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나무·야생화

[발언대] 불필요한 식물원法 만들지 말라

자운영 추억 2014. 4. 11. 22:08

  • 박필선 서울대학교 수목원장·산림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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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3.20 03:03

    
	박필선 서울대학교 수목원장·산림과학부 교수 사진
    박필선 서울대학교 수목원장·산림과학부 교수
    2012년 세계식물원보전연맹(BGCI)은 우리 국립수목원을 세계 30대 수목원·식물원에 선정했다. BGCI는 118개국 3193개 식물원·수목원이 등록된 세계 최고 수목원·식물원 네트워크 기구다. 영국에만 왕실의 큐가든, 세계정원박람회가 열리는 위슬리식물원 등 유구한 역사를 가진 식물원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일천한 역사의 한국이 세계적 수목원을 가진 나라가 됐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수목원과 식물원은 넓은 장소 혹은 유리온실에 식물을 모아 전시하는 곳 정도로 흔히 여겨지지만 이들의 역할은 식물 자원의 수집·보전·전시이며, 이를 바탕으로 자연 교육, 연구, 산업 자원, 휴양, 문화의 마당을 제공하는 복합적인 기능을 한다.

    국내에는 90개가 넘는 식물원과 수목원이 있다. 서울대학교 수목원은 교육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학술적 의미의 식물을 모아 놓아 학생과 학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아침고요수목원이 연중 환상적인 정원을 보여준다면, 천리포 수목원과 한택 식물원은 세계적 수준으로 특정 식물군이 수집돼 있다.

    기능은 조금씩 달라도 수목원과 식물원의 역할을 구분하긴 어렵다. 차이점을 들자면 수목원은 나무에 좀 더 중심을 두는 정도인데 국내 식물원과 수목원은 같은 기능을 하는 다른 단어에 불과하다. 서양에서는 식물원이 좀 더 많은 반면, 산림 분야에서 식물 연구를 시작하고 자생하는 나무 종류가 다양한 우리나라는 나무가 주인 경우가 많아 수목원 이름을 더 선호한다. 현재 국가에서는 '수목원 조성과 진흥에 관한 법률'을 통해 대부분의 수목원과 식물원을 함께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에서 식물원을 생물자원보전시설의 하나로 규정하고, 관리가 부족한 민간·지자체의 식물원을 관리하겠다며 수목원법과 별도로 식물원법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는 식물원의 기능 중 '보전'만 강조한 면이 있다. 또 현재 수목원과 식물원을 관리하는 수목원법과 중복돼 혼란을 줄 우려도 있다.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수목원과 식물원을 다른 법으로 관리할 필요가 없다. 이는 통합과 협업을 강조하며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라는 박근혜 대통령 방침과도 어긋난다. 농림부, 환경부, 산림청 등으로 나뉘어 있는 식물 자원 관리를 더 복잡하게 할 뿐이다. 현 수목원법에 식물원을 포함해 규정하면 되는 상황에서 별도로 법을 제정하려는 것은 관료주의적 발상과 다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