다.

     

    여행 수첩

    가는 길
    1. 항공 : 유나이티드항공(02-751-0300)이 샌프란시스코까지 직항편을 운행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국내선 연결. 라스베이거스에서 1~2박 후 2시간 거리인 데스밸리로 떠나는 일정.
    2. 자동차: 달러 렌터카 추천.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예약 가능. 한국어 내비게이션도 신청할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공항에서는 렌터카 사무실이 셔틀버스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추천 호텔
    1. 라스베이거스 Tropicana Las Vegas
    2. 데스밸리 Furnace Creek Inn & Ranch Resort : 데스밸리 여행 출발점. Inn은 서부시대, Ranch Resort는 고급 리조트 분위기다.
    3. 레이크 타호 MontBleu Resort : 카지노를 겸한 리조트. 네바다와 캘리포니아 경계지역.
    4. 버지니아시티 Silverland Inn & Suites: 인구 800명 사는 이 마을 유일한 특급호텔.

    버지니아시티 참고
    1. 버킷 오브 블러드(Bucket of Blood): 서부시대에 문을 연 살롱. 컨트리 밴드 라이브와 손님들의 춤! 분위기 최고다.
    2. Comstock Creamery & Firehouse BBQ: 유일하게 아침에도 문을 여는 식당.

    참고사항
    1. 주유소 간 거리가 무척 멀다. 자동차 연료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미리 주유소에서 채워 넣을 것.
    2. 데스밸리 입장권은 무인매표소에서 신용카드로 20달러. 차량에 부착할 것.

    기타
    데스밸리 홈페이지 : www.nps.gov/deva
    버지니아시티 홈페이지 : www.visitvirginiacitynv.com
    레이크 타호 홈페이지 : www.visitinglaketahoe.com
    네바다주관광청 한국사무소 : www.travelnevada.co.kr, (02)775-3232. 데스밸리를 포함한 구체적인 네바다 여행 정보.
    브랜드USA 한국사무소: www.discoveramerica.co.kr (02)777-2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