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山과 寺

[나를찾아떠나는休] 속세 파고드는 참선

자운영 추억 2013. 11. 21. 21:04

휴심정 2012. 0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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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_ 수행, 수도, 명상을 통해 행복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각박하고 외로운 현대인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 수도, 명상,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밖에서  만 갈구하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자기를 깨닫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현실에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 위한 생활의 구체적인 방법들을 휴심정을 찾는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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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참선

생각 이전의 마음, 허공처럼 청정한 마음


조금 집착하면 조금 미친 것이고 많이 집착하면 많이 미친 것이다. 

하나도 집착하지 않으면 제정신이다. 




현재 전국 90여 선원에선 2천여명의 승려들이 동안거(100일의 겨울집중수행)를 나고 있다. 화두선은 우리나라 불교 조계종의 대표적 수행법이다. 그러나 수행 과정이 만만치 않아 눈 밝은 선지식(선사)의 지도를 받지 않고선 성과를 얻기 어려운 공부다. 이 때문에 화두는 염불, 경전 공부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범어사, 통도사, 해운정사, 해인사 원당암, 용화선원 등 일부 큰 사찰들이 재가자 선방을 두고 있을 뿐, 시중에선 선원이라고 이름 붙은 곳이라도 화두선을 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불자들의 의식이 기복불교에서 벗어나면서 최근 10여년 만에 사찰에서 운영하는 불교대학이 100여 곳이나 생겨났지만, 화두선은 아직까지도 일반인에겐 접근이 쉽지 않은 영역이다. 또 최근엔 남방불교의 관법 수행인 위파사나가 급격히 퍼지고 있다. 일부에선 천년 동안 내려온 ‘화두선의 시대는 끝났다’는 ‘화두선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안국선원의 화두선 열기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안국선원은 전국에 세 곳이 있는데, 서울 700여명, 부산 600여명, 창원 150여명 등 모두 1500여명이 선방 수좌 승려들과 다름 없이 동안거를 하고 있다. 이들은 겨우내 새벽, 낮, 밤 시간 등 자신의 수행 시간을 정해 놓고 정진하고 있다. 


그토록 어렵다는 화두에 이들이 어떻게 들 수 있을까. 


고요한 마음이 필요한 것은 오히려 옛사람보다 바쁜 현대인이요, 산사보다 번잡한 도심일 것이다. 육신은 시공에 갇히지만, 마음은 시공에 가둘 수 없다고 했던가. 마음의 터를 닦아 도심에서 산중 선원과 히말라야의 고요를 경험할 수 있다면 현대의 도시인에게 더할 나위가 있을까. 한국 불교 1번지라는 서울 조계사의 ‘등잔 밑’에 있어 잘 눈에 띄지 않는 수선회가 그런 도심선방이다.

지난 16일 부처님 오신 날(24일) 맞이가 한창인 조계사의 화려한 연등을 지나 조계사와 담이 맞닿아 있는 원당빌딩 3·4층에 올라가니, 참선하는 재가불자들의 얼굴에서 산사의 솔바람이 느껴진다. 세상 번민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바위처럼 앉은 재가 선객들의 주위에선 선선한 기운만이 감돈다.

수선회 회원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부동 자세로 앉아 오래도록 참선의 맛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수선회를 이끄는 현담(53)


  스님은 오히려 부동 자세도, 밤샘 참선도 강요한 적이 없었다. 또 참선 중에 졸거나 자세가 흐트러진다고 죽비로 내려치는 법도 없었다. 힘이 들면 언제나 다리를 뻗으라고 했다. 그리고 한 시간도 아닌, 하루에 단 ‘5분씩’만 참선을 하라고 했다. “한 시간을 하겠다고 맹세하고 30분 밖에 못하면 꺼림칙한데, 5분 한다고 다짐하고서 10분을 하면 흡족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수선회원들은 이처럼 ‘부담 없이’ ‘5분 참선’을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참선을 습관화하고 생활화했다. 매주 토요일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하는 철야 정진 때 8시간 동안 한번도 쉬지 않고 참선하는 이들도 처음엔 그렇게 5분부터 시작했다.

현담 스님은 망상이 많은 사람들에겐 참선에 앞서 먼저 ‘숫자를 세는’ 수식관을 하도록 한다. 처음엔 50부터 1까지 숫자를 거꾸로 센다. 세다가 중간에 숫자를 잃어버리면 다시 세어야 하기에 마음을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숫자에만 집중하다 보면 걱정과 분노가 ‘쉬어지게’ 된다. 결국 수식관에 이어 가르치는 화두선도 번뇌 망상을 쉬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수선회라고 참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불교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하는 그의 법문이야말로 한 생각을 돌이키게 하는 데 그만이다.

“마음이 마구니이고, 마음이 부처입니다. 모든 게 마음먹기 달린 것이지요. 어떤 사람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날 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힘든 일을 겪을 때, ‘왜 내게만 이런 고통이 오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보다는 ‘이만하니 다행이다’고 생각을 바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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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회 도심선방에서 참선 정진중인 현담스님과 재가 수행자들  사진 조현



그는 상대에 대한 분노가 상대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결국 자신을 괴롭히는 것임을 명심하게 한다.

“자기가 자기를 괴롭힐 때 만나는 것이 바로 병입니다.”

그래서 그는 늘 ‘감사의 마음’을 되새겨준다. 성한 다리로 걸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가족이 있는 것에 감사하는 등 감사할 것을 헤아려보거나 공책에 낱낱이 적어보라고 권한다.

“상대를 편안하게 하고, 상대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이 바로 부처입니다.”

스님의 법문으로 한 생각을 돌린 수선회원들이 다시 참선을 시작한다. 2500여년 전의 부처, 나와는 너무 동떨어져 멀게만 느껴지는 부처는 이제 없다. 불안한 마음을 쉬면서 평안해진 얼굴들이 말해주지 않는가. ‘날마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조현 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