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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곤증 날려버릴 '다람쥐 스트레칭', 따라해 보실래요

자운영 추억 2012. 3. 24. 00:14

김성호 2012. 03. 22
조회수 16022 추천수 1

외로운 숲속 관찰자의 벗, 다람쥐…침 세수와 몸 단장, 스트레칭으로 번식철 대비

땅속에 굴 파고 번식, 위험 느끼면 나무 구멍으로 새끼 옮겨

 

봄꽃의 빛깔과 향기를 더욱 그윽하게 하려 꽃샘추위가 오셨습니다. 한겨울의 추위에 비하면 추위라고 할 것도 없지만 이미 마음은 봄으로 발을 디뎠기에 꽤 매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꽃샘추위야 잠시 있다 사라질 뿐이고 보면 이제는 바야흐로 다람쥐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숲에서 홀로 지내는 시간이 길다 보니 외롭거나 쓸쓸하다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그럭저럭 견뎌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재롱둥이 다람쥐가 동무가 되어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결에 다람쥐 하나가 툭 튀어나오더니 지난 해 어딘가에 묻어두었을 알밤을 잘도 찾아내 알뜰하게 껍질을 벗긴 뒤 볼이 터져라 뚝딱 먹어치우는 모습이 참으로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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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가 지난 해 어딘가에 숨겨두었던 토실토실한 알밤을 찾아내 먹고 있습니다.

 

다람쥐가 이른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세수입니다. 세수 터로는 돌 위나 한적한 부러진 가지를 정합니다. 세수는 사람이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먼저 앞 두발을 양손 삼아 얼굴을 위 아래로 쓸어내린 다음 목과 귀 주변을 훔쳐냅니다.

 

사람의 세수와 다른 점은 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 대신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침입니다. 세수를 마치고는 바로 몸단장에 들어갑니다. 등과 발 그리고 꼬리의 털까지 가지런히 쓸어내리며 단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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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가 세수를 하는 모습입니다. 물 대신 침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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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가 끝나면 온몸의 털을 고르며 몸단장을 합니다.

 

봄철은 다람쥐의 번식기에 해당합니다. 다람쥐는 기본적으로 땅속에 굴을 파고 새끼를 낳아 키웁니다. 그런데 천적이 빈번하게 출현하는 등 조금이라도 위협을 느끼면 여러 차례 보금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다 영역 내 어느 땅이라도 마땅한 곳이 없으면 마침내 새끼를 물고 나무에 뚫린 수동(樹洞) 또는 빈 딱따구리 둥지로 보금자리를 옮깁니다. 그러고 보면 새끼를 끔찍이 아끼는 마음은 사람이나 다람쥐나 다를 것이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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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는 기본적으로 땅속 굴에서 새끼를 키우지만 땅속 굴이 마땅치 않으면 새끼를 물고 딱따구리 둥지로 옮겨 키웁니다.

 

이제 봄입니다. 봄은 다 좋은데 한 가지 은근히 귀찮은 것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춘곤증입니다. 숲 속의 다람쥐는 오후의 나른함을 스트레칭으로 극복합니다. 한 번 따라해 보시기 바랍니다. 하나, 둘, 셋,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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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봄날 오후를 맞은 다람쥐의 스트레칭 모습입니다.

 

서울시는 총 49종의 생물을 보호야생동식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2000년에 35종을 지정하였고, 2007년에 다시 14종을 추가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2007년 추가 지정 당시 포유류는 딱 1종만이 추가되었는데 그 종이 바로 다람쥐입니다.

 

흔한 것으로 알고 있는 다람쥐가 보호야생동식물로 지정된 것에 조금 의아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야생 고양이의 증가와 질병 등으로 이제는 다람쥐조차 귀해진 것이 안타깝게도 현실입니다.

 

글·사진/ 김성호 물바람숲 필진,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