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올레길을 걸을 때였다. 한겨울에 푸른 잎의 보리수나무가 눈에 띄었다. 보리수나무 가지에는 덜 익은 열매까지 다닥다닥 달고 있었다. 따뜻한 남쪽이어서 아직 잎이 지지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 모양이 육지의 여느 보리수나무 열매 보다 길쭉하고 컸다. 계란형의 이파리도 한반도의 여느 보리수나무 잎보다 컸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그 나무의 정체는 보리수의 사촌인 보리밥나무였다. 제주도 사람들은 이 나무를 ‘볼레낭’이라고 불렀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안에 자생하는 보리밥나무는 상록성이다. 한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하는 사철 푸른 덩굴성 나무이다. 어린 가지와 잎에는 은백색의 털이 있다. 잎은 계란형이며 어긋나고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보리수나무와는 다르게 줄기에 가시가 없다.
보리밥나무의 꽃은 늦가을인 10월에 핀다. 흰색 또는 연한 노란색으로 2~3송이씩 무리지어 핀다. 꽃잎은 없고 꽃받침이 종처럼 생겨 꽃처럼 보인다. 수술 4개가 종처럼 생긴 꽃받침 안쪽에 붙어 있으며 암술은 1개이다.
보리밥나무 열매는 이듬해인 4~5월에 붉게 익으며 맛은 달다.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도, 일본,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의 중부지방에 자생하는 보리수나무는 낙엽성이다. 가을에 낙엽이 지는 활엽성의 소교목이다. 중부지방에서는 보리똥나무로 부르기도 한다.
보리수나무의 키는 3m 정도로 자란다. 어린가지는 은백색을 띠며 줄기에는 가시가 달려 있다. 잎은 타원형으로 어긋나고 잎에 은백색의 털이 나며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보리수나무의 꽃은 초여름인 5~6월에 핀다. 흰색 또는 연한 노란색의 꽃이 1~7송이씩 무리지어 핀다. 꽃잎은 없고 꽃받침이 종(鍾) 모양으로 자라는데 꽃부리의 끝은 4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수술 4개는 꽃부리에 달라붙어 있으며 암술은 1개이다. 열매는 10월에 붉은색으로 익으며 열매는 달고 맛있다.
보리수나무와 보리밥나무의 가장 큰 차이점은 꽃이 피고 열매가 익는 시기이다. 보리수나무는 초여름에 꽃이 피어 가을에 열매가 익고 보리밥나무는 늦가을에 꽃이 피어 이듬해 봄에 열매가 익는다.
보리수나무의 열매는 약간 텁텁하고 달다. 발갛게 익는 보리수나무의 열매는 개구쟁이들이 최고로 좋아하는 간식이었다. 마을에서 가까운 산기슭에 많이 자라는 까닭에 개구장이들의 눈에 자주 띄었다.
최근에는 보리수나무의 개량종이 정원수로 각광을 받는다. 개량 왕보리수나무에 달리는 열매는 앵두만큼이나 크고 빨갛다. 그 모습이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아주 좋다.
보리수나무에는 독성이 없다. 그런 까닭으로 뿌리, 줄기, 열매를 식용과 약용으로 쓴다. 열매는 천식에 쓰고 잎은 티눈과 십이지장충의 제거에 효과가 있다. 뿌리와 줄기는 자양, 진해, 지혈 등의 증세에 쓰이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보리자나무를 흔히 보리수나무로 부른다. 보리자나무는 피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키는 10m 정도이다. 중국 원산으로 한국에는 불교와 함께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보리자나무는 석가가 해탈한 나무라하여 절에서 많이 심고 가꾼다. 그러나 이 나무도 불교에서 말하는 보리수와는 다른 나무이다. 석가와 관련된 인도의 보리수나무의 정체는 보오나무이다. 이 나무는 인도의 가야산(伽倻山)에 자라는 나무로 사유수(思惟樹) 또는 인도보리수라고도 부른다. 보오나무는 상록교목으로 키가 30m에 이른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는 보오나무는 우리나라 느티나무에 해당한다.
보리수나무의 꽃말은 결혼, 부부의 사랑이다. 그런 때문인가? 볼레낭이 많이 자생하는 제주도는 우리나라 제일의 신혼여행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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