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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알고 늑대는 모르는 것, “지금 나랑 놀자는 거야?”

자운영 추억 2013. 5. 1. 12:23

조홍섭 2013. 0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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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모순적이고 애매한 사람 행동에 유연하게 대처, 늑대는 적응 어려움

개는 놀자고 하는 행동과 실제 행동을 구별할 줄 알아

 

dog0.jpg » 개(왼쪽)와 늑대. 유전자보다는 행동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개는 늑대의 아종이어서 서로 교배가 가능하다. 둘 사이의 유전적 거리는 아주 가깝지만 생긴 모습과 행동은 크게 다르다. 개가 가축이 되는 과정에서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을 현저하게 키웠기 때문이다.
 

헝가리 동물학자들이 개와 사람 손으로 기른 늑대를 대상으로 한 일련의 실험은 둘 사이의 흥미로운 차이를 보여준다.
 

훈련된 개와 사람에 익숙한 늑대 각각 13마리가 실험 대상이다. 개를 나무에 묶어 놓고 주인은 조금 뒤에 서 있다. 실험자인 여성이 개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개에게 다가가 어루만졌다. 보통 걸음으로 접근했고 눈은 개를 주시했다. 사람에게 익숙한 개와 늑대 모두 이 다정한 방문자의 손을 핥거나 꼬리를 치며 환영했다.
 

실험자가 이번에는 천천히 멈칫거리며 개에게 접근했다. 동물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위협적인 접근이다. 개 가운데 5마리는 으르렁거리거나 짖었지만 늑대는 모두 복종적이었다. 늑대는 처음 우호적이던 사람의 변화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어 실험자가 원위치로 돌아가 앉은 뒤 다정하게 태도를 바꿔 동물을 부르자 개는 모두 다가왔지만 늑대는 한 마리만 부름에 응했다. 개는 가축화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행동을 바꾸는 유연성을 획득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자는 밝혔다.

 

물건 뺏기 놀이 실험의 과정
 

dog1.jpg » (a, b) 다정하게 다가가 이름을 부르고 쓰다듬는 과정

 

dog2.jpg » (c) 가방을 향해 손을 뻗치고 살금살금 다가가자 개는 지키려는 태세를 하고, 이어 주인의 눈치를 힐긋 본다(d).

 

dog3.jpg » (c) 으르렁거리며 가방을 지키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온 손을 물지는 않는다. 다시 다정하게 다가와 가방을 가져가니 순순히 넘겨준다(f). 사진=마르타 가치지 외 <응용 동물행동학>

 

두 번째 실험은 물건 뺏기 놀이를 통해 좀 더 모순되는 행동에 개와 늑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는 것이었다. 이 실험에서는 개와 늑대에게 익숙한 사람이 실험자로 나섰다. 실험자는 동물 앞에 손가방을 놓고 물러난 뒤 살금살금 다가가 가방을 빼앗으려는 동작을 했다.
 

개 9마리 가운데 6마리가 짖으며 가방을 지키려는 행동을 했다. 그러나 아는 사람의 이런 행동을 놀자는 뜻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아무도 물지는 않았다. 어떤 개는 실험자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알아서 가방을 물어 갖다바치기도 했다.
 

반면 실험에 나선 늑대 5마리 중 2마리는 가방을 공격적으로 지키려 했고, 그 중 하나는 실험자를 깨물기도 했다.
 

실험자는 이제 물건 뺏기 놀이를 끝내기 위해 모자를 가방 주변에 던져 동물들의 주의를 돌린 다음, 느긋한 걸음걸이로 개나 늑대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가 가방을 집어들었다. 개들은 모두 실험자가 가방을 가져가는 걸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늑대는 가방을 내어놓으려 하지 않았다. 실험자의 행동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좀 더 공격적인 벨기에 산 셰퍼드를 대상으로 가방 대신 먹음직한 뼈다귀를 이용한 실험을 했을 때도 실험자를 무는 개는 없었다. 개들은 뼈다귀를 넘겨줄 때 독특한 낑낑대는 소리를 냈는데, 이는 개들의 이중적인 감정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연구자는 해석했다.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 <응용 동물행동학> 최근호 온라인판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Wolves do not join the dance: Sophisticated aggression control by adjusting to human social signals in dogs
Marta Gacsi, Judit Vas, Jozsef Topal, Adam Miklosi
Applied Animal Behaviour Science 145 (2013) 109~122
http://dx.doi.org/10.1016/j.applanim.2013.02.00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