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신비·환경

‘미지와의 조우’ 꿈꾸며…보이저 1호, 태양계 밖으로

자운영 추억 2013. 12. 22. 09:11

 

 

1977년 9월5일 미국 항공우주국이 플로리다 반도 동쪽 연안의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보이저 1호를 우주로 쏘아 올리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1977년 발사된 무인우주탐사선
나사 “별과 별 사이 여행 시작”
태양계 벗어난 최초의 존재로

“안녕하세요” 등 지구 자료 실어
4만년 더 날아가야 다른 별 만나
연료 부족 2025년께 교신 끊길듯

1977년 9월5일 지구를 출발한 보이저 1호가 꼬박 36년 만에 태양계 가족의 품을 벗어났다. 그러나 별과 별 사이의 성간영역 여행은 이제 시작이어서, 또다른 별에 닿으려면 약 4만년을 홀로 날아가야 한다.

12일(현지시각)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이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공식 확인했다”며 “보이저 1호는 인류가 만든 물체 가운데 태양계를 벗어난 최초의 존재가 됐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연구자들 사이에선 보이저 1호가 이미 태양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데이터 해석이 나왔으나, 나사가 최종 결론을 내리고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이저 1호는 애초 목성과 토성을 탐사할 목적으로 발사된 무인우주탐사선으로 발사 3년 만에 임무 수행을 마쳤으나, 이후 프로그램을 수정해 우주여행을 계속하면서 미지의 영역들을 차례로 답사해왔다.

보이저 1호는 자매 탐사선인 보이저 2호보다 뒤늦게 지구를 출발했다. 시스템 불량이 발견돼 보름가량 발사가 지연된 것이다. 하지만 초속 45㎞로 속도가 더 빨라서 1977년 보이저 2호를 앞지른 데 이어, 1998년 2월에 5년 이상 앞서 발사된 파이어니어 10호보다 더 멀리 날아가 인류가 만든 물체 가운데 태양에서 가장 멀어진 존재가 됐다. 보이저 계획 책임자인 에드 스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공과대 교수는 “이는 처음으로 지구를 한바퀴 항해하는 여행을 하거나 처음으로 달에 인류의 발자국을 남긴 것처럼 과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이정표가 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태양계 안에는 지구를 빼면 지적 생명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태양계 밖의 별들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따라서 보이저 1호 발사 당시 과학자들은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에 대비해, 지구의 자연과 인류에 대한 정보를 담은 ‘골든 레코드’를 탐사선에 실어 보냈다. 여기에는 한국 여성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목소리 등을 포함해 지구 55개 언어의 인사말, 베토벤·바흐 및 아메리카원주민 영가 등 27곡의 음악, 인간의 디엔에이 구조도나 수학·물리학 수식 등 인류의 지적 성취를 보여주는 정보, 미국 대통령과 유엔 사무총장이 외계 생명체한테 보내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는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아이디어로, 레코드 탑재 정보는 그가 주도한 위원회에서 선정됐다.

미국 항공우주국이 보이저 1호가 우주를 고속으로 비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상상도를 공개했다. AP 뉴시스

하지만 미지와의 조우는 쉽지 않다. 보이저 1호는 사실상 무동력 비행을 하지만 2025~2030년께 연료가 바닥나면 지구와 교신 범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 탐사선은 721.9㎏ 규모로 2대의 카메라, 적외선측정기, 분광기, 자기측정기 같은 첨단 장비가 실려 있다. 또 이들 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원자로가 탑재돼 있는데 연료인 플루토늄 238에 한계가 있다. 예컨대 보이저 1호와 반대 방향으로 발사돼 보이저 1호에 추월당하기 전까지 지구에서 가장 멀리 간 우주탐사선이던 파이어니어 10호는 2003년 1월23일 송신을 마지막으로 교신이 끊어져 현재는 정확한 위치가 파악되지 않은 채 우주의 어딘가를 비행하고 있다.

지금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190억㎞ 거리에 있다. 보이저 1호가 보내는 전파 신호가 지구에 이르기까지 17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또 서울과 부산 사이보다 5000만배 먼 거리다. 보이저 1호는 1979년 목성을, 1980년 토성을 관찰하며 상세한 영상들을 보내왔다. 이 탐사선은 목성의 위성 이오에서 화산을 발견했으며, 또다른 위성 유로파의 얼어붙은 표면 밑에서 바다의 흔적을 찾아내기도 했다. 또 토성의 고리가 1000개가 넘는 선으로 이뤄진 사실을 알려왔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