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談 3] 법륜스님의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
한겨레 조현 기자와 법륜스님의 솔직·담백한 대담
“잘 물든 단풍이 봄꽃보다 예쁘다.”
행복한 인생 후반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한겨레 조현 종교전문 기자와 법륜스님의 솔직, 담백한 대담 ‘법륜스님의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 3번째 자리가 6월17일 서울 서초동 평화재단 강당에서 열렸습니다.
대담의 마지막 시간이었던 이날 자리에서는 ‘잘 나이 드는 것’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새싹에서 봄꽃이 피어나고, 또 단풍으로 물들고, 다시 낙엽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이치를 살펴보면서 단풍처럼 잘 물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법륜 스님께 들어보았습니다.
<대담 내용>
①길가에 핀 들풀처럼, 돌멩이처럼...법륜스님의 인생철학
②어떤 인생이 잘사는 것인가?
경제적인 기반을 다져서 노후가 걱정 없는 인생인가? 꿈을 이룬 인생인가?
③젊은 층과 중·장년층의 일자리 갈등과 그에 대한 개인의 해법은?
④일자리 나눔에 대한 구체적인 사회적 해법은?
⑤자식을 독립시킨 뒤,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해 꿈을 찾아가야 할까?
⑥하우스푸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⑦정년, 해직, 퇴직...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⑧행복하게 나이 들기 위해 꼭 실천해야 할 것들은?
<시청자 및 방청객 즉문즉설〉
① 부모님 봉양이 두렵습니다.
② 수행자는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던데...
③ 온전한 자립은 무엇입니까?
<주요 대담 내용> 조현 기자 : 스님께서는 길가의 잡풀이나 돌맹이처럼 이렇게 살고 싶다, 또 나이가 들면, 나이가 들서 더 늙어지면 농부로 내생을 마치는 꿈을 꾸고 있다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최고다’라는 식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요즘 분위기와는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요. 법륜 스님 : 저는 노후를 아름답게 잘 마무리지어야 되겠다, 이런 것도 잘못된 생각이라고 봅니다. 어떻게 해야 노후가 아름답고 잘 마무리되는 거예요? 늙으면 늙은 대로, 병나면 병나는 대로 사는 게 노후가 아름다운 거죠. 다리가 아파서 걸음걸이가 불편하면 그동안에 많이 부려 먹었으니까 고장날 때가 되었으니까 그래도 휠체어 안 타고 이 정도 걷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처지를 분명히 하고 살면 다른 사람 보기에 ‘저분은 노인인데도 아무 구김살 없이 참 당당하게 잘 살구나’ 생각할 겁니다. 그러면 아름다운 단풍이 잘 물들 듯이 늙음이 비참해지지도 않고 초라해지지도 않고 순리대로 참 잘 살아간다 이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조현 기자 : 가족 돌보며 살아가는 평범한 인생,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생 등도 있는데요, 어떤 것이 좋은 인생입니까?
법륜 스님 : 자기가 만족하면 가장 좋은 인생이에요. 농사짓고 살면서 ‘참 나는 행복하다.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다.’ 왜, 제일 좋은 공기 내가 마시고 제일 깨끗한 물 내가 먹고 또 오염되지 않는 농산물 내가 먹고 이렇게 속박받고 구속받지 않고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쉬고 싶으면 쉬고 이렇게 사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죠. 뭐 돈이 많다고 지가 하루에 밥을 다섯 끼, 여섯 끼 먹을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자기가 만족하면 돼요. 남이 뭐라고 그러느냐, 그렇게남의 눈치보고 살면 결국은 그 거품이 꺼질 때 삶이 허무해진다 이렇게 볼 수 있죠. 자기가 원하는 게 있으면 하라는 거예요. 그러나 그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불행한 일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요즘 사람들은 너무 허세라 그럴까요, 헛된 욕망에 팔려 가지고 자기 인생을 낭비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늘 자기를 학대하고 살거든요. 나는 능력이 없다, 아니면 또 남을 원망하고 살든지 하면서 자기를 자꾸 비참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하지만 살만하잖아요. 메뚜기도 살고 잠자리도 살고 토끼도 사는데 왜 사람으로 태어나서 괴롭게 살 게 뭐가 있어요.
조현 기자 : 스님께서는 자식들이 스물살 되면 다 독립시키고 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둬라 이런 말씀 하셨는데요. 그러고 나면 부모는 그때부터 자기 꿈을 찾아가야 됩니까. 어떻게 해야 됩니까.
법륜 스님 :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요. 하고 싶다는 게 뭐 나이가 육십이 돼가지고 미스코리아 대회 나갈 거예요. 뭐 할 거예요. 그러니까 여행 좀 다니고 싶으면 주말에 여행 좀 가면 되고. 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드시면 되지. 어릴 때 못 해 본 거 다 해 보겠다고, 어릴 때 승마 못 해봤다고 지금 승마하고 수영 못했다고 지금 수영하고 그러실 건가. 그런 건 과욕이라 그래요. 육십이 넘으면 이제 인생을 정리해가야 됩니다. 인생을 포기하는 게 아니고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 되거든요. 열매를 맺는 과정이란 말이에요. 그래서 이 열매를 맺는 과정에서 가장 나쁜 점, 독소는 뭐냐. 욕심이에요. 나이가 들면 이제는 정리해야 되니까 욕심을 버려야 되요. 하나하나 내려놔야 되요. 더 이상 키우면 안 돼요. 그리고 마무리를 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조금 여유가 있어야 된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하는 거야, 이렇게 되지마는 나이가 칠십이 돼가지고 어디 자기 몸 누울 방도 하나 없이 이렇게 살면 좀 초라해지잖아, 그지. 그래서 자식 귀엽다고 다 물려줄게 아니라 공부 시켜주는 걸로 끝내고 자기 몸 하나 누일 집이나 방 하나, 그다음에 자기가 먹고 살거, 그런 정도의 기본 생존권은 가지고 있는 게 좋아요. 장례 치르고 사회 환원하는데 쓸 수 있도록 조금 남기고.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 가는 게 좋지 않으냐. 내가 살아가는 삶의 모든 것이 다 세상으로부터 혜택을 받아서 살았는데 '이렇게 가진 건 나한테 과분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제 삶의 결과로 열매를 맺듯이 다시 사회로 되돌려줘서 그런 자금들이 젊은이들이 사회에 도전할 때 쓰여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좋지 않나 그렇게 생각해요.
조현 기자 : 우리가 죽기 전에 꼭 실천하고 꼭 해야 될 것은 뭐가 있을까요?
법륜 스님: 몸이 늙으면 늙음에 맞춰서 적절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연세 드신 분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게 욕심을 버려라. 이게 저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젊을 때는 과음하고 토해도 약 먹고 하루 이틀 정도 있으면 회복이 됩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서 그렇게 하면 급격하게 늙어지고 병납니다. 나이 들어서 아파 누우면 초라해 지잖아 그죠? 그래서 자기가 자기 건강을 조절해야 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절대로 과식하면 안 되고 술도 과음하면 안 된다. 젊을 때와 같지가 않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나이가 들면 입을 좀 다물어야 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입을 다물 수 없는 조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너무 아는게 많기 때문에. 그러나 우리가 입을 다물어 줘야 된다. 젊은 사람에 대해서 자꾸 이렇게 지나친 우려하지 말고 그들도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그들의 인생을 살도록 좀 내버려 둬야 돼요. 자기들도 두 번 세 번 경험 하면서 그걸 터득해 가야 되거든요.
그리고 아까 얘기했지만은 자기가 살 수 있는 방하나 하고, 먹을 수 있는, 만약에 농촌 같은 경우에는 텃밭 정도라도 자기가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된다. 손 벌리지 않도록, 최소한도의 그런 것들은 갖고 그것은 죽은 뒤에 유산정리하지 미리 정리 할 필요는 없다는 것. 늙어서 길거리에 나앉으면 초라해 지기 때문에. 그러고 이제 있는 일을 조금 여유를 가지고 젊은 사람들이 일 하도록 도와주고 뒤에서 써포트해주는 게 좋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조언해주는 역할을 해야지 너무 정면에 나서서 하는 것은 사회발전을 위해서도 자식들을 위해서도 좋은게 아닙니다.
머리를 새까맣게 물 들여서 젊은 사람처럼 주름살을 편다고 주사 맞고 화장을 짙게 하면 조금 어색하지 않습니까? 애들이 어른 흉내 낸다고 한것도 어색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거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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