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신비·환경

2㎜ 곤충이 1m 점프, 비법은 톱니바퀴

자운영 추억 2013. 10. 3. 18:05

조홍섭 2013. 0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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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의 고안' 신화 깨져, 알멸구 두 다리 동시 박차기 위한 얼개

볼트와 너트 구조 지닌 바구미도…이제 회전축 지닌 동물도 나올라

 

j5.jpg » 곤충 다리에 이런 톱니바퀴 기어 구조가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톱니 하나의 크기는 0.02㎜이다. 알멸구의 뒷다리 고관절에 이런 구조가 있음이 밝혀졌다. 사진=버로우스, <사이언스>

 

단풍나무의 씨앗에는 날개가 달려 있어 빙글빙글 돌면서 서서히, 그리고 바람을 타고 어미 나무에서 먼 곳에 떨어진다. 단풍나무 씨앗의 멋진 활공능력을 눈치챈 항공공학자들이 날개가 하나인 새로운 헬리콥터를 고안하느라 한창이다.
 

자연은 공학자의 스승이다.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발명품을 자연은 그보다 수만 년 먼저 설계한 사례가 적지않다. 그러나 자연이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인간만의 고안이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기어나, 볼트와 너트가 꽉 조이는 구조를 자연이 만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정말 그럴까.
 

맬컴 버로우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동물학자 등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을 통해 다리에 톱니바퀴 기어를 갖춘 곤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 주인공은 알멸구의 일종으로 풀잎에 있다가 위협을 느끼면 순식간에 톡 튀어 달아나는 곤충이다.
 

j1.jpg » 뒷다리에 기어 구조가 있는 알멸구 유충. 성충이 되면 이 구조가 사라진다. 사진=버로우스, <사이언스>

 

몸길이가 2㎜밖에 안 되는 이 곤충은 1m 높이로 뛰어오르는 점프력을 지녔는데, 만일 두 다리가 바닥을 박차는 시간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으면 몸이 공중에서 돌아 내동댕이쳐질 것이란 데 연구진은 주목했다.
 

연구진이 주사형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더니 놀랍게도 이 곤충의 뒷다리는 뛰어오를 때 완벽한 동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교한 톱니바퀴로 맞물리는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톱니 하나의 크기는 0.02㎜였으며, 사람이 사용하는 톱니바퀴와 달리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톱니도 한쪽으로 기운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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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4.jpg » 알멸구 뒷다리 기어 구조의 주사 전자현미경 사진. 위에서부터 차츰 기어구조를 확대한 모습이다.사진=버로우스, <사이언스>   

 

어린 알멸구가 점프를 위해 뒷다리를 박차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만분의 3초였는데, 이는 신경세포가 자극을 전달하는 시간인 1000분의 1초보다 훨씬 짧다. 다시 말해 신경세포에 기대지 않는 다른 구조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톱니바퀴 기어였던 것이다.
 

특이하게도 뒷다리의 톱니 기어는 어린 시절에만 나타났고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되면 사라졌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수시로 허물을 벗는 유충 시절에는 톱니를 수선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성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거나, 성충은 기어보다 고관절의 마찰력을 이용하는 편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j6.jpg » 기어를 이용한 알멸구의 정확한 점프를 고속 촬영한 모습.사진=버로우스, <사이언스>

 

사람만의 고안이라고 여기기 쉬운 볼트와 너트를 이용해 다리 관절을 고정하는 곤충도 있다. 독일 연구자들은 2011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바구미 뒷다리의 고관절이, 크기는 0.5㎜에 지나지 않지만 형태는 분명한 암나사와 수나사를 조이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파푸아뉴기니에 서식하는 이 바구미는 식물조직을 먹고사는데, 이런 나사 구조가 머리를 처박고 먹이를 먹을 때 뒷다리로 몸을 안정적으로 떠받치는데 유리하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바구미는 이런 얼개를 1억 년 전부터 사용해 왔다.
 

KIT.jpg » 바구미 다리에서 발견된 볼트와 너트 구조. 그림=토마스 반 데 캄프 외, <사이언스>

 

아마도 자연계에 없는 인간만의 고안은 바퀴일지 모른다. 동물의 몸이 회전축에 바퀴를 달아 굴러가는 얼개를 흉내 내기엔 중추신경이 꼬이는 등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멋진 바퀴 구조를 이용하고 있는 생물이 있을지 누가 아는가.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lcolm Burrows, Gregory Sutton, Interacting Gears Synchronize Propulsive Leg Movements in a Jumping Insect, Science 13 September 2013: Vol. 341 no. 6151 pp. 1254-1256, DOI: 10.1126/science.1240284

 

Thomas van de Kamp, Patrik Vagovic, Tilo Baumbach, and Alexander Riedel, A Biological Screw in a Beetle’s Leg, Science 1 July 2011: 52. , DOI:10.1126/science.1204245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