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04
중미 열대림 잎벌레, 새끼에 접근하면 뛰어나와 발 구르고 잎 흔들어 위협
아 사회성 행동 새 사례…식물 독 나올쎄라 잎맥 씹고, 양떼처럼 몰고 다니기도
» 딱정벌레의 끔찍한 자식 사랑. 잎벌레의 한 종이 유충을 돌보고 있다. 사진=도널드 윈저
곤충은 대개 알을 많이 낳지만 알에서 깬 유충을 돌보지도 않는다. 뱃속에서 적은 수의 태아를 길러 낳은 뒤 정성껏 기르는 포유류와는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렇지만 모든 곤충이 그런 건 아니다. 사회성 곤충인 개미나 벌은 육아가 철저한 분업을 통해 이뤄진다. 사회성 곤충처럼 명확한 사회구조를 이루지는 않지만 부모가 알을 낳은 뒤에도 새끼를 돌보는 곤충이 적지않다. 이를 ‘아 사회성 행동’(subsocial behavior)이라고 하는데, 알이나 유충을 적으로부터 지키고 둥지를 만드는가 하면 먹이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퀴로, 알주머니를 꽁무니에 매달고 다니고, 알이 깬 뒤에는 페로몬으로 냄새 길을 만들어 새끼가 멀리 가지 않도록 한다. 어떤 바퀴는 날개 밑에 유충을 달고 다니고, 오대산에서 발견된 고산 바퀴는 새끼에게 ‘젖’을 먹여 기르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 노린재목의 곤충도 새끼 돌보기로 유명하다. 물장군이나 물자라 등은 알을 지키거나 등에 지고 다닌다.
» 중앙 아메리카 잎벌레 암컷이 애벌레를 돌보고 있다. 사진=페르난도 프리에이로-코스타
아 사회성 행동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은 딱정벌레이다. 최근 파나마 등 중앙아메리카의 침침한 열대림 속에 사는 화려한 빛깔의 딱정벌레인 잎벌레 가운데 이런 자식 돌보기 행동이 밝혀져, 사회적 행동이 처음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규명할 단서를 제공해 주고 있다.
파나마의 스미스소니언 열대 연구소 등 국제 연구진이 아메리카 잎벌레 무리의 3개 속 8개 종에서 이런 행동을 관찰한 결과가 온라인 공개학술지 <주키스>에 최근 실렸다.
파나마 열대림에 사는 ‘도리포라 파이쿨리’란 잎벌레는 매우 강력한 보호 행동을 나타냈다. 이 잎벌레 암컷은 알을 낳은 지 이틀 뒤 벌써 보호에 나섰는데, 알 무더기 위에 걸터앉아 지켰다.
» 가장 강력한 보호 행동을 보이는 잎벌레 도리포라 파이쿨리 암컷이 알과 일령 애벌레를 지키고 있다. 사진=수잔느 랑코프스키
연구자가 가는 막대를 들이대자 잎 가장자리까지 쫓아 나와 잎을 마구 흔들고 발을 구르는 등 격렬한 반응을 했다. 이런 행동은 외부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2분 이상 계속됐다. 한 번은 개미가 알 자리에 왔다가 잎을 흔들어대자 혼비백산 달아나기도 했다.
알에서 새끼가 태어나자 다리 밑에 두고 보호했는데, 잎을 벗어나 멀리 가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다. 그러나 새끼가 커가면서 보호 강도가 낮아졌고 자신도 먹이를 먹었다.
하지만 새끼들이 여기저기 흩어진 뒤에도 눈에 띄는 새끼를 돌보았고 양떼처럼 몰고 다니기도 했다. 산란 12일 뒤에 남들은 다 번데기가 되기 위해 땅에 내려갔는데도 나무에 남아있던 늦둥이 유충을 돌보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 도리포라 파이쿨리 잎벌레 암컷이 새끼들을 새로운 잎으로 몰아 가고 있다. 사진=S. 반 바엘
다른 종들은 이보다는 강도가 약했지만 다양한 보호행동을 했다. 한 잎벌레는 어미가 알을 낳기 전에 새끼들이 먹을 잎의 맥을 씹는 행동을 했다. 이는 새끼의 먹이가 될 식물의 화학적 방어를 무력화시키려는 동작으로 추정됐다.
잎벌레는 모두 15개 아과로 이뤄져 있는데 이번에 아 사회성 행동을 보인 것은 2개 아과에 국한됐다. 연구진은 이들 잎벌레 새끼들이 동작이 느리고 미성숙한 상태로 천적이나 기생자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이런 돌봄 행동이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런 보호 행동이 새끼의 생존율을 얼마나 높이는지 등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또 보호 행동을 하는 잎벌레가 먹는 식물은 협죽도과와 가지과 식물로 한정돼 있었는데, 이 식물을 선택하는 것과 보호 행동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앞으로의 연구과제로 남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 책임자인 도널드 윈저 스미스소니언 열대 연구소 연구원은 이 연구소가 낸 보도자료에서 “우리가 이 두 분류군의 자연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포식자와 기생자가 무엇이고 얼마나 중요한지, 어미는 어떤 방식으로 새끼의 생존율에 영향을 끼치는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Windsor DM, Dury GJ, Frieiro-Costa FA, Lanckowsky S, Pasteels JM (2013) Subsocial Neotropical Doryphorini (Chrysomelidae, Chrysomelinae): new observations on behavior, host plants and systematics. In: Jolivet P, Santiago-Blay J, Schmitt M (Eds) Research on Chrysomelidae 4. ZooKeys 332: 71~93. doi: 10.3897/zookeys.332.519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자연·신비·환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를 죽이는 풀…전국 하천에 '덩굴 대란' (0) | 2013.10.09 |
---|---|
호랑나비의 마지막 비행 (0) | 2013.10.05 |
무분별한 논 매립, 한강 하구 습지가 위험하다 (0) | 2013.10.03 |
2㎜ 곤충이 1m 점프, 비법은 톱니바퀴 (0) | 2013.10.03 |
구조한 새끼 수달 물에 담아 두면 큰탈 나 (0) | 2013.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