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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벵이도 구른다고? 뛰는 애벌레도 있다

자운영 추억 2013. 8. 25. 07:50

 

조홍섭 2013. 08. 23
조회수 591추천수 0

베트남 나방 애벌레, 잎 말이 상태로 그늘 찾아 사흘 동안 점프

과열과 건조 피하려는 행동, 슬리핑백 안에서 뛰어오르는 동작

jump2.jpg » 잎을 말아 만든 은신처 속에 들어간 나방 애벌레. 땅에 떨어진 이 상태로 점프를 한다. 사진=험프리스 외, <바이올로지 레터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말이 있지만 톡톡 뛰는 재주를 부리는 나방 애벌레가 있어 눈길을 끈다.
 

캐나다 연구진은 베트남 남부 욕돈 국립공원에서 동남아에 분포하는 나방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 나방(칼린도에아 트리파스키알리스) 애벌레는 몸 뒤에 두 개의 돌출된 분비샘에서 자극적 냄새가 나는 액체를 분비해 천적인 개미와 맞선다.
 

jump3.jpg » 점프하는 애벌레가 은신처를 만들기 전의 모습(왼쪽)과 성충이 됐을 때. 사진=험프리스 외, <바이올로지 레터스>

이 애벌레는 나뭇잎 위에 은신처를 만들어 잎을 갉아먹다가 3주쯤 지나면 몸 주변에 잎을 돌돌 말아 슬리핑백처럼 만든 뒤 땅에 떨어져 번데기가 된다.
 

연구진은 다음날 연구를 위해 이 잎 말이 상태의 애벌레를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숙소의 침대 밑에 두었다. 그런데 한밤중 무언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놀랍게도 잎 말이 상태의 애벌레가 톡톡 뛰어 돌아다니고 있는 게 아닌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실린 논문에서 이 애벌레의 독특한 점프 행동을 분석했다. 나뭇잎 대신 셀로판으로 집을 짓게 한 뒤 은신처 내부의 행동을 관찰했다.
 

애벌레는 ‘뒷다리’를 은신처 바닥에 고정하고 머리를 아래로 구부렸다가 하반신을 갑자기 뒤로 활처럼 젖히면서 은신처를 때려 점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치 슬리핑백 속에서 몸의 탄력을 이용해 뛰어오르는 모습이다.
 

ca1.jpg » 땅에 떨어지기 직전 잎을 말아 은신처를 만든 애벌레. 사진=험프리스 외, <바이올로지 레터스>

ca2.jpg » 애벌레 은신처가 점프를 하면서 이동한 궤적. 사진=험프리스 외, <바이올로지 레터스>

이 애벌레는 그늘진 적당한 장소에 도달하기까지 사흘 동안 점프를 되풀이했는데, 한 번 점프에 평균 0.75㎝를 이동했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이 애벌레가 강한 빛의 반대방향으로 이동하는 사실을 밝혔다. 태양의 방향을 감지해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연구진은 “애벌레는 주변을 감지할 수 없는데도 과열과 건조를 피해 안전하게 번데기가 될 수 있는 그늘을 찾아 이동하는 독특한 능력이 있음이 밝혀졌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umphreys K, Darling DC. 2013 Not looking where you are leaping: a novel method of oriented travel in the caterpillar Calindoea trifascialis (Moore) (Lepidoptera: Thyrididae). Biol Lett 9: 20130397. http://dx.doi.org/10.1098/rsbl.2013.039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