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 앨범 낸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 ▲ 최근 6집 앨범을 발표한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그는“상처 입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편안한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바람 같은 음악을 하고 싶죠. 음악은 제게 수행(修行)과 같은 것이니까."
따뜻하고 풍요로웠다.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본명 김은영·38)이 여섯 번째 앨범 '투마로(Tomorrow)'를 발표했다. 우울한 듯 슬픔이 묻어나는 재즈 본연의 색은 유지하면서도 모든 것을 감싸 안는 듯한 치유적(治癒的) 사운드를 담고 있다.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웅산은 "올해 초 쓰나미가 일본을 타격한 게 계기가 됐다"고 했다. "자연 앞에 약해지는 인간을 보며, 상처입고 고통스러워 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도 했다.
'수행'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건 웅산 자신이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자라 비구니가 되려고 2년여를 절에서 보낸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웅산이라는 이름도 그녀의 법명(法名)이다. "어릴 땐 매일 가부좌를 틀고 앉아 반야심경을 외웠다"는 그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면서 사는 것도 의미 있다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가슴 속에서 화산처럼 폭발할 것 같은 뜨거운 무언가를 느꼈다"며 "그래서 수도자의 길을 접고 록의 세계로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도 오래가진 못했다. "데스메탈 수준의 강렬한 록을 했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았어요. 그때 우연히 전설의 재즈 아티스트 '빌리 할리데이'의 '아임 어 풀 투 원츄'를 들었죠. 밑도 끝도 없이 재즈에 빠져들었어요."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웅산은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한국의 대표적 재즈 보컬리스트가 됐다.
웅산은 "음악적 능력을 타고난 사람은 아니어서 무진 노력이 필요했다"고 했다. "낮엔 음반매장에 살며 닥치는 대로 재즈 음악을 듣고, 밤엔 무조건 재즈 클럽에 갔었다"며 "출근 도장 찍듯 매일 가던 재즈 클럽에서 발탁돼 무대에 섰다"고 했다.
데뷔 7년 만인 2003년 웅산은 한국이 아닌 일본 음반사의 제의를 받아 첫 번째 앨범 '러브레터스'를 냈다. 앨범은 뉴욕에서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알앤비나 댄스곡 제의만 들어왔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한다. "유명 여성 트리오 에코의 리드보컬 제안도 받았죠. 하지만 전 가수가 아니라 재즈가 하고 싶어서 거절했죠."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 두루 인기를 얻은 웅산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일본의 유명 재즈 클럽 '블루노트'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
이번 6집 앨범은 온전히 한국 뮤지션들의 힘으로 제작했다. "제가 '한국에서 만들 테니 일본에서 수입하라'고 큰소리를 쳤어요. 한국에도 괜찮은 음악가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저에게 유난히 뜻이 깊답니다."
앨범에선 신중현의 '꽃잎'과 산울림의 '찻잔' 등 옛 노래를 다시 불렀고 크루세이더스의 '스트리트 라이프'에 자신만의 색을 입히기도 했다.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이번이 끝이 아니에요. 다음 앨범엔 김추자 선배님의 노래를 재즈로 편곡해 불러보고 싶고, 재즈곡을 클래식적으로 편곡해 불러보고 싶기도 하고…." 내년 2월 서울 예술의 전당 공연에서는 50인조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계획도 있다.
웅산은 그동안 '추노' '일지매' 같은 드라마 OST를 부르고, 뮤지컬 '하드록 카페'의 주연을 맡았으며,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협연하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동해왔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재즈 가수인 줄 모르면 어때요, 어떤 노래를 하든 누가 들어도 편안하게 좋아할 수 있으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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