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21
두루미와 재두루미 무리에 섞여 철원서 월동하다 올핸 짝 이뤄 나타나
이맘때 일본 향하던 재두루미 무리 아직도 머뭇 이례적, 아예 눌러앉으려나?
» 보기 드문 겨울철새인 시베리아흰두루미가 철원을 찾았다.
10월 중순부터 11월 초 철원 평야는 이곳에서 겨울을 나는 재두루미와 일본으로 건너가 월동하는 재두루미 무리로 나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17년 동안 이들을 관찰하면서 처음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벌써 일본으로 갔어야 할 재두루미가 11월20일까지 철원에 남아있는 것이다.
» 아직 일본으로 떠나지 않은 재두루미 무리.
철원 평야에는 지난해 11월 1200 마리보다 2000여 마리가 많은 3500여 마리의 재두루미가 엄청난 군무를 펼치고 있다. 혹시 다른 곳에서 온 재두루미가 아닐까?
내심 기대를 하면서 마릿수가 늘어 난 것이 마음속으로 무척 흡족하다. 더 시간을 두고 변화추이를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철원평야엔 사람들의 접근이 통제된 지 2년째를 맞고 있어 두루미에겐 평화의 땅으로 자리잡고 있다.
» 볏짚 속에서 먹이를 찾는 시베리아흰두루미.
두루미는 200여 마리가 날아왔고 앞으로 더 늘어날 추세이다. 두루미는 재두루미보다 1달가량 늦게 철원평야를 찾아온다. 흑두루미, 캐나다두루미, 검은목두루미 등 다양한 두루미가 눈에 띤다.
» 두루미에게 입양되었던 시베리아흰두루미 새끼(오른쪽 끝). 2011년에 촬영한 것이다.
» 2012년 두루미와 함께 가족이 된 시베리아흰두루미(왼쪽), 위 사진과 함께 생각해 볼 사진이다.
2011년 어린 시베리아흰두루미 한 마리가 두루미와 함께 가족이 되어 철원평야를 찾아와 월동을 했다. 2012년에는 어린 시베리아흰두루미가 재두루미 가족에게 입양되었고, 다 자란 시베리아흰두루미가 두루미와 함께 찾아왔다.
» 2012년 어린 시베리아흰두루미(왼쪽)가 재두루미와 가족이 된 모습.
올해는 시베리아흰두루미 부부가 두루미 무리와 함께 지내기도 하고 각자 나뉘어져 먹이를 먹으며 평화롭게 지내고 있다. 2011년과 2012년 두루미와 재두루미에게 입양되어 철원평야에서 월동하던 어린 시베리아흰두루미가 이제 어른이 되어 찾아온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정해 본다.
» 올해 시베리아흰두루미 부부(왼쪽에서 두번째와 세번째)가 두루미와 함께 있는 모습.
» 시베리아흰두루미 부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 두루미와 재두루미 가족으로 각각 입양되어 함께 지내며 이용하던 먹이터를 선호하고, 텃세가 매우 심한 두루미 가족이 거부감 없이 자신들의 자리를 내주고 함께 무리를 이루는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 번 만난 인연으로는 이런 행동이 나오기 힘들다.
시베리아흰두루미는 어릴 때 이동하던 동선을 이용하는가 하면 경계심도 적고 주변 환경에 익숙해져 있는 모습이었다. 위협요인이 있을 때도 당황하지 않는 여유롭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보아 시베리아흰두루미가 어린 시절 입양돼 철원을 찾아왔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 두루미 가족과 함께 하는 시베리아흰두루미 부부.
두루미는 특별히 좋아하는 자리를 차지하고 해마다 그 자리를 정확하게 찾는 습성이 있다. 얼떨결에 어미를 잃거나 어린 두루미 새끼들은 새로운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 당황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두루미 새끼들은 어미에게 의지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1년이 지나면 독립하여 자연의 일원으로 혼자 살아가게 된다.
» 한가롭게 먹이를 먹는 시베리아흰두루미 부부.
두루미는 무리를 형성하여 먹이를 먹는 습성이 있다.철원평야에서 두루미는 가족 단위의 터를 가지고 있어 다른 가족들이 침범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힘이 센 두루미에 밀려 자리를 잠시 내주더라도 그 자리를 결코 포기 하지는 않는다.
»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는 시베리아흰두루미 수컷(왼쪽)이 암컷보다 조금 크다.
우리나라에서 시베리아흰두루미가 짝을 이뤄 월동하는 모습은 매우 드물게 관찰된다. 몸길이 135~140㎝, 몸무게 5~9kg, 날개 편 길이 2.1~2.3m이다. 암수의 생김새가 비슷해 겉모습으로 구별하기 어려우나 일반적으로 두루미들은 수컷이 암컷보다 약간 크다.
시베리아흰두루미는 두루미보다는 작고 재두루미보다는 커 보인다. 깃털은 전체적으로 흰색이고 앉아있을 때 검은 색은 잘 보이지 않지만 간혹 보이는 경우도 있다. 첫 번째 날개 끝 부분이 검어 다른 두루미와 구분이 된다. 머리 상단 앞쪽·이마·얼굴은 깃털이 없고 주황색에 가깝다.
» 시베리아흰두루미는 몸이 희지만 첫 번째 날개는 검다.
» 철원 평야에서 시베리아흰두루미 부부가 비상하는 모습.
눈은 연한 노란색을 띠고 다리는 살색이다. 미끈거리는 먹이나 뿌리와 같이 땅속에 있는 식물을 먹기 알맞게 적응하여 다른 두루미에 비해 부리가 긴 편이고 두툼하고 강해 보인다. 얼핏 황새 부리를 연상케 한다. 어린 새는 머리에 붉은 부분이 없고 깃털로 덮여 있으며 머리와 몸 윗면이 황갈색이다.
» 시베리아흰두루미 새끼, 1년이 지나면 몸이 흰색으로 바뀐다.
» 시베리아흰두루미 새끼는 몸은 황색이지만 첫 번째 날개는 검은색이다.
저지대 타이가와 툰드라 지대에서 볼 수 있으며 물이 얕고 깨끗하며 물살이 잔잔한 민물이 있는 다양한 습지에 둥지를 튼다. 비번식기에는 농경지, 갯벌 등지에도 서식한다. 러시아 극동부에 있는 야쿠티아와 서시베리아에 분포한다.
» 한가롭게 먹이를 먹는 시베리아흰두루미 뒤로 재두루미 무리가 보인다.
» 날 때 첫 번째 날개 깃 검은색이 확연히 드러난다.
분포지의 중부 개체군은 러시아 쿠노바트강 유역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인도 북부 케오라데오 국립공원으로 이주한다. 다른 개체군은 비번식기 동안 몽골·러시아·중국 국경에 있는 다우리아 지역에 분포한다.
다수가 양쯔 강 중류와 하류 지역에서 겨울을 난다.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종으로서 전 세계 개체수는 3,500~4,000마리로 추산되며 그 가운데 99%가 중국 5대 담수호 가운데 하나인 포양호에서 월동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돼 있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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