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山과 寺

[나를찾아떠나는休] 절수행

자운영 추억 2013. 11. 21. 21:02

휴심정 2012. 0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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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_ 수행, 수도, 명상을 통해 행복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각박하고 외로운 현대인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 수도, 명상,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밖에서  만 갈구하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자기를 깨닫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현실에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 위한 생활의 구체적인 방법들을 휴심정을 찾는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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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절수행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절은 신장의 물 기운을 끌어올려 심장의 불기운을 끄므로

배는 따뜻하게 하고 머리는 시원하게 함에 따라

몸은 건강해지고 마음은 상쾌하고 평안하게 한다. 




“딱, 딱, 딱”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석산리 첩첩산중 소리산 해발 400고지의 법왕정사. 새벽의 적막을 죽비소리가 깨운다. 1배, 2배, 3배….

절을 하기에 절이라고 했다던가. 맨 앞에서 절을 하는 청견(52) 스님의 죽비 소리에 맞추어 10여명이 절도있게 절하고 있다. 사고로 한 팔을 잃은 거사도 연신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간 숙이는 모습이 절묘하다.

수행을 위해 이곳에 온 이들은 매일 새벽 5시부터 법당에서 무릎꿇는 장궤 자세로 한글금강경을 독송하고, 석가모니불을 염불한 뒤 마지막으로 아침 7시까지 이렇게 108배를 한다. 절을 많이 한 때문일까. 마치 무예의 고수처럼 보이는 단단한 몸인데도 스님의 웃음은 어린아이 같다.

그는 이제 가장 절 잘하는 스님으로 통한다. 〈절을 기차게 잘하는 법〉(붓다의마을)을 쓰기도 한 청견 스님이 제시하는 대로 엎드릴 때 발가락을 꺾고, 바닥에 고개를 숙일 때 입으로 숨을 내뱉다 보면 108배뿐 아니라 1080배, 3000배, 1만배까지도 무리 없이 거뜬히 해내곤 한다. 특히 엎드릴 때와 일어설 때 발가락으로 숫자를 세는 탓에 마음이 자연스레 발가락에 집중돼 차분해지고 머리엔 찬바람마저 느껴진다.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 밤엔 100여명씩 3000배를 한다. 올해 들어서만 3000배를 거쳐 2박3일 동안 1만배를 해내고 청견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은 이도 20명이나 된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해인사로 출가한 그가 이처럼 ‘절 스님’이 된 것은 80년대 초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는 불의의 사고 때문이었다. 극심한 통증을 이겨내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석가모니불’을 염송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호흡도, 고통도 초월한 삼매에 빠졌다. 그때의 그 벅찬 감동을 잊을 수 없어 부처님 전에 몸 바쳐 예배 공양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 절 수행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몸을 가누지도 못해 부축을 받으며 죽을 힘을 다해 절을 하니 100일 후엔 108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이어 3년 동안 금강경을 10만번 독경하고, 하루 3000배를 1000일간, 하루 1만배씩 100일간 계속하는 초인적 수행을 계속했다.

그는 특히 선방 10안거의 수행에서 성과가 없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수행-수도프로그램을 몸소 체험했다.

그 결과 집중 삼매를 위한 절과 염불의 구체적인 기법을 깨달았다. 그는 이곳에 오는 수행자들에게 2박3일 동안 기본적인 절 교육을 시켰고 다시 3박4일 동안 마음을 띄워 지우도록 한 뒤, 4박5일 동안 ‘부처님 고맙습니다’를 30만번 염하도록 했다. 이어 108일 동안 하루 15만번씩 석가모니불을 염불해 행주좌와(움직이고, 멈추고, 앉고, 누움) 어느때나 삼매가 끊기지 않는 경지에 이르도록 이끈다. 그러곤 인연이 있는 큰스님들로부터 화두를 받아 화두선을 하도록 한다.

이제 ‘하심’이 된 것일까. 선방 수행을 할 때나 절과 염불로 신통력이 생길 때마다 한마디로 ‘눈에 뵈는 게 없었다’는 그는 “돌이켜 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지식들과 도반들과 승가와 계율을 존중하지 않았던 세월을 아파했다. 그는 “내가 지금 다시 출가한다면 하심하고, 스승을 존중하고, 도반과 잘 지내며 승가 안에서 화합하는 데서부터 공부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다.

“딱, 딱, 딱”

죽비 소리에 맞춰 몸도 숙이고, 마음도 숙이니, 모든 이가 석가모니불인가. 소리산의 소리 공양이 멀리 퍼져가고 있다. “고맙습니다.” (031)771-7745.

양평/글·사진 조연현 기자 



잘못하면 탈 나는 게 절

저절로 된다고 절이라고 하지만 절도 잘못하면 탈이 난다. 절을 주요한 수행법이자 운동법으로 보급하고 있는 서울 법왕정사(cafe.daum.net/sorisan) 주지 청견 스님은 사고로 몸을 다쳐 누워 지내다 절을 통해 건강을 되찾은 이다. 지금까지 700만 배를 하면서 절을 포함한 여러 이치를 깨달은 스님은 “절을 잘못하면 건강을 해칠 수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스님은 호흡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 <사진 4>의 동작을 취할 때 휘파람을 불 듯이 숨을 내뱉는다는 것만 잊지 않고 숨을 쉬다 보면, 다른 동작에서는 저절로 알맞은 호흡이 이뤄지게 된다고 했다.


mk01.jpg사진1 공손한 마음으로 다소곳이 서서 두 손을 심장 앞에 가지런히 모아 합장한다. 손가락은 모두 붙인다. 두 발은 붙이되, 발끝은 조금 벌려도 된다.

사진2 몸을 수직으로 유지하며 무릎이 바닥에 닿을 때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꿇는다. 사진2-1 처럼 엄지발가락은 붙이고 발뒤꿈치는 벌려 엉덩이를 그 사이에 넣는다는 생각으로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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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손으로 바닥을 짚은 뒤 엉덩이를 들며 상체를 앞쪽으로 조금 기울여 손바닥과 팔이 직각이 되도록 한다. 두 손 사이의 간격은 머리가 들어갈 정도면 좋다. 이때 꺾어 세워 앉았던 발을 풀어 사진3-1 처럼 왼발 끝을 오른발 끝 위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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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이마와 코끝이 바닥에 닿도록 하고 팔꿈치를 바닥에 닿은 채 손바닥을 뒤집어 귀 높이까지 들어올린다. 손바닥은 바닥과 수평이 되도록 한다.

사진5 엉덩이를 들면서 상체를 앞쪽으로 움직여 팔과 손바닥이 직각이 되도록 한다. 이때 발은 사진5-1 처럼 엄지발가락을 붙이고 직각으로 꺾어 세운다.


mk05.jpg사진6 상체를일으키며 무릎을 꿇고 앉는다. 처음 무릎을 꿇고 앉을 때처럼 엄지발가락은 붙이고 뒤꿈치를 벌린 뒤 그 사이에 엉덩이를 넣는다는 생각으로 앉으면 된다.

사진7 무릎을 펴며 기마 자세로 일어난 뒤 엉덩이에 살짝 힘을 준다.
  


글·사진 권복기 기자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한겨레출판 펴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