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山과 寺

[스크랩] 운주사, 밤하늘의 별들을 지상에 구현해 놓은 유물/

자운영 추억 2013. 5. 9. 12:17

운주사, 밤하늘의 별들을 지상에 구현해 놓은 유물/

운주사는 전남 도암면 대초리 20 천불산 다탑봉에 자리하고 있는 절이다. 절 이름인 운주는 구름이 머문다는 의미이나, 배처럼 길쭉하다하여 운주(運舟)라고도 한다. 천 개의 불상과 탑이 세워지는 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한다는 천불천탑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염원이 가득해서인지 운주사에는 사람들이 쌓아올린 크고 작은 돌탑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불상들은 스스로 서있기보다 큰 돌덩이를 등받이 삼아 기대어 서 있는 게 많았고, 석탑은 군병들이 도열한 듯 나란히 서 있었다. 정교하게 깎아 만든 탑만 보다가 밀가루로 반죽해서 만든 호떡을 겹겹이 쌓아 올린 '원형다층석탑'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웃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운주사에는 석탑뿐 아니라 곳곳에 돌부처들도 있다. 그런데 이 돌부처들도 조금 익살스럽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가 파인 만큼 길쭉한 코만 도드라져있는 불상들... 불만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무표정한 것 같기도 하고, 비밀을 감추고 있는 곤란한 표정같기도 하다. 설렁설렁 만든 것 같은 돌탑과 돌부처 안에 그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칠성바위와 와불'은 밤하늘의 별들을 지상에 구현해놓은 유물로서 하늘의 깊고 오묘한 뜻을 담고 있을 것만 같다. 기억에 남는 것은 운주사 설화의 중심에 항상 와불이 있다는 것이다.

-밤 하늘 북극성을 찾아주는 일곱 개의 별 하늘의 질서를 지상에 구현하다-
운주사 가을비
흩날리는 부드러운 가을비 속에
꿈꾸는 눈 하늘을 관조하는 와불

구전에 따르면, 애초에 세 분이었으나 한 분 시위불이
홀연 절벽 쪽으로 일어나 가셨다
아직도 등을 땅에 대고 누운 두 분 부처는
일어날 날을 기다리신다
그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거란다.

(중략)

기다리고 나이를 먹고 비가 온다
운주사에 내리는 가량비는
가을의 단풍잎으로 구르고
길게 바다로 흘러 시원의 원천으로 돌아간다.

두 와불의 얼굴은 이 비로 씻겨
눈은 하늘을 응시한다
한 세기가 지나는 것은 구름 하나가 지나는 것
부처들은 또 다른 시간과 공간을 꿈꾼다
눈을 뜨고 잠을 청한다
세상이 벌써 전율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가
2001년 비에 젖은 와불을 보며 쓴 시
<출처: 글마루5월호>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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