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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개와 고양이… 언제 어디에서 사람과 친구 됐나

자운영 추억 2013. 11. 21. 20:49

  • 이영완 기자
  • 입력 : 2013.11.21 03:01

    -애완견 기원설 각축
    2만년 전 유럽서 나왔다는 說과 아시아·중동 기원설 팽팽히 맞서

    -애완 고양이 기원은?
    1만년 전 중동서 길들이기 시작… 페르시아 고양이 기원은 유럽

    개와 고양이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친구다. 개와 고양이를 중심으로 한 애완동물 시장 규모는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만 93조원에 이르고 있다. 과학계에서도 개와 고양이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개는 지난주 사이언스 표지를 차지했다. 친구라면 고향과 생일 정도는 알아야 한다. 과학자들은 개와 고양이가 언제 어디서부터 인간에게 길들여지기 시작했는지를 밝히기 위해 연구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개의 고향은 유럽? 아시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로버트 웨인(Wayne) 교수는 지난 15일자 사이언스지에 "농경시대가 시작되기 전 유럽의 사냥꾼이 기른 회색 늑대가 오늘날 개의 조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웨인 교수는 유럽 등지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늑대와 개의 유골 18점과 애완견·늑대·코요테 등 현대의 개과(科) 동물 130마리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기관으로 세포핵과 마찬가지로 DNA를 갖고 있다.

    고양이의 전파 경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분석 결과 애완견은 1만8800~3만2100년 전 유럽에 살던 회색 늑대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는 농경 사회가 시작되기 이전의 수렵·채집 사회였다. 웨인 교수는 "회색 늑대는 사냥꾼이 남긴 동물 찌꺼기를 먹으려 사람을 따라다니다가 길들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장 반론이 나왔다. 우선 분석 대상이 문제가 됐다. 세포핵의 DNA는 20억쌍이나 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루는 염기는 2만쌍에 불과하다. 즉 DNA 일부만 보고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선사시대 유골도 대부분 유럽에서 발굴된 것이라 다른 지역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개의 고향으로는 중국과 중동도 후보로 꼽힌다. 2002년 스웨덴 왕립기술연구소와 중국 쿤밍동물학연구소는 전 세계 개와 늑대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해 개가 중국 남부 지역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0년에는 중동(中東) 지방이 개의 고향일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네이처지에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연구 모두 오늘날의 동물만 분석해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웨인 교수는 "중동 지방이 개의 고향이라는 연구 결과는 개와 늑대가 서로 교배를 통해 유전자를 공유하게 된 점을 것을 간과했다"며 "이번에 선사시대 유골까지 분석한 결과 개는 지금의 늑대가 아니라 오래전 멸종한 유럽 늑대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페르시아 고양이의 고향은 유럽

    고양이도 2008년 1월 국제 학술지 '지노믹스(Genomics)'의 표지를 장식했다. 당시 UC데이비스 수의대의 레슬리 라이언스(Lyons) 교수는 15개국 고양이 1100마리의 DNA를 분석해 고양이는 1만년 전 '비옥한 초승달 지역(The Fertile Crescent)'이라고 하는 중동 지방에서 처음으로 길들이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곳은 농경이 시작된 문명의 요람이다. 당시 조사 대상에는 우리나라 고양이도 포함됐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발굴된 8500년 전 개의 유골.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발굴된 8500년 전 개의 유골. 1만8800~3만2100년 전 유럽의 수렵·채집 사회가 회색 늑대를 길들여 개가 탄생했으며, 이후 인류와 함께 전 세계로 퍼져간 것으로 분석됐다. /사이언스 제공
    야생 고양이는 중동과 유럽,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중국 등 5개 그룹으로 나뉜다. 연구진은 2007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집고양이가 중동 야생 고양이와 유전자가 비슷하다고 밝혔다. 유전자의 일반적 돌연변이 발생 속도와 현재 돌연변이 정도를 근거로 역산해 중동 야생 고양이가 1만년 전 사람 손에 길들여지기 시작했음을 밝혀냈다.

    집고양이는 개보다 기원을 찾기가 어렵다. 개는 몸 크기와 형태 등에서 늑대와 차이가 뚜렷하지만, 집고양이는 털의 색이나 행동으로만 야생 고양이와 구분할 수 있다. DNA 분석이 필수적인 까닭이다.

    고양이 DNA 분석 과정에서 이름과 고향이 뒤바뀐 고양이도 발견됐다. 가장 오래된 애완 고양이 품종인 페르시아 고양이는 유전자를 기준으로 하면 페르시아(현재 이란)가 아니라 유럽 서부에서 기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꼬리가 짧은 일본 고양이(Japanese bobtail)도 다른 일본산 고양이와 유전적 공통점이 없었다. 오히려 유럽 고양이와 가까웠다.