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나무·야생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리포 수목원 (春)-인터넷 펌

자운영 추억 2011. 4. 2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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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천리포수목원]이 국제수목협회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은 세계에서 열두 번째이고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라고 하니 대단한 수목원임에 틀림없다.
이토록 세계적인 수목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내에서는 뜻밖에도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회원제로 운영하면서,
일반인의 관람을 철저하게 제한하고 있었던 이유이지 싶다.

 
천리포수목원은 국내에서보다는 해외에 더 많이 알려졌다.
특히 목련과 호랑가시나무 류의 나무에 있어서는
그 수집 규모가 세계적이라고 한다.
세계 목련학회가 이곳 천리포수목원에서 열리고,
이 학회에 참석한 세계목련학회 관계자들도
천리포수목원의 목련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약 62ha에 이르는 넓은 면적에 조성된 천리포수목원은
크게 7개 지역으로 나뉘어있다.
목련류 400여 종류, 동백나무 380여 종류, 호랑가시나무류 370여 종류,
무궁화 250여 종류 등 일부 식물군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체계적으로 세계 각국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는 식물은 품종을 포함하여
13,200여 종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한다.


천리포수목원 설립자 밀러씨는 나중에 아예 한국인으로 귀화,
[민병갈]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귀화해서 살다가
지난 2002년 그가 좋아하던 목련이 피어나던 4월
아름다운 소풍길을 끝내셨다.
소풍길을 끝내시면서 평생을 바쳐 일군 천리포수목원을
아무런 조건 없이 한국에 헌납했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관리하던 자신의 모든 재산도
천리포수목원에 기증했다고 알려져 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천리포수목원은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막았기에 황무지였던 천리포 지역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수목원을 불과 30여년만에 일궈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관람이 가능하게 개방이 되었지만
일부 몰지각한 관람객들의 관람태도로 인해
황폐화 되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런 마음도 든다.


그동안 천리포수목원 소식은
전직기자였던 고규홍(gohkh@solsup.com)씨가 보내주는 나무편지란 메일과
조선일보 블로그 이웃 [풀잎사람]님과 [꿈꾸는정원사]님께서
가끔 올려주시는 포스팅으로 눈팅만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가 주말 도시가 아닌 곳에서
숲속의 봄내음을 맡고 싶어 불현듯 찾아 나섰다.
  
천리포수목원에는 세계 여러 곳에서 모인
1만5천 종의 식물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는데,
놀라운 것은 그 많은 식물들이 참 신기할 정도로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고향과 제가끔 자란 환경이 서로 다른 나무들이다 보니,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적잖은 다툼이 있을 수 있고,
때로는 목숨을 걸고 그악스러운 싸움질을 할 수도 있지 싶은데,
천리포수목원의 식물들은 참 사이가 좋아 보인다.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을게다.
아마 40 여년 동안 이 자리에서 자라며,
차츰차츰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친밀하게 변했으리라...
 

그래서 천리포수목원 아름다움의 가장 큰 근원은
그 많은 식물들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일부러 사람들의 눈에 들기 위해
나무나 풀을 예쁘게 치장하지 않았다.
그냥 나무와 풀의 본성 그대로 놔두는 것이 특징이다.
식물들이 스스로 알아서 자신들의 생존 방식을 만들어 간 것이다.
그래서 얻게 된 자연의 본성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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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로 들어서 조금 걷다보면
좌측으로 바닷가가 보이고 [낭새섬]이 보인다.
천리포수목원 해변에서 약 400m 떨어진 4ha 가량의 무인도로
본래는 닭섬으로 불리었으나 이 섬에 많이 서식하는
바다직박구리의 지방명을 붙여 낭새섬으로 고쳐 부르고 있다고 한다.
하루에 두번 썰물 때에는 걸어서 건너갈 수 있어
계절에 따라 바지락, 홍합, 굴, 파래 등을 볼 수 있고,
갯벌 체험을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큰 호응을 받는 곳이라고 한다.
 

숲속을 거닐다보면 옷과 신발엔 흙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천리포수목원의 숲은 오가는 길이 좁다란 탓에
아무데나 주저앉기도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좋은 향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키작은 식물들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
별별 포즈를 다 취하기 마련이다.


어떤 시인은 "봄은 낮은 데서부터 온다"고 표현했다.
천리포수목원의 봄도 그 시인의 이야기처럼 낮은 데서부터 오는 중이었다.
설강화, 크로커스, 헬레보러스, 수선화, 봄까치, 제비꽃 등등...
모두가 몸을 한껏 낮추어야 들을 수 있는
향긋한 소리없는 아우성들이었다.
 

헤르만 헤세도 자주 이야기했던
설강화도 순백의 하얀 색 꽃을 피웠고,
노란 수선화도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헬레보러스, 크로커스도 보라색, 노란색 꽃잎을 활짝 열고 있었다.

 

설강화는 생김새에 걸맞는 전설도 전해진다.
옛날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눈 내린 벌판에서 추워 떨고 있을 때였다고 한다.
그 때 한 천사가 나타나, 이제 봄이 다가왔다며
그들을 위로하고는 벌판의 눈들을 어루만지자
하얀 눈송이들이 곧바로 설강화의 하얀 꽃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천리포수목원에서 가장 화려하게 봄을 알리는 꽃은
헬레보러스(Helleborus)로 알려져 있다.
이 꽃은 유럽에서 성탄절 즈음에 피어난다 해서,
[크리스마스 로즈]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유럽 지역에서는 12월부터 꽃잎이 입을 여는 식물이다.
그러나 천리포수목원에서는 빠르면 2월 초순에 피어나지만,
대개는 2월 중순 쯤부터 피어난다고 한다.
이 꽃을 [사순절의 장미]라고도 부르는데,
우리에게는 '크리스마스 로즈'보다는
'사순절의 장미'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천리포수목원에는 해마다 사순절이 시작될 즈음노루귀, 복수초, 바람꽃 등,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꽃망울을 터트리는
우리의 봄꽃들이 대개 앙증맞은 크기인 것과 달리
헬레보러스(Helleborus)는 키는 낮지만,
탐스러운 크기로 꽃을 피워서,
이 즈음 천리포수목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꽃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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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보러스(Hellebo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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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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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리포수목원의 대표 나무는 아무래도 목련이다.
4백여종, 1천6백 그루의 목련이 심어져 있다니,
이건 정말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이다.
천리포수목원에서 세계목련학회 정기모임을 가졌던 것도
그런 까닭이 아닌가 한다.
대부분 봄에 꽃을 활짝 피우는 목련은
겨우내 꽃봉오리를 가지 끝에 매달고 있다.
겨울 추위를 견디기 위해 보송보송한 솜털을 가득 달고
겨울을 나는데 그 봉오리를 [아린]이라고도 부른다.
 

혹독한 추위의 겨울을 보내고 봄 기운 느껴질 이 즈음,
목련 꽃봉오리는 겉에 붙어있던 껍질 하나를 살풋 벗어낸다.
이제 추위는 잘 견뎌냈고,
가녀린 꽃잎을 열 채비를 하는 것이다.
성질 급한 몇몇은 벌써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Magnolia biondii라는 목련은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
목련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꽃도 다양하고,
그만큼 꽃봉오리의 생김새도 모두 제가끔이다.
비슷비슷해 보이면서도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다. 


목련 꽃은 참 여성과 흡사하다.
백목련이나 자목련이나 자기만의 빛깔과 향기를 갖춘 여성이다.
이파리도 하나 나지 않았는데, 그리 화려한 꽃을 피워서일까?
조금은 슬프게도 보이기도 하지만,
향기로운 살결을 느끼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제법 키가 큰 나무의 꽃에 다가서는 건 쉽지 않다.
멀리서 마냥 바라만 보다가 돌아서고 마는게 목련이다.
돌아서면 곧 그리움이 쌓이니 말이다.


희고, 붉고, 노란 꽃을 피우는 목련의 천국
천리포수목원의 봄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리라...
목련이 어찌 그리도 다양한 지,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리라...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는 4월말이나 5월초에
쌓인 그리움을 풀어헤치려 다시 찾아 가리라...
특히 Elizabeth라는 노란 목련을 만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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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닥나무도 향기가 참 좋은 나무다.
나무 전체로 보면 20%가 조금 넘는 정도의 꽃송이들이
주황 색 꽃을 피우고 있었다.
삼지닥나무처럼 그 나무 곁에 주저앉아
코를 킁킁거리며 향기를 가슴 깊숙이 들여마신 후
자세를 낮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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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가운데에 흰 색의 꽃을 피우는 진달래도 있다.
그런데 이 흰진달래는 우리 주변에서 지금은 흔히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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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간 날 운좋게 잠시 멋진 운무가 끼어 황홀한 풍경에 빠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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